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의대 이 지경되도록 선생이란 사람들은 뭐했나"

박양명
발행날짜: 2013-02-15 06:59:52
  • 박종천 학장 읍소했지만 의학계 냉담…"교육환경 매우 유해하다"

"17년 동안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선생이란 사람들이 뭐했나. 10년 동안 안됐는데 앞으로 잘하겠다, 달라지겠다고 하는 말 믿을 수 없다."

부실교육의 온상으로 지목받고 있는 서남의대가 교육 정상화를 위한 방안까지 내놨지만 그 방안마저 부실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새누리당 박인숙, 민주통합당 이목희 의원은 14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공동개최한 '서남의대 학생교육권 보호를 위한 정책 간담회'를 개최했다.

서남의대 측은 마지막으로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지만 이 자리에 참석한 의학교육 전문가들과 박인숙, 이목희 의원의 반응은 냉담했다.

서남의대 박종천 학장은 의대 정상화 방안, 학년별 1학기 시간표 등을 소개했다.

그는 "그동안 의학교육인증평가 자료가 거짓이었고, 수련병원 지정을 받기 위해 자료를 허위로 작성한 것 모두 인정한다. 지금 서남의대는 과도기다. 앞으로 또 같은 잘못이 반복된다면 그 때 없애라. 마지막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간담회에 참석한 관계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임기영 의학교육인증단장은 "그동안 서남의대 정상화를 위해 같이 노력해보자고 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정상화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재학생들이 이 자리에 있으면 안된다"고 대못을 박았다.

이어 "학생실습이 그렇게 간단한 것 아니다. 현재 이 환경은 유해한 환경이다. 진정으로 정상화를 원한다면 학생이 없는 상태에서 교수진을 새로 다 뽑고, 교육병원을 만들고, 의평원 평가를 받은 후에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기영 단장
임 단장은 서남의대가 제안한 방안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교육 계획을 보고 '절망감'을 느꼈다고도 했다.

그는 "임상실습 환자가 없어도 모형으로 가능한 게 아니냐는 표현도 있고, 통합교육을 추진한다고 하는데 시간표는 통합교육과 전혀 상관없다. 의대 교수들한테 보여주면 다 기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외과학을 2년에 걸쳐 가르친다는 것도 이해가 안된다. 150년 전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이렇게 쉽게 생각하면 정말 곤란하다"고 질타를 퍼부었다.

교수진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기초학 교수가 6명, 임상교수가 31명이라고 돼 있는데 이들이 정말 서남의대 교수인지 모르겠다. 잠깐만 들여다봐도 교수 상당수가 80세가 넘는 20~30년대 생이다"고 환기시켰다.

전주 예수병원과 임상실습교육 약정를 체결해 학생들의 임상실습을 맡긴다는 것에 대한 우려도 쏟아졌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장협회 김병수 전문위원은 "예수병원이 임상실습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평가가 필요하다. 전공의 수련병원이지만 수련병원과 교육병원은 개념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수들이 학생들 교육에 올인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려는 자세가 돼 있어야 한다. 인턴제가 폐지되면 임상실습 교육의 질이 아주 중요하다. 예수병원에만 의지하는 것보다 전향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의사양성 교육은 과정이 중요하다. 의사면허증을 따면 끝난다라는 전제에서 이같은 교육의 폐해가 발생한다"고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현재 대통령령 대학설립운영규정 4조 2항에 따르면 의대를 갖고 있는 대학은 반드시 부속병원을 갖추거나 기준을 갖춘 병원에 위탁해 교육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자리에 참석한 토론자들은 예수병원이 학생실습을 위한 기준을 갖췄다고 할 수 있냐는 것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아주의대 허윤정 교수는 서남의대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검증하기 위한 협의체 구성을 제안하기도 했다.

허 교수는 "의대 교육과정은 의사면허증을 따기 위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교육과정이 아니다. 서남의대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특별한 TF팀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통합당 이목희 의원도 "TF는 한시적으로라도 운영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대신 여기에 학생과 학부모가 참여해야 한다"고 힘을 실었다.

박종천 학장 역시 "서남의대는 지금 도움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TF가 만들어진다면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병·의원 기사

댓글

댓글운영규칙
댓글을 입력해 주세요.
더보기
약관을 동의해주세요.
닫기
댓글운영규칙
댓글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으며 전체 아이디가 노출되지 않습니다.
ex) medi****** 아이디 앞 네자리 표기 이외 * 처리
댓글 삭제기준 다음의 경우 사전 통보없이 삭제하고 아이디 이용정지 또는 영구 가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1. 저작권・인격권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2. 상용프로그램의 등록과 게재, 배포를 안내하는 게시물
3. 타인 또는 제3자의 저작권 및 기타 권리를 침해한 내용을 담은 게시물
4. 욕설 및 비방, 음란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