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감률 35% 교수, 그를 막으려는 대학병원 7년 전쟁

박양명
발행날짜: 2013-02-07 06:50:07
  • 수술재료 구입금지, 진료제한하자 4건의 법정싸움으로 비화

심평원 삭감률 전국 최고인 35% 이상.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에서 재직중인 A교수(정형외과)가 개발한 척추수술 치료재료인 '맞춤형 척추경 나사못(척추 고정용 나사못)'을 이용한 수술 결과다.

해당 치료재료를 사용한 수술에 대한 심평원이 대폭 삭감해 나가자 물고 물리는 4건의 소송으로 이어졌다. 4건 모두 대법원까지 가는 지리한 싸움이었다.

척추 고정용 나사못 수술 삭감률이 높자 대학병원은 치료재료 구매를 중지하고, A교수에 대해 진료를 금지시켰다.

그러자 A교수는 병원장, 진료과장을 상대로 진료방해금지 등 가처분 신청을 비롯해 방실침입교사, 명예훼손 등에 대한 소송으로 맞불을 놓았다.

하지만 결과는 A교수에게 만족스럽지 않았다.

①B대학병원 "삭감 취소하라" VS 심평원 "문제 있다"

심평원은 2004년 척추 고정용 나사못으로 수술을 받은 환자 7명의 수술비 약 1410만원을 삭감했고, B대학병원은 삭감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2006년 1월 26일. 서울행정법원 제12부는 심평원의 삭감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2008년 2월 1일 서울고등법원은 7건 중 4건에 대해서는 심평원의 삭감처분이 정당하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심평원과 대학병원 모두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했고, 결국 대법원까지 갔다. 결과는 기각.

대법원 판결은 1심 판결 후, 6년하고도 10개월이 지난 후에야 났다.

그 사이 A교수와 B대학병원장, 진료과장의 진흙탕 싸움도 함께 진행되고 있었다.

심평원의 삭감률이 높자 B대학병원은 나름의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삭감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한 후 대학병원은 의료원 운영위원회를 열고 2007년 4월부터 12월까지 척추 고정용 나사못 구매중지, 사용중지 결정을 내렸다.

이후 6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구매를 승인한 후 삭감현황을 분석해 재평가 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운영위원회는 ▲A교수가 발표한 척추경 나사못 관련 논문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있고 ▲수술법을 의학적으로 인정하기 어렵고 ▲척추경 나사못 생산업체와 A교수가 밀접한 관계에 있기 때문에 해당 치료재료로 수술 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며 재료 구매를 중지했다.

척추 고정용 나사못 생산업체 대표는 A교수의 부인이었다.

다시 말해 운영위원회는 A교수의 윤리적 문제, 보험급여 삭감률 과다발생, 병원 이미지 실추를 문제로 삼은 것이다.

B대학병원 원장은 당시 "A교수의 삭감률은 35% 수준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면서 "이는 수술 적응증이 되지 않는 환자들에게 마구잡이식으로 시술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병원측은 이와 함께 초진환자와 재진환자 접수도 차단해 A교수의 진료도 봉쇄했다.

병원장은 A교수가 현재 처한 상황을 상세히 기록한 안내문을 제작해 A교수에게 치료를 받고 싶다고 하는 환자들에게 배포했다.

또 'A교수 B대학병원 근무해지 요청'이라는 제목으로 158쪽에 달하는 책을 만들어 의료원 산하 3개병원 정형외과 교수 13명에게 전달했다.

이 대학병원 정형외과 과장은 비서를 시켜 A교수의 연구실을 허락 없이 들어가 진료기록 사본도 회수해 갔다.

소송 경과
②A교수 "진료방해 부당" VS B대학병원 "아니다"

A교수는 결국 병원장과 진료과장, B대학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우선 병원을 상대로 진료행위방해금지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의료법과 보건의료기본법에 의해 보호되는 진료권 내지 치료재료 선택권을 침해했다는 이유에서다.

A교수는 병원이 진료를 방해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되고, 이를 위반할 경우 1회당 1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A교수는 병원 측이 ▲수술을 방해하는 행위 ▲진료재료에 대한 사용중지행위 ▲연구개발허가 과정에서 비윤리적 행위가 발견됐다는 취지의 유인물을 작성, 배포하는 행위 ▲기타 진료를 방해하는 일체의 행위를 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방법원은 A교수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교수 시술 중 일부를 과잉진료로 판단된 법원의 판결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의료윤리위원회, 운영위원회 회의 자료도 증거로 작용했다.

재판부는 "병원 측의 진료제한조치가 신청인의 진료권 내지 치료재료 선택권에 대한 위법, 부당한 침해가 됐다고 판단할 수 있는 자료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에 불복하고 A교수는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구체적 내용 중 병원은 수술방해 행위, 진료를 방해하는 기타 일체의 행위를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나머지 부분은 기각됐다.

재판부는 "병원의 치료재료 구매중지 조치가 A교수의 진료권이나 치료재료 선택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A교수가 특정재료를 고집하면서 진료와 수술에 임하고 있고, 그 재료에 대한 특허권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처가 운영하는 회사에서 그 재료를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윤리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된 점도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

③A교수 "연구실 침입" VS 진료과장 "정당한 업무집행"

진료방해금지 등 가처분 소송이 끝나갈 무렵 A교수는 정형외과장을 형사 고소했다. 죄명은 '방실침입교사'.

정형외과장은 비서를 시켜 A교수의 연구실을 허락없이 들어가 진료기록 사본을 회수해 갔다.

정형외과장은 "A교수는 병원 규정을 위반하고 외래환자진료기록 사본을 보관하고 있었기 때문에 임상과장으로서 정당한 업무집행을 위해 연구실에 들어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연구실은 병원 소유이기 때문에 병원과 A교수의 추정적 승낙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법원은 진료과장의 죄를 인정하고 벌금형 70만원(선고유예)을 선고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교수 연구실은 병원 소유지만 방 주인인 교수의 '개인공간'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진료과장이 교수의 허락 없이 연구실에 들어가야 할 만큼 긴급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양측은 각각 무죄와 형이 너무 가볍다는 이유로 항소를 제기했지만 기각됐고, 대법원 역시 같은 결론을 내렸다.

④A교수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VS 병원장, 정형외과장 "아니다"

A교수는 방실침입교사 소송과 함께 병원장과 진료과장을 상대로 명예훼손, 업무방해 소송을 하나 더 진행했다.

A교수는 "병원장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위력으로 정당한 진료업무를 방해했다. 또 병원장과 진료과장이 공모해 안내문 및 책을 제작, 허위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의 판단은 진료방해 부분에 대해서는 병원장의 죄를 인정해 벌금 50만원(선고유예)을 선고했다. 명예훼손은 무죄.

재판부는 ▲학교법인에서 병원의 진료제한조치를 알고 있었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점 ▲A교수에 대한 진료제한조치가 병원장의 권한을 넘은 행위이기는 하지만 윤리적 이유와 경영상 이유가 있는 것으로 판단한 점을 고려했다.

1년 가까이 진행된 이 소송 역시 양측 모두 항소와 상고를 제기했으나 1심 판결이 뒤집어지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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