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지정 합헌 결정 10년…진찰료 고작 1720원 인상

발행날짜: 2012-10-31 07:00:23
  • 의료수가, 물가 상승률의 66% 불과 "헌재 권고 안지켰다"

2002년 10월 31일. 정확히 10년 전 헌법재판소는 강제(당연)지정제 위헌 소송에 대해 다음과 같은 판결을 내린다.

"국가는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를 유지하는 한 진료과목별 수가의 불균형 및 동일 진료과목 내 행위별 수가간 불균형을 시정해야 하고…(중략)…진료수가의 조정을 통해 시설규모나 설비투자의 차이, 의료의 질적 수순의 다양함을 보다 정확하게 반영해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강제지정제에 따라 의료인의 직업활동이 포괄적으로 제한을 받는 불합리한 점이 있지만 국민의 보장성 강화라는 순기능의 역할이 크다며 '합헌' 손을 들어준다.

다만 전제조건이 붙었다. 국가는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를 유지하는 한 진료과목별 수가의 불균형 및 동일 진료과목 내 행위별 수가간 불균형을 시정해야 한다는 것.

10년이 지난 지금 의료계는 다시 한번 강제지정제 위헌 소송을 추진하고 있다.

의료수가에 대한 불균형이 여전히 존재하고, 의료분야에 대한 특수성과 다양성의 반영이 미흡한 상태라는 점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은 상황이라는 것.

<메디칼타임즈>가 의료수가의 대표적인 항목들이 10년간 어떻게 변했는지 살펴봤다.

의료수가, 소비자물가 연 평균 상승률 66% 불과

2000년 의약분업 이후 큰 폭으로 상승한 의료수가 인상률은 2002년을 기점으로 연 평균 2.45% 증가에 그친다.

소비자물가는 2002년부터 2011년까지 매년 평균 3.69%씩 뛰었다. 의료수가의 인상률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66%에 불과하다는 소리다.

강제지정제 합헌 판결이 난 2002년 의원급을 기준(환산 지수:53.8원)으로 2012년(환산 지수:68.5원)까지 대표적인 수가 항목 수가 변화를 살펴 보면 우선 내과, 소아과, 가정의학과의 외래환자 진찰료는 1만 1170원 수준이었다.

반면 2012년 입원료는 1만 5340원에서 2만 4580원으로 오르지만 (초진)진찰료는 1만 2890원으로 불과 1720원 상승하는데 그친다.

산부인과의 분만료는 초산 제1태아가 11만 2540원에서 27만 90원으로, 유도분만 제1태아가 12만 6780원에서 30만 4280원으로, 제왕절개 전절제는 35만 950원에서 45만 9070원으로 뛰었다.

반면 내시경 검사의 상승률은 크지 않다.

부비동내경검사 8770원에서 1만 740원으로,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조영술 6만7300원에서 11만 4180원으로, 결장경검사 4만 2970원에서 6만 450원으로, 복강경검사도 7만 8780원에서 11만 2920원으로 소폭 상승한다.

주사료는 피하 또는 근육내주사 790원이 1010원으로, 정맥내 일시 주사 1070원에서 1490으로, 골수내주사 7440원에서 10330원으로, 수액제 주입로를 통한 주사 790원에서 960원으로 오른다.

마취료 중 전신마취료는 1만 6480원에서 3만 7460원으로 크게 올랐다.

신경차단술료 중 카테터 삽입술은 1만 6410원에서 5만 3010원으로 크게 오르지만 지주막하 신경차단술 2만 7470원에서 2만 6400원으로 되려 깎였다.

기본물리치료 중 표층열치료는 580원에서 710원으로 심층열치료는 790원에서 960원으로, 단순운동치료도 3150원에서 3810원으로 소폭 상승했다.

안과의 백내장 및 수정체 수술 중 후발성백내장수술 역시 17만8980원에서 18만8590원으로 소폭 올랐다.

하지만 상승률의 차이는 약사의 조제행위료를 보면 더욱 극명해진다.

의약분업 이전 건당 100~500원 사이의 조제료는 2007년 건당 5468원에서 2009년 5676원, 2010년 상반기에는 5858원으로 수십배 뛰었다. 약사의 수입 중 조제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에서 병의원 수가와 대조적이다.

"10년간 의료환경 변화 크지 않다"

지난 2000년 8월 10일 김방철 전 의협 보험이사 등 4인은 요양기관 강제지정제 위헌소송을 제기했다.

김방철 의협 고문
현재 의협 자문위원으로 일하고 있는 김방철 고문은 당시의 헌법소원의 추진 배경에 대해 "불합리한 수가를 개선하기 위한 협상의 마지막 카드였다"고 밝혔다.

김 고문은 "합헌 판결이 난 후 10년간 불합리한 수가는 바뀌지 않았다"면서 "현 의협 집행부의 소송 제기는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라고 밝혔다.

의료수가에 대한 불균형이 여전히 존재하고, 의료분야에 대한 특수성과 다양성의 반영이 미흡한 상태라는 점은 10년전이나 지금이나 같은 상황이라는 것.

의협이 위헌 소송을 재기하는 취지를 "헌법재판소의 개선 권고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아무런 개선 노력이나 의지를 보이고 있어 경종을 울리는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이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김 고문은 "정부는 수가 불평등이 해소됐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일선 개원가에서 느끼는 불만은 여전하다"면서 "이는 정부가 보험 재정을 묶어둔 상태에서 의료행위에 투입되는 난이도, 위험도, 치료재 등 가치의 총합을 평가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똑같은 행위도 과별로 수가가 다르고 외과 충수염 절제술의 수가를 높이려면 다른 수가를 깎아야 하는 모순이 존재한다"면서 "물가·임금 인상률에도 못미치는 수가를 불평등한 건정심이 결정하는 것은 사실상 정부가 의료 현실의 개선 의지가 없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만일 강제지정제에 위헌 판결이 나면 최악의 경우 정부의 입맛에 맞는 병의원만 계약을 하는 일이 생기거나 공공의료가 10%도 안되기 때문에 의료시스템이 붕괴할 가능성도 있다"고 환기시켰다.

이어 그는 "이런 상황에 의사들이 배수진을 치고 마지막 카드를 꺼내들었던 이유를 정부가 다시 생각해 봤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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