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희-김종대, 철지난 이야기로 다 써버린 10분

박양명
발행날짜: 2013-06-22 06:20:01
  • 현장국회 현안보고에서 글리벡 400mg 보험등재 황당한 질의 응답

건보공단, 국회에 현안 보고

10분. 국회의원들이 기관장에게 질의할 수 있는 시간이다. 기관장들이 답변하는 시간도 10분에 포함되기 때문에 국회의원들은 답변을 경청하려 하기보다는 질의를 먼저 늘어놓기 바쁘다.

1초도 아까운 이 상황에서 통합진보당 김미희 의원과 건강보험공단 김종대 이사장은 철지난 이야기로 10분을 다썼다.

주제는 '백혈병약 글리벡 400mg의 보험등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1일 건보공단과 국민연금공단의 현안을 보고받았다.

공단 김종대 이사장의 업무보고 후 이뤄진 1차 질의에서 김미희 의원은 글리벡 400mg 보험등재가 제약사 이익 때문에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글리벡은 다국적 제약사인 노바티스의 오리지널약으로 현재 우리나라에는 100mg만 등재돼 있다. 100mg 약값은 2만 1281원이다. 2009년 400mg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김미희 의원은 "400mg을 보험등재하면 100mg 가격의 2.5~3배 정도 가격으로만 책정돼도 환자들은 금전적 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환자들의 건강도 걱정했다.

그는 "100mg을 하루에 4알씩 복용하면 돈만 문제 되는 게 아니라 철 중독을 유발할 수도 있다. 건강에도 안좋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종대 이사장은 적극 공감하며 "아직 400mg 이야기는 금시초문이다. 공단은 보건복지부에서 협상하라는 오더가 떨어지면 약가협상을 하는데 그런 명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부를 해서 복지부에나 심평원에나 필요한 부분이 건의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종대 이사장(왼쪽)과 김미희 의원
하지만 김미희 의원과 김종대 이사장의 대화는 전혀 영양가가 없는 내용이었다.

왜냐하면 글리벡의 물질특허가 종료되면서 국내 제약사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제네릭을 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용량도 100mg뿐 아니라 200mg, 400mg 등 고용량도 나와있다. 약값 역시 최저 1만 4141원에서 최고 3만 6178원으로 책정된 상태다.

저가약 대체처방 및 조제를 권장하고 있는 정부 입장에서는 환자들에게 제네릭 약을 먹어야 한다고 홍보에 나서야 할 판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미희 의원은 쌩뚱맞게 오리지널약인 글리벡 400mg의 보험등재를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여기에 김종대 이사장은 적극 공감하며 적극적으로 알아보겠다는 황당한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해묵은 키워드 내세운 안철수 의원…비급여 고민하는 김희국 의원

안철수 의원(위)과 김희국 의원
일거수 일투족 관심을 받고 있는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보건복지위원회에서는 그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해묵은 키워드인 '예방'을 내세웠다. 산적해 있는 보건의료 현안에 대한 지적은 없었다.

복지위원 중 유일하게 슬라이드 자료까지 써가며 아이디어까지 냈다.

진료보다는 '예방'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것이 주 내용으로 OECD 대비 우리나라 국민 의료비 규모, 본인부담지출 수준, 2025년 국민의료비 예측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새누리당 김희국 의원과 김종대 이사장은 건강보험제도 자체에 대해 고민을 나눴다.

김 의원은 "의료비 수요가 계속 증가하면 보험료도 계속 올릴건가"라고 질의하며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는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쫓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도달할 수 없는 목표를 갖고 도달할 수 있는 것처럼 얘기하고 있다. 80%를 보장한다면서 보험료는 크게 안올리고 비급여 제도를 없앨 수 있다고 보는가"라고 잇달아 문제를 제기했다.

김종대 이사장도 공감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김 이사장은 "전국민 건강보험 강제가입, 수가 기준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의료는 공공적 성격이 강하다. 병원 운영자 입장에서는 수가만 받아서는 경영이 힘들기 때문에 비급여가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은 혼합진료가 없다. 우리나라는 혼합진료를 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나오는 것이다. 이 부분까지를 계산해서 비급여를 없애는 방안을 고민하지 않으면 두마리, 세마리 토끼도 못잡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비급여 문제를 해결하려고 천지가 머리를 싸매고 있다"면서 "공단은 정책 결정을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현장에서 느끼는 것을 담아서 방안을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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