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 개발 정밀의료 선택 아닌 필수…국내 신약개발 방향 교훈
전 세계적으로 암 치료를 보다 정교하게 다듬을 수 있는 정밀 맞춤형 연구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이는 유전자 분석 맞춤형 치료, 최적화 치료 등을 포함하는 것으로 궁극적인 목적은 기존 약물 효과를 더 높여 생존율을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이다. 그렇다보니 최근들어 관련 임상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따라서 국내 항암 바이오텍과 항암제 개발 제약사들 그리고 암전문 임상연구기관들도 이러한 임상 연구 트랜드를 잘 파악하여 경쟁력있는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이러한 트랜드는 최근 베를린에서 성료된 유럽종양학회(ESMO, 10/17~21)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정밀유전자 분석 기술(NGS)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임상 연구 세션을 별도로 만들었고, 이중 임상에서 당장 적용할 수 있는 의미있는 연구도 대거 발표했다. 궁극적으로는 치료의 개인화를 이끄는 핵심 연구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올해 유럽종양학회(ESMO, 10/17~21) 연례학술대회에서는 종양학에서 정밀의료연구가 대거 쏟아져 주목을 받았다. 사진은 유럽종양학회 행사장 전경. 주요한 몇가지를 살펴보면, 우선 중피종(mesothelioma)을 대상으로 한 NERO 연구(LBA106)에서는 방사선영상(radiomics), 유전체(genomics), 전사체(transcriptomics)를 인공지능 AI 알고리즘으로 통합 분석해 니라파립(niraparib) 치료에 대한 영상학적 반응을 예측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또 국소 진행성 비소세포폐암을 대상으로 한 AEGEAN 연구(LBA70)에서는 영상학적 특징과 순환종양 DNA(ctDNA) 수치를 결합해 병리학적 완전반응을 예측할 수 있었고, 이러한 결과는 무사건 생존율(EFS) 개선과도 연관돼 있었다.이밖에도 CROWN 3상 연구의 사후(post-hoc) 분석에서는 전이성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 인공지능(AI) 기반의 뇌전이 반응 분석과 폐 영상학(radiomics)이 RECIST 평가를 넘어선 예후 예측이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했다(Abstract 2012P).게다가 유전자분석기술(NGS) 기술의 발전은 ctDNA 분석의 잠재력을 열어주고 있다. 이 기술은 미세잔존질환(MRD)을 비침습적으로 탐지하고, 치료 반응 및 재발 위험을 동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어 궁극적으로는 항암치료를 높인다.이번 유럽종양학회서도 대장암과 방광암에서 수술 후 ctDNA 수치를 활용한 보조치료 최적화의 가능성을 탐구한 두 건의 임상시험이 발표됐다.유전자 분석 기술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던트 부스. 암환자의 유전자를 분석해서 맞춤형 치료법을 제시할 수 있는 이 회사는 전 세계 정밀의료 연구를 대거 늘리고 있다.이중 DYNAMIC-III 연구(LBA9)는 Ⅲ기 대장암 환자에서 수술 후 ctDNA 수치를 기반으로 보조항암치료 강도를 조정하는 접근을 평가한 것으로, 그 결과, ctDNA 양성과 달리 음성 환자에서 표준 치료 대신 감량 치료를 적용했을 때 3년 무재발 생존율(RFS)은 비열등성을 입증하지 못했다. 즉 ctDNA 양성환자 를 골라내 치료를 계속하면 추가 생존율 개선을 이끌수 있다는 의미다.IMvigor011 3상 연구(LBA8) 에서는 근침습성 방광암 환자 중, 방광절제술 후 영상학적으로 질병이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최대 1년간 정기적인 ctDNA 모니터링을 시행한 것인데, ctDNA 음성환자와 달리 양성 환자에서 아테졸리주맙(atezolizumab)을 투여후 무진행생존율과 전체생존율 모두 위약대비 유의한 향상을 보였다.또 AGITG DYNAMIC-III 연구도 ctDNA 검사를 통해 양성이 나온 그룹은 순차적 위험 조정 치료를 진행했고, 이후 옥살리플라틴 기반 항암화학요법 비율이 34.8%에 불과했다. 표준 요법으로 관리 받은 환자들이 88.6%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불필요한 치료가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이다.이처럼 ctDNA유전자는 항암 치료에 매우 중요한 바이오마커로, 간단하게는 추가치료가 필요한 군과 그렇지 않은군을 구별할 수 있다. 나아가 치료 최적화하거나 부작용 개선하는 진보된 치료법으로 발전시킬 수 있어 향후 항암치료제 개발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독일 머크사 부스, 이 회사가 개발한 면역항암제 아벨루맙의 최적화 연구가 올해 유럽종양학회에서 발표됐다.분석기술과 더불어 치료 최적화도 연구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이는 신약개발 이후 꾸준한 재개발 또는 재검증을 통해 기존 약물로 신약 개발수준에 버금가는 가치를 만들어주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진행성 요로상피암(urothelial cancer)에서 백금 기반 항암요법은 전통적으로 6주기 투여가 표준이었으며, 이후 아벨루맙(avelumab) 유지요법이 표준 치료로 자리 잡은 이후에도 이 일정은 바뀌지 않았다. 이번 유럽종양학회에서 발표된 2상 DISCUS 연구(LBA109)에 따르면, 백금 항암제 3주기만 투여하고 아벨루맙으로 이어가는 방식이 기존 6주기보다 효과는 유사하면서도 삶의 질은 더 우수했다.전이성 호르몬 민감성 전립선암 환자에서 도세탁셀(docetaxel)의 잇점을 처음 평가한 연구들은 거세저항성 질환에서 사용되던 75 mg/m², 21일 간격, 6주기 요법을 그대로 적용했다. 이후 ARPI(안드로겐 수용체 억제제) 병용 연구로 확장되었고, 이번 학회에서 발표된 ARASAFE 연구(LBA92)는 같은 상황에서 50 mg/m², 15일 간격의 감량 요법이 3~5등급 이상 부작용을 현저히 줄였다는 결과를 제시했다.전문가들은 이러한 최적화된 치료법은 그동안의 나왔던 수 많은 임상연구를 분석하고 다듬는 과정인데 인공지능의 발달로 서서히 임상에 적용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평가다. 이처럼 최근 암치료 개발 트랜드에서 인공지능 딥러닝을 활용한 유전자분석 기술 접목과 치료 최적화는 더 이상 이론적 논의 대상이 아닌 임상적 필수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학회가 이번 학술대회기간 전 세계 최초로 임상연구를 위한 인공지능 딥러닝 활용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것도 항암치료에서 정밀의료의 중요성을 대변한다.파브리스 앙드레(Fabrice André) ESMO 회장은 “ESMO의 최우선 과제는 혁신이 환자에게 이익을 주고, 임상의가 활용할 수 있는 실질적 해법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발표한 지침을 통해 많은 연구자들이 윤리적 지침을 지키면서 잠재력 있는 다양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유럽종양학회가 전 세계 최초로 임상분야에 인공지능 딥러닝 적용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항암분야 연구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정밀의료 연구를 좀더 가속화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항암치료제 개발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종양학 임상 트랜드를 잘 파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 학회 참여를 통해 임상 견문을 넓히는 것은 물론 다양한 연구자들과 교류해 변화를 반영해야한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도 다양한 임상이 가능하도록 임상연구윤리 등 제도적 변화와 뒷받침을 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연구 성과 발표차 참석한 이뮨온시아 김흥태 대표(전 국립암센터 종양내과 교수)는 “국내 제약사나 바이오벤처들의 항암개발 방식도 변화가 필요하다. 연구 과정에서 정밀의료, 인공지능의 기능을 검토해 보다 차별화된 항암신약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경험이 많은 전문가들과 교류는 물론 새로운 개발 트렌드를 보고 듣는 투자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학회에 참석한 울산의대 민영주 교수는 “학회에서 보여주듯, 기술 기반의 임상 전략을 적극 수용할 때 비로소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고 나아가 치료는 복잡해지만 궁긍적으로 환자의 생존율은 높아질 것"이라며 "미래의 항암치료는 맞춤형 치료가 주도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다양한 연구가 수행될 수 있도록 제정적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사업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