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중증환자 기피·동시수술 감소…"의료질보다 적자 걱정"
정부가 DRG를 종합병원급 의료기관까지 확대 시행한 지 3개월 째. 당초 의료계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을까.
최근 <메디칼타임즈>가 임상현장을 지키고 있는 의료진을 취재한 결과 DRG 시행 이후 진료패턴의 변화는 여전히 진행 중이며 일부 의료진은 그에 따른 자괴감을 느낀다고 호소했다.
다만, 상당수 의료진은 1년 후 데이터가 나와봐야 분명해질 것이라며 공식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워 했다.
실제로 일부는 직·간접적인 병원 측의 압박으로 진료패턴에 변화가 있다고 털어놨다.
또 일부 의료진은 DRG 시행 이후에도 기존의 진료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해 1년 후 데이터를 예측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분명한 것은 3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의료진들은 DRG제도에 대해 우려섞인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이 이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일까.
A대학병원 한 교수는 "DRG 질환의 환자일 경우 리스크가 높은 중증환자를 기피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기 시작했다"고 했다.
리스크 높은 환자를 많이 치료하면 인정을 받아야하는 게 마땅하지만, 치료과정에서 환자를 진료할 때마다 적자를 낸다면 병원 입장에선 좋아할리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요즘 대학병원 의료진들은 수시로 진료실적을 평가받는다. 그런데 해당 질환에 대한 DRG 수가는 정해져 있고 해당 환자에게 얼마만큼의 비용이 발생할 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리스크 높은 환자 치료에 적극 나설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B대학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과거에 비해 유착방지제, 지혈제 사용을 주저하게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DRG 시행 전에는 환자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애매한 경우 유착방지제나 지혈제를 사용했지만, 요즘엔 사용하지 않는다"면서 "환자의 상태가 심각할 때만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또 유착방지제나 지혈제를 사용하더라도 효과가 좋은 고가보다는 저렴한 것을 선택하게 되더라고 했다.
그는 물론 비용적인 측면에선 꼭 필요할 때만 사용하기 때문에 긍정적이지만, 환자의 수술 만족도는 낮아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정부가 말하는 DRG지표에는 환자 사망률, 재입원율만 존재할 뿐 의료의 질은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복강경 수술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복강경 수술을 주로 하는 모 산부인과 교수는 "이전까지는 수시로 더 좋은 장비가 나오면 관심을 갖고 어떻게 도입할 것인가 고민했는데 이제는 비용을 아낄 수 있는 부속품이라도 재활용 가능한 장비에 눈길이 간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국내 복강경 수술 수준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명성을 이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비용절감 측면에선 효과가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의학발전에는 뒤처질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의료진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동시수술 건수의 변화였다.
이는 DRG 시행 전부터 지적했던 문제로 3개월째에 접어들면서 동시수술을 중단하는 경향은 더욱 가속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오히려 안과, 이비인후과 등 동시수술 비중이 높은 진료과는 가산수가도 높게 책정돼 계속 유지하고 있지만 상황이 다른 산부인과는 기피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가령, 과거에는 자궁근종을 수술하면서 유방혹이나 갑상선혹 제거술도 함께 진행했지만 요즘에는 현저히 감소했다.
한 의료진은 "산부인과 내에서의 동시수술도 문제지만 외과 등 타과와 연계해 진행하는 동시수술은 더욱 줄었다"면서 "타과에 의뢰하는 것도 부담스러울 정도"라고 전했다.
정부가 동시수술에 대한 수가를 가산해 준다고 하지만, 환자 케이스에 따라 적자를 감수해야하는 일이 상당수 있다는 게 의료진들의 전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의료진은 극단적인 부작용 사례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C대학병원 의료진은 "지금은 로봇수술이 고가여서 현실적으로 어렵겠지만 몇년후 비용이 내려가고 대중화되면 DRG수가에 묶여 있는 수술방법 대신 비급여로 인정되는 로봇수술을 선택할 의료진이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계의 우려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포괄수가제는 전세계적 추세로 피해갈 수 없는 제도"라면서 "계속해서 문제점을 보완해 국내 의료환경에 맞는 제도로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메디칼타임즈>가 임상현장을 지키고 있는 의료진을 취재한 결과 DRG 시행 이후 진료패턴의 변화는 여전히 진행 중이며 일부 의료진은 그에 따른 자괴감을 느낀다고 호소했다.
다만, 상당수 의료진은 1년 후 데이터가 나와봐야 분명해질 것이라며 공식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워 했다.
실제로 일부는 직·간접적인 병원 측의 압박으로 진료패턴에 변화가 있다고 털어놨다.
또 일부 의료진은 DRG 시행 이후에도 기존의 진료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해 1년 후 데이터를 예측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분명한 것은 3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의료진들은 DRG제도에 대해 우려섞인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이 이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일까.
A대학병원 한 교수는 "DRG 질환의 환자일 경우 리스크가 높은 중증환자를 기피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기 시작했다"고 했다.
리스크 높은 환자를 많이 치료하면 인정을 받아야하는 게 마땅하지만, 치료과정에서 환자를 진료할 때마다 적자를 낸다면 병원 입장에선 좋아할리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요즘 대학병원 의료진들은 수시로 진료실적을 평가받는다. 그런데 해당 질환에 대한 DRG 수가는 정해져 있고 해당 환자에게 얼마만큼의 비용이 발생할 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리스크 높은 환자 치료에 적극 나설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B대학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과거에 비해 유착방지제, 지혈제 사용을 주저하게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DRG 시행 전에는 환자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애매한 경우 유착방지제나 지혈제를 사용했지만, 요즘엔 사용하지 않는다"면서 "환자의 상태가 심각할 때만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또 유착방지제나 지혈제를 사용하더라도 효과가 좋은 고가보다는 저렴한 것을 선택하게 되더라고 했다.
그는 물론 비용적인 측면에선 꼭 필요할 때만 사용하기 때문에 긍정적이지만, 환자의 수술 만족도는 낮아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정부가 말하는 DRG지표에는 환자 사망률, 재입원율만 존재할 뿐 의료의 질은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복강경 수술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복강경 수술을 주로 하는 모 산부인과 교수는 "이전까지는 수시로 더 좋은 장비가 나오면 관심을 갖고 어떻게 도입할 것인가 고민했는데 이제는 비용을 아낄 수 있는 부속품이라도 재활용 가능한 장비에 눈길이 간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국내 복강경 수술 수준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명성을 이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비용절감 측면에선 효과가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의학발전에는 뒤처질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의료진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동시수술 건수의 변화였다.
이는 DRG 시행 전부터 지적했던 문제로 3개월째에 접어들면서 동시수술을 중단하는 경향은 더욱 가속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오히려 안과, 이비인후과 등 동시수술 비중이 높은 진료과는 가산수가도 높게 책정돼 계속 유지하고 있지만 상황이 다른 산부인과는 기피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가령, 과거에는 자궁근종을 수술하면서 유방혹이나 갑상선혹 제거술도 함께 진행했지만 요즘에는 현저히 감소했다.
한 의료진은 "산부인과 내에서의 동시수술도 문제지만 외과 등 타과와 연계해 진행하는 동시수술은 더욱 줄었다"면서 "타과에 의뢰하는 것도 부담스러울 정도"라고 전했다.
정부가 동시수술에 대한 수가를 가산해 준다고 하지만, 환자 케이스에 따라 적자를 감수해야하는 일이 상당수 있다는 게 의료진들의 전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의료진은 극단적인 부작용 사례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C대학병원 의료진은 "지금은 로봇수술이 고가여서 현실적으로 어렵겠지만 몇년후 비용이 내려가고 대중화되면 DRG수가에 묶여 있는 수술방법 대신 비급여로 인정되는 로봇수술을 선택할 의료진이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계의 우려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포괄수가제는 전세계적 추세로 피해갈 수 없는 제도"라면서 "계속해서 문제점을 보완해 국내 의료환경에 맞는 제도로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영 보험위원장이 생각하는 DRG의 문제점 |
"진짜 문제는 DRG 등 의료제도 개발과정을 의사가 주도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산부인과학회 이근영 보험위원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DRG제도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적했다. 당장 DRG시행 전부터 질병분류 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의료진은 의견만 제시할 뿐 이를 주도하지 않다보니 늘 한계에 부딪쳐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일본 등 다른 국가들은 임상의사가 관리자를 맡고 그들을 중심으로 질병분류 체계를 정하고 이를 제도에 반영한다"면서 "한국은 의사는 진료에만 열중할 뿐 제도개발 관리자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의료정책에 의료진의 의견은 늘 반영이 안되다보니 다들 자포자기하고 결국엔 주어진 상황에 끌려가고 있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근영 보험위원장은 DRG제도 시행 이후의 변화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그는 "의료진의 진료패턴에 변화가 생기고 의료왜곡 현상이 우려되는 데 다들 지켜보고만 있다"면서 "아직까지 시행 초기라 기존 진료를 유지하는 의사들도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행위별수가와 달리 DRG수가로 묶이면서 의료진들은 자신이 노력한 것에 대해 수가를 인정 못받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박탈감을 느끼기도 한다"면서 "이 또한 결코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