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의사 진료 허용하면 대체인력 악용 우려 있다"

발행날짜: 2012-09-27 06:45:36
  • 이혜연 의협 학술이사

최근 보건복지부가 외국 의사의 의료행위 허용을 골자로 하는 고시안을 발표한 것과 관련해 논의가 한창이다. 논의단계에 불과하지만, 의료계 일각에서는 외국의사를 대체인력으로 활용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섞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특히 지난 21일 열린 공청회에 패널로 참석한 이혜연 의사협회 학술이사는 강한 우려를 제기했다. 26일 그를 다시 만나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들어봤다.

이혜연 의협 학술이사
Q: 먼저, 외국의사의 의료행위 허용에 대한 논의는 어떻게 시작됐나.

A: 아시다시피 최근 대학병원에 단기 연수를 포함해 매달 200여명 가까운 외국의사가 연수과정을 위해 다녀간다. 빠르게 늘어나는 외국의사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해짐에 따라 복지부가 고시안이 필요하다고 판단, 방안을 모색하기에 이른 것으로 안다.

Q: 얼마 전 공청회에서도 그랬지만, 외국의사에 대한 의료행위 허용에 부정적인 시각이 큰 것 같다.

A: 그렇다. 우리나라 또한 미국 등 의료선진국의 도움으로 의료기술의 발전을 이룰 수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받은 만큼 다시 개발도상국에 베풀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의도나 취지 모두 좋지만 이를 악용해 편법으로 이득을 얻는 기관이 생겨나고,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흔들리고 국민들이 피해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나.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허술한 기준을 만드는 것이다.

Q: 그렇다면 어떤 방식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나.

A: 3가지가 핵심이라고 본다. 우선 외국의사 연수과정을 진행하더라도 현 의료시스템에 혼란을 줘선 안되고 자국민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허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전공의들의 수련교육에 지장이 없어야 한다. 한국의 선진 의료기술을 알리고 홍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국민을 보호하고 우리의 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뒷전으로 한 채 외국의사를 양성할 수는 없는 게 아닌가.

Q: 그렇다면 외국의사의 적절한 연수기간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

A: 최대 3개월이면 충분하다고 본다. 물론 앞서 연수에 참여하는 의료진에 대한 질 관리도 중요하다. 전문의 자격증도 없이 임상경험이 없는 의사가 연수를 와서는 문제가 있다. 적어도 수년간의 임상 경험을 갖춘 의료진으로 제한해야 한다. 일정 수준 이상의 임상경험이 있는 의료진이라면 3개월 연수기간동안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익히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본다.

Q: 연수 온 외국의사는 적어도 전문의 이상이 돼야한다는 얘기인가.

A: 당연하다. 현재 고시안에는 의사면허만 있으면 된다고 돼 있다. 각 병원의 심의를 거치면 된다고 하지만 이는 말도 안된다. 적어도 '전문의 이상의 임상경력을 갖춘 자'라는 등의 연수의사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Q: 정부가 발표한 고시안에는 3개월 이상의 사전교육 훈련을 받은 후 의료행위를 허용한다고 돼 있다. 즉, 연수일정이 적어도 3개월 이상 길어질 수 있을 것 같다.

A: 그렇다. 현재 고시안의 내용은 모호한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보다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연수기간을 굳이 3개월이라고 말한 이유는 외국의사라고 해도 한 병원에서 연수를 받으면서 참관하고 어시스트를 하다보면 서로 익숙해져서 자칫 병원의 의료인력으로 대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참관하는 것 이외에도 핸즈온 강의 등을 통해 얼마든지 수련은 가능하다.

Q: 실제로 복지부 고시안이 발표된 직후 의료계 일각에선 외국의사를 대체인력으로 활용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았다. 하지만 복지부는 그런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안다. 의료계의 기우 아닌가.

A: 그렇지 않다. 연수기간이 길어져서 1년이 2년이 되고 한해 두해 연장하다보면 병원 입장에서도 연수받던 의사가 익숙해질 것이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수술장에 한 자리를 차지할 것이고, 이는 결국 국내 의료진의 입지가 좁아지게 될 것이다.

결국 의료의 틀 자체가 무너지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전공의들이 수술장에 들어갈 기회가 줄어들고, 수련 기회가 적어서 펠로우를 거쳐 임상 경험을 늘리고 있는데 그마저도 외국의사들에게 자리를 뺏겨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복지부는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현재의 고시안은 이러한 편법이 충분히 가능해 이를 보완, 수정해야한다는 것이다.

Q: 상당히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 같다.

A: 그렇다. 외국의사에게 의료행위를 허용하는데 있어서는 범위를 축소할수록 문턱을 높일수록 좋다고 본다.

앞서 밝혔지만 처음부터 경계가 모호하면 편법이 난무해질 수 있고 의료체계가 무너지면 다시 잡기 힘들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의료행위를 허용하는 것도 단계별로 구분하는 게 좋다. 가령 1단계는 참관, 2단계는 수술장 내 참관, 3단계 어시스트 등으로 구분을 짓는 식으로 말이다. 이런 기준이 있어야 연수과정을 관리할 수 있다. 복지부는 매시간마다 연수 일지를 작성하는 안을 제시했지만, 행정업무만 늘어날 뿐이다. 의료진의 수준별로 명확한 가이드만 있다면 충분하다고 본다.

Q: 외국의사 연수 시행기관에 대해서도 지적이 많더라.

A: 사실 시행기관의 정의가 가장 문제다. 어떤 규모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정의를 명확하게 하지 않으면 악용될 가능성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외국의사를 국내 병원으로 흘러 들어오게 하는 브로커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래서 연수 시행기관은 반드시 공익적인 기관으로 제한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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