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 터졌다 하면 '공보의'…동네북 신세

발행날짜: 2011-04-09 06:49:00
  • 경찰, 공무원 신분·'통장 거래' 관행에 초점

제약사 리베이트와 관련 공중보건의사가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앞서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 이후 거제, 대전, 철원 등 전국 각지에서 진행된 리베이트 조사에 이어 경찰은 또 다시 공중보건의사를 타깃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울산지방경찰청은 7일 공보의 1000여명을 리베이트 혐의로 수사에 나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제약사 리베이트 수사의 첫 희생자는 왜 번번이 공중보건의사가 되는 것일까.

무엇보다 공무원이라는 신분이 결정적인 요인이다.

공무원은 규정상 금품은 물론 향응도 불법으로 치부돼 법적 제재를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경찰이 접근하기 쉽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만 해도 그렇다. 울산경찰청은 공중보건의 A씨가 제약사 직원으로부터 접대를 받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접대 현장을 덮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사업자등록을 내고 활동하는 개원의들은 엄밀히 구분하자면 자영업자로, 영업 활동과 리베이트를 구분하기 모호한 점이 있다.

실제로 공중보건의사의 리베이트 수사가 진행된 지역에서 개원의가 처벌을 받은 적은 한 건도 없었다.

지난해 서울중앙지검은 리베이트 혐의로 모 대학병원 교수 3명에 대해 의사면허정지 처분을 내렸지만, 서울행정법원은 'PMS는 정당한 업무'라며 무죄판결을 내렸다.

또한 관행처럼 내려오고 있는 '통장'은 공중보건의사의 리베이트 수사의 중요한 단서가 되고 있다.

거제발 리베이트 수사에서도 공중보건의사의 개인 통장이 경찰 수사의 발단이 됐다. 통장에 제약사와의 거래내역이 남아 있는 이상, 이를 반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선임 공중보건의사가 제약사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통장을 후임에게 물려주는 게 관행으로 굳어졌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복지부는 지난해 공중보건의사의 리베이트를 근절하기 위해 보건소 내 '의약품선정심의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러나 의약품선정심의위원회 위원이 의약품 전문가가 아닌데다 보건소와 연계돼 있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에 공중보건의사들 사이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다.

모 공중보건의사는 "리베이트가 이슈로 떠오르면 공중보건의사만 희생양이 되는지 모르겠다"면서 "내부적으로는 왜 거물급은 놔두고 힘없는 조무래기만 건드리느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공중보건의사는 "경찰 실적쌓기에 공중보건의사가 희생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면서 "이번 수사에서도 결과적으로 처벌받는 공중보건의사는 일부에 불과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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