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⑥서울성모병원 흉부외과 송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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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서울성모병원 흉부외과 송현 교수(50)는 한 남성 환자에게 장미꽃 한송이와 함께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 환자는 송 교수에게 심장 수술을 받은지 꼭 10년째가 되는 날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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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교수가 처음 수술을 한 지 10년째 되는 해인 2006년. 그가 환자들에게 꽃을 선물해주기로 마음먹은 계기는 ‘법인카드’였다. 당시 병원에서 교수들에게 법인카드를 지급하기 시작한 것.
송 교수는 환자들을 위해서 뭔가를 해줄 수 있는게 없을까를 고민했다. 고민 끝에 송 교수는 환자에게 꽃다발을 안겨주기로 했다.
“당시 일주일에 5~6명 정도 수술을 했는데, 수술 후 병원을 옮기거나 내과로 옮기는 환자를 제외한 2~3명은 10년 동안 저를 찾아주었습니다. 금수강산도 변한다는 오랜 시간동안 저를 믿어준 환자들에게 보답을 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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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왔다. 환자들이 그의 꽃을 부담스러워 한 것. 선물은 병을 고쳐준 환자가 줘야 하는데 왜 의사가 주냐며, 답례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부담감을 나타냈다.
반면 10년간 유대감을 쌓아온 환자는 송 교수의 장미꽃에 일단 밝은 미소로 화답한다. “벌써 10년이나 됐어요?” “오히려 제가 감사합니다”라는 말로 감사의 말을 전한다.
한 남성 환자는 송 교수에게 꽃을 받고 나간지 한시간 만에 필리핀 풍경 사진을 담은 감사 이메일을 보내왔다. 송 교수는 그 풍경사진을 수업, 발표 등에 종종 이용한다.
“10년이라는 시간동안 환자를 만나면 감정적으로 많이 친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내가 받았기 때문에 답례로 뭔가를 줘야 하는 관계가 아닙니다. 꽃에 대한 답례를 바라고 주는 것이 아닌데도 처음 찾아온 환자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송 교수는 처음 수술을 시작한 1996년 5월 31일부터 환자에 대한 수술 기록을 꼼꼼히 기록하고 있다. 2200명도 훌쩍 넘는 숫자의 환자 기록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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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교수에게 환자는 ‘가족’이다. 10년동안 얼굴을 봐온 환자는 친척들보다도 더 자주본다고 송 교수는 말했다.
“중요한 것이 환자, 보호자와의 ‘공감’입니다. 수술법, 치료약 등을 선택할 때 환자가 나의 가족, 친척이라고 생각하면 결정이 쉽습니다.”
수술 후 20년이 지난 2016년, 환자에게는 어떤 선물이 좋을까라는 질문에 송 교수는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케이크를 선물해 볼까요?”하며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