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병원 탐방② 수지접합 전문 대구 W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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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한해 9521건의 수술을 했고, 이 중 부분 마취를 제외한 수술은 5310건에 달한다. 전국 각지에서 환자가 방문해 10명 중 약 2명은 타지역 환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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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 4년차 신생병원이 전문병원으로 지정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수술건수가 말해준다.
그러나 열악한 수지접합 분야 환경을 접할수록 현판도, 인센티브도 없는 복지부의 전문병원 지정이 씁쓸하기까지 하다.
13명의 전문의 중 외과의는 8명. 한 달에 부분 마취를 빼고도 400여건에 달하는 수술을 감당해야 한다. 8일에 한번 평일 당직을, 8주에 한번은 주말 당직을 서야 한다. 입원환자와 응급실에는 24시간 간호사 등 인력이 항시대기해야 한다.
그 덕에 W병원 직원들은 오랫동안 버티지 못한다. 3년이상 근속한 직원은 29명에 불과하다. 이 중 전문의는 마취과장 한명 뿐이다. 최근에는 연이은 수술로 잠을 못잔 수간호사가 수술 중 졸도하는 일도 있었다.
우상현 원장은 "수술실 간호사 이직률이 70~80%에 달한다. 아침 8시에 출근해 그 다음날 새벽 5시에 들어가는 일이 허다하면 월급을 더 주는 것도 아니고 누가 버텨나겠는가. 버텨주는 직원들에게 늘 고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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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수지접합 분야 수가는 오히려 깎이고 있어 직원들의 월급을 더 올려줄 수 있는 형편도 아니다. 2009년 71만 9000원이던 수가가 2010년에는 69만 9000원, 올해는 67만 7000원으로 내렸다.
우 원장은 복지부가 수지접합 분야를 전문병원으로 지정한 것은 국가 정책적으로 이 분야를 살리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수부외과를 세부전문 하려는 의사가 줄고 있으니 이를 양성하려는 의도가 들어있다는 것. 따라서 인센티브는 필수적으로 따라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우 원장은 "산재환자가 오면 공기업도 아닌데 MRI 한번 찍는 값도 안나오는 수술을 하고 있고, 환자가 오지 않아도 밖에 불켜놓고 응급실을 가동하고 있다"며 "나라에서 할 일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복지부 지정 전문병원이 됐다고 해서 전기세, 인건비 등에 대한 메리트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응급실 운영 지원도 없으며, 수가에 대한 인센티브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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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8층에는 대학교수 연구실보다 더 큰 전문의 연구실들이 마련돼 있다. 수술 후 개인 연구실에서 논문을 쓰는 등의 활동을 권장하고 있다. 국내외 학술지에 논문이 발표되면 인센티브를 주고, 학회 참가 비용도 지원한다.
매일 오전 8시에는 모든 스태프가 모여 수술에 대해 토론을 하고 수술 중 찍은 환자 사진을 놓고 의견을 나눈다.
2009년에는 수부외과 세부전문의 수련병원으로 지정돼 해마다 수부외과 전문의 2~3명을 배출하고 있다. 수지접합분야 명성을 듣고 미국, 인도, 러시아에서 2~3개월씩 연수를 받으러 오기도 한다.
W병원 신조는 1기 1회다. 한번 온 손님은 다시는 우리 병원에 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서비스를 해야 한다는 것. 환자 한명 한명이 광고판인 셈이다.
우 원장은 "병원 구성원 100명 중 한명이 실수를 해도 그동안 쌓아왔던 것이 무너지게 되어 있다. 중소병원은 엔진이 하나 밖에 없는 경비행기이기 때문에 확장하고 올라가지 못하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