"혹시나 했는데 역시나…구호만 외치다 갑니다"

발행날짜: 2010-05-14 06:50:30
  • 대표자대회 실망감 드러내…일각 "그래도 의미있어"

한국의료살리기 전국 의사대표자 대회 열기는 뜨거웠다. 그러나 행사를 마치고 돌아서는 회원들의 얼굴은 어두웠다.

지난 13일 오후 7시 30분. 한국의료살리기 전국 의사대표자 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전국에서 몰려든 회원들로 의사협회 동아홀은 가득찼다.

주최 측이 마련한 총 300여개의 좌석은 대회 시작 20분만에 가득찼다. 진료를 마치고 뒤늦게 도착한 회원들은 자리를 잡지 못해 선 채로 이날 행사를 지켜봤다.

자리를 잡은 회원들은 '잘못 끼운 약가정책 책임전가 웬말이냐' '준비안된 약가정책 시행착오 되풀이된다' '약가정책 투명하면 건보재정 살아난다' 등의 내용이 적힌 어깨띠를 둘러 결의대회 분위기를 풍겼다.

전국의사대표자대회 전경
그러나 대회를 마치고 의사협회장을 나선 회원들은 "실망이다" "혹시나 해서 왔는데 역시나 별게 없었다" "구호만 외치고 끝났다"라는 등의 혹평을 내놨다.

"참석율 높은 반면 내용 없었다" 혹평

용산구 모 개원의는 "리베이트 쌍벌제법안이 국회 통과된 이시점에서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안이 나왔어야 했다"며 "솔직히 오늘 이 자리는 실망스러웠다"고 했다.

인천에서 참석한 개원의는 "쇼에 불과한 대회였다"며 "애초에 큰 기대없이 왔지만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알맹이가 없었다"고 했다.

이날 대회에 참석한 회원들은 리베이트 쌍벌제법안와 관련, 의사협회 내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이날 대회에서 비상대책위에 대해 거론되는지의 여부를 확인하고 싶어 참석한 회원도 있었다.

이날 회원들은 결의문을 낭독하며 결의를 다졌다.
인천지역 모 개원의는 "대회는 면피용에 불과하다. 앞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드느냐, 아니냐가 관건이며 만약 그렇지 않을 경우 의사협회장 퇴진 논의가 나올 판"이라고 말했다.

이것이 현재 리베이트 쌍벌제법안에 대한 회원들의 정서라는 게 그의 설명.

동작구 모 개원의는 또한 "생산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며 "적어도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이나 리베이트 형성과정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에 대한 의료계의 입장정리는 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리베이트 쌍벌제에서 의약품에 대한 백마진이 제외된 것을 감안할 때 파이싸움에서 로비력이 약한 의료계가 밀렸다고 밖에 볼 수 없다"며 "오늘 대회에서 앞으로 어떻게 로비력을 갖춰나갈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함께 진행됐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구호라도 외치니 속 시원…정부에 메시지 전달하자"

한편, 이날 대회를 통해 "그동안의 울분을 토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평가하는 회원도 있었다.

이날 대회에 자리한 원로 회원은 "이렇게 모여서 목소리를 높여 구호를 외치다보니 화가 좀 내려간 기분"이라며 "의사들도 뭉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회원은 "이번 대회는 최근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의료계의 목소리를 표출하는 계기가 될 수 있어 좋았다"며 "이를 계기로 정부에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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