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 폐지하면 누구에게 싼값에 잡무 맡기나

안창욱
발행날짜: 2010-08-23 06:00:13
  • 의학계 본격 논의…NP 대체 채용시 경제적 부담 가중

|특별기획| 수술대 오른 전문의제도

대한의학회가 지난 2월부터 연구용역을 수행중인 인턴 폐지, 일차진료의사 양상, 수련기간 조정, 전공의 근무환경 개선 등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의견 수렴 절차에 들어갔다. 수십년간 의료계의 현안으로 거론돼 왔지만 논의가 지지부진하던 이들 문제가 합리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메디칼타임즈는 이들 현안의 쟁점을 짚어보고, 대안을 모색한다.[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상) 인턴 폐지시 문제는 대체인력
(중) 진료면허 도입과 일차의료의사 양성
(하) 전공의 근무시간 상한제 도입
대한의학회(회장 김성덕)는 인턴을 폐지하는 대신 진료 공백을 메우기 위한 방안으로 의사 지원 간호사(NP・Nurse Practitioner)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대한의학회는 최근 26개 전문과목학회 수련교육이사와 수련교육위원이 참석한 ‘전문의 제도 개선방안’ 워크샵에서 인턴제도 개선과 대체인력 충원방안을 공개했다.

인턴제도는 의사 면허를 취득한 후 여러 과를 돌면서 다양한 지식과 술기를 습득함으로써 일반 진료를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고, 의대나 의전원에서 부족한 임상 실습을 보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인턴제도 폐지론이 부상하고 있는 것은 실제 수련현장에서는 값싼 의료인력으로 활용되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인턴은 병원 경영에 없어서는 안될 보배"

김대환 대한의학회 전문의제도 개산방안 연구위원은 “인턴은 병원 경영의 보배라는 말이 있다”고 꼬집었다.

진료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보다 잡일에 매몰돼 시간 대비 교육적 가치가 떨어지고, 장시간 근무시간과 낮은 급여를 받고 있지만 순응도가 높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인턴이 방사선 필름이나 진단검사지 등을 찾아오는 잡무를 주로 맡아왔지만 PACS, OCS, EMR 등이 보편화된 것 역시 인턴 폐지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대한의학회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의대에서 서브 인턴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의대 과정을 마친 후 일부 과(핵의학과, 방사선과 등)를 제외하고는 바로 레지던트 과정에 입문한다.

MD 자격을 취득하더라도 1년간 병원 수련을 받아야 독립적인 의료행위가 가능한 것도 우리와 다르다.

일본 역시 1968년 이후 인턴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임상연수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임상연수과정은 기본적인 1차진료 능력을 배양하기 위한 것으로, 2004년부터 2년 과정을 거쳐야 독립적인 진료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인턴제도 폐지에 대한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지난 4월 9일부터 5월 2일까지 전공의 94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65%가 인턴제도 폐지에 반대한다고 응답했고, 폐지해야 한다는 대답은 34%에 지나지 않았다.

또 전공의 98%는 의료 외 업무를 대신한 보조인력 고용에 찬성했고, 85%는 단순 창상 드레싱이나 단순 술부 봉합 보조인력을 고용할 필요가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인턴 폐지 대안으로는 58%가 PA(Physician Assistant) 육성을, 38%가 서브 인턴제 도입을 대안으로 꼽았다.

대한의학회의 대안은 전면적 또는 점진적으로 인턴을 폐지하고, PA가 아닌 NP를 대체인력으로 육성하자는 것이다.

전면적 인턴 폐지안은 2012년 의대 입학생부터 인턴 수련과정이 2018년 전면적으로 없어진다는 것을 공지하고, 의대나 의전원의 임상실습을 강화하는 방안이다.

점진적 인턴제도 축소안은 2013년부터 각 진료과별 희망에 따라 인턴과정 없이 바로 레지던트에 입문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개정하고, 진료과에 따라서는 별도의 인턴과정을 둘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대한의학회는 대학병원급 수련병원은 5년간 매년 정원의 20%씩 축소하고, 종합병원급은 병원 자율로 인턴 정원을 결정하며, 레지던트 선발 때 인턴 이수자에 대해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안을 모색중이다.

대체인력과 관련, 김대환 연구위원은 “PA는 의사 업무를 보조하는 인력으로 일정한 자격을 갖춘 자가 일정기간 수련을 이수해야 술부 봉합이나 위관 교체 등의 시술이 가능하지만 의사 스스로가 주도적으로 육성하고 있지 못하고, 불법 의료행위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환기시켰다.

반면 NP의 경우 이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을 규정으로 정하면 인턴 업무의 상당 부분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게 대한의학회의 판단이다.

정맥 체혈과 주사, 수술 보조, 환자 제모 등 수술 부위 준비나 도뇨, 관장, 의무 기록 및 의사 지시 예비 기록, 시술동의서를 받기 위한 설명 보조 등을 NP에게 맡기고, 이들이 하기 힘든 업무는 레지던트가 맡도록 하자는 복안이다.

"인턴 폐지시 1.5~2배 NP 대체 채용 필요"

하지만 인턴을 폐지하고, 대체인력을 확충하는 게 현실적으로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인턴 폐지에 따른 진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인턴의 1.5~2배 인력을 NP로 채용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대환 연구위원은 “NP는 현 제도 하에서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인턴 대체인력이긴 하지만 병원 입장에서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연장근무에 대한 부담이 있고, 전공의들과의 갈등, 야간 의료공백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한의학회는 앞으로 의협, 병협, 복지부 등과 협의를 거쳐 인턴 폐지에 대한 합의를 도출할 예정이어서 여러 가지 걸림돌을 제거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병·의원 기사

댓글

댓글운영규칙
댓글을 입력해 주세요.
더보기
약관을 동의해주세요.
닫기
댓글운영규칙
댓글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으며 전체 아이디가 노출되지 않습니다.
ex) medi****** 아이디 앞 네자리 표기 이외 * 처리
댓글 삭제기준 다음의 경우 사전 통보없이 삭제하고 아이디 이용정지 또는 영구 가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1. 저작권・인격권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2. 상용프로그램의 등록과 게재, 배포를 안내하는 게시물
3. 타인 또는 제3자의 저작권 및 기타 권리를 침해한 내용을 담은 게시물
4. 욕설 및 비방, 음란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