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직한 의사에 대해 생각해 본다

김선욱 변호사
발행날짜: 2012-06-04 06:00:32
  • 김선욱 변호사(법무법인 세승)

우리나라 전문직 직업군 중에 스승 사(師)자를 쓰는 몇 안 되는 직업 중 하나가 의사(醫師)이다.

전문직인 변호사나 회계사에게는 사(士)자를 쓴다. 의사에게 선생님과 같은 존칭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한 기술직이나 전문직 이상의 존경의 대상이며 동시에 존경의 대상이 될 만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중요한 직역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존경 받는 의사보다는 사회적으로나 정책적으로 질타나 혐오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의사들을 보게 되었다. 언론을 통해 가십거리로 전락하고 있는 의사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목격하게 된다.

리베이트 쌍벌제, 항생제 오남용의 주범, 성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에 대한 취직제한 관련 입법 등이 바로 그것이다.

또한 의대생들의 국가고시 부정 언론보도나 모 의대학생들의 성추행 구속 사건이나 의대 신입생 환영회에서의 일부 행동이 유독 문제화 되는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 사회현상이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이 무엇일까?

우선 의대에 입학하면 신분이 보장되고 특수한 사회적 계층의 특권을 누리게 된다는 부모나 학생들의 잘못된 인식이 문제이다.

이로 인해 의대생끼리만 어울리게 되고 사회와 벽을 쌓고 자신들의 성안에서 특권의식을 가지는 동안 예비 의사들은 사회와는 점점 멀어질 준비를 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의대는 이과계통임에도 특이하게 실험이나 연구보다는 직접 현장에서 환자를 상대하는 직업군이다. 따라서 인간에 대한 이해나 인간관계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이 필요함에도 의대의 교과과정에는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는 과목이 부족하다는 것도 그 근원적인 이유라고 본다.

다음으로 의사로서 사회초년에 해당하는 군의관이나 공중보건의사 시절의 문제도 원인이다. 우리 국민 정서상 군의관이나 공중보건의사는 특수한 병역과정을 수행함에 있어 비교적 활동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어 일반 국민의 부러움을 사지만 그에 걸맞은 봉사나 절제는 찾아보기 힘들다.

많이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이들의 불법 아르바이트나 리베이트(뇌물)수수 등과 관련된 보도를 보면 사회초년생 나이의 의사들이 국민들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심어주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개업을 하게 되면서 자영업자와 비슷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일인 성주처럼 지나친 영리만을 추구하거나 탈세나 리베이트에 노출되어 절제를 하지 못하는 개입사업자형 의사들도 국민들에게 괴리감을 주는 집단의 구성원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많은 의사들이 봉사활동 등을 통하여 어렵거나 소외된 이웃을 돕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면은 언론에서 부각되지 못하고 일부 소수의 탐욕스러운 의사들만 언론에 노출되는 것도 전반적인 의사에 대한 여론이 나빠지게 되는 원인이다.

이와 함께 의료인 협회 등이 사회의 전문가집단으로 사회 여론 형성을 주도하지 못하고 있는 문제도 있다.

국민들에게 다가서거나 봉사하는 인상보다는 지나치게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한다는 모습이 최근 10여 년간 지속적으로 보도되고 있다. 정부와 대립하고 같은 의료인이나 타 유사 직역간의 갈등에 대한 극단적 행태가 언론에 여과 없이 보도되거나 급기야는 스스로 신문에 광고를 하는 것도 장기적으로 명예감을 손상하는 것을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에 성역은 없다. 절제하고 스스로를 지키는 노력 없이 대우만 받으려고 하는 집단은 이를 시기하거나 문제를 제기하는 세력에 의하여 반드시 폄하되거나 무너지게 되는 것이 세상의 이치일 것이다.

인간은 생로병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언젠가는 의사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믿을 수 있고 따를 수 있는 의사는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인류가 멸망하지 않는다면 계속하여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으로는 그러한 의사를 만나기가 점점 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불행한 일이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모든 사회구성원이 의사라는 직역에 대해 대립적인 시각을 줄여나가야 한다.

더불어 정작 당사자인 의사들이 각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의대의 교과과정에 의사로서 존경을 받는 일이 무엇인지, 자기 절제는 무엇인지, 의사의 직업윤리는 무엇인지, 그리고 환자와 사회를 어떻게 인식하고 커뮤니케이션 하여야 하는지에 대한 인문학적 소양을 중요시하여 교육을 시켜야 하는 자구적 노력이 더욱 더 강조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한 마음가짐을 가진 의사들이 점차 늘어나야 장기적으로는 다시 의사에 대한 존경심이 국민들에게서 자연스럽게 나올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의사도 醫士로 한자표기를 바꾸어야 한다. 스승의 달을 맞이하여 존경받는 의사가 지속적으로 늘어나서 선생님으로서 존경과 존중의 대상이 되기를 기대하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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