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뿐인 인센티브·기준도 허술…"숫자만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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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병원으로 지정된 병원은 11월부터 3년간 '복지부 지정 전문병원' 명칭을 사용할 수 있으며, 그외 병원은 '전문병원' 또는 '전문' 명칭을 병원 간판이나 광고로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전문병원제도는 이번에 시행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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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는 2005년부터 21개 병원을 대상으로 1차 전문병원 시범사업에 착수해 ▲2차 시범사업(08년~11년 1월) 37개 ▲3차 시범사업(01년~11년 1월) 5개 등 올해까지 총 63개 병원(한방 6개 병원 미포함)에 대한 예비사업을 거쳤다.
시범사업에 참여한 병원을 비롯한 상당수 병원들은 복지부에서 긍정적인 입장을 보인 전공의 파견 수련, 수가 가산 등 인센티브를 기대했다.
이에 따라 지정기준을 맞추기 위해 리모델링과 의료인력 확충 등에 적잖은 투자를 해왔다.
하지만 올해 들어 전문병원 인센티브 방침은 사라지고, 전문병원 명칭 사용이라는 '간판'만 남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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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병원 원장은 "전문병원으로 지정됐어도 얻은 게 뭐가 있냐"고 반문하고 "지정기준은 상급종합병원 수준으로 맞춰놓고 인센티브가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복지부의 무책임한 정책을 질타했다.
B병원 원장도 "전문의와 간호사를 확충하고 병상 기준을 위해 리모델링을 하는 등 30억~50억원을 투자했는데 돌아온 것은 간판 하나"라면서 "비어있는 절반 가까운 병실을 볼 때마다 답답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같은 상황을 인식한 듯 복지부는 전문병원을 수련병원 자병원으로 지정하면 우대하고, 종별가산율 변경시 추가 방안 검토 방침을 밝혔다.
C병원 원장은 "복지부가 검토한다는 말 뿐인 정책이 한두 개이냐”며 "전문병원들의 불만을 의식한 제스처에 불과하고, 언제 될 지 기약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전문병원제도의 또 다른 문제점은 지정기준이 허술했다는 점이다.
현행 지정기준 중 환자 구성 비율(절대기준)은 '입원 연간 환자 수 중 진단범위 또는 환자 유형에 속하는 구성 비율이 각각 45% 또는 66% 이상'으로 규정되어 있다.
이를 적용할 때 99개 전문병원 중 일부는 탈락해야 한다.
하지만 복지부는 심장질환과 소아청소년과, 척추 질환 신청병원에 대해 정책적 지원 및 진료형태 변화라는 임의적 잣대로 전문병원에 포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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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정책과 박인석 과장도 "일부 신청병원은 환자 기준이 2% 미달됐으나 고도의 난이도와 저출산 정책적 지원을 감안해 지정했다"면서 "이번 기준이 계량적이고 형식적 기준이라면 앞으로는 질 지표를 설정해 바꿔 나가겠다"고 말했다.
병원계 한 관계자는 "초기 제도 도입을 논의할 당시 50개로 제한하자 해놓고 복지부 국과장 등이 5차례 바뀌면서 결국 병원 수만 늘렸다"고 꼬집고 "질환과 진료과를 특화시킨다는 제도의 기존 취지가 유지될 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