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to the 의료계⑭ 박정희 최초 도입…의대간 신경전 치열
<메디칼타임즈>는 의료계의 과거의 다양한 모습을 짚어보고 이를 통해 현재와 미래를 바라보기 위해 'Back to the 의료계'를 연재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민주주의 사회에서 최고의 권력자인 대통령. 그 측근에서 건강을 돌보는 주치의는 현대판 '어의'로 불린다.
국가원수를 최측근에서 보필하는 자리이기에 당연히 최고의 실력을 갖춰야 하며, 그만큼 개인에게도, 그를 배출한 의과대학에도 영광이 아닐 수 없다.
박정희 대통령 최초 도입…서울의대 출신 압도적
그렇다면 과연 주치의 제도는 언제 도입됐고 지금까지 몇 명이 '어의'의 감투를 썼을까.
주치의 제도는 박정희 대통령이 지홍창 박사를 청와대에 입주시키면서 시작됐다.
지 박사는 종두법으로 잘 알려진 조선 후기의 의사 지석영 선생의 증손자로 대학병원이 아닌 개원의로 활동하고 있었지만 주치의로 전격 발탁돼 화제를 모았다.
이후 주치의들은 모두 대학병원에서 배출됐다. 박 대통령의 주치의도 지 박사에 이어 서울의대 민헌기 교수로 교체됐다.
이후 집권한 전두환 대통령은 가톨릭의대 성모병원장을 역임한 민병석 원장에게 건강을 맡겼다.
하지만 민 박사는 미얀마에서 대통령을 보필하던 중 아웅산 테러로 사망했고 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한용철 교수가 주치의를 이어 받은 뒤 서울대 종양내과 김노경 교수까지 이어진다.
이후에도 주치의는 서울의대의 독차지였다.
노태우 대통령은 서울의대 소화기내과 최규완 교수를 주치의로 임명했고, 김영삼 대통령은 서울의대 내분비내과 고창순 교수를 선택했다.
이후 김대중 대통령이 허갑범 교수를 주치의로 임명하면서 최초로 연세의대 출신 주치의가 탄생하게 된다.
또한 허 교수와 함께 장석일 성애병원 원장이 주치의가 되면서 박 대통령 이래 최초로 비 교수 출신 주치의로 이름을 남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주치의는 서울의대 소화기내과 송인성 교수가 맡았다. 특히 노 대통령은 사상 최초로 한방 주치의 제도를 도입하고 경희 한의대 신현대 교수를 임명해 주목받았다.
이후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에는 서울의대 순환기내과 최윤식 교수와 경희 한의대 최윤식 교수가 건강을 책임졌다.
18대 대통령에 취임한 박근혜 대통령의 주치의는 연세의대 산부인과 이병석 교수가 내정되면서 다시 한번 연대 시대를 열었다.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한 만큼 취임 전부터 여성 주치의에 무게가 실렸을 뿐 아니라 서울의대와 연세의대가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누가 주치의를 맡을지 관심을 모았다.
특히 그동안 내과 출신 교수들이 주치의를 맡았던 관례와 달리 최초로 산부인과 전문의 주치의가 탄생했다는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차관급 대우…대통령 친분이 발탁 기반
그렇다면 과연 주치의에게는 어떠한 권한이 주어질까.
많은 이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주치의에게 주어지는 권한과 대우는 그리 많지 않다.
우선 차관급 대우를 받지만 무보수 명예직이며 정책 제안 등을 할 수 있는 권한도 없다.
그렇지만 국가 원수의 건강을 책임진다는 점에서 개인과 출신 대학에 상당한 영예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
이 때문에 새로운 정권이 출범하면 의대들은 주치의 임명에 촉각을 기울이며 대내외적으로 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주치의의 임명은 사실상 전적으로 대통령의 선택에 달려있다. 지금까지 임명된 주치의들은 대부분 당선 이전부터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경우가 많았다.
가장 최근에 주치의를 맡았던 서울의대 최윤식 교수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돈이다. 자신의 건강을 믿고 맡기기에 친인척만한 사람이 없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주치의인 서울의대 고창순 교수는 고등학교 후배이자 조깅 멤버로 여당 대표시절부터 인연을 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건강을 책임졌던 연세의대 허갑법 교수는 당시 김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건강 이상설을 잠재운 1등 공신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은 각각 고등학교 후배를 주치의로 임명한 케이스다.
연세의대 한 교수는 "이병석 주치의 내정자 또한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대표 시절부터 인연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가능하면 자신이 오래 보아 온 의사에게 신뢰가 가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