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0대 뉴스아청법 뜨거운 감자 부상, 진주의료원 폐업
메디칼타임즈가 선정한 2013 의료계 10대 뉴스⑥정부의 원격의료 강행…의-정 갈등 도화선
다사다난했던 2013년이 저물어가고 있다. 올해 의료계는 대형 리베이트 사건, 원격진료 시행 논란 등으로 격동의 한해를 보냈다.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고, 갑오년 새해를 맞이하자.[편집자 주]
올해 의료계 최대 이슈를 꼽으라면 무엇보다 정부의 원격의료 추진과 이로 인해 촉발된 의-정 갈등이다.
논란의 시발이 된 것은 복지부의 국정감사를 통한 '원격의료'를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 하면서부터다.
보건복지부 이영찬 차관은 10월 14일 국정감사 주요업무 보고를 통해 "의료인간 허용된 원격의료를 환자와 의사로 확대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연내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의사협회 등 의료계는 화상진료 등 어떤 형식이라도 원격진료 강행시 환자 안전과 동네의원 경영 악화 등을 우려하며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예고했다.
의료계의 압박에도 아랑곳없이 복지부는 29일 예고한 대로 의사와 환자간 원격진료 허용을 골자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동네의원, 즉 1차 의료기관들은 환자를 원격으로 진료하는 것은 물론, 진단과 처방도 가능하게 규정했다.
이에 의료계는 원격진료의 안전성 문제와 함께 동네의원들의 경영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대정부 투쟁의 일환으로 전국의사대회를 개최했다.
현재 원격의료에는 야당뿐 아니라 보건의료노조와 시민단체, 한의사협회, 치협, 약사회, 간호협회 등이 함께 공동전선을 구축하고 있어 19대 국회내 통과는 어렵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편 의사협회 노환규 회장은 신임 문형표 복지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원격의료 관련 의료법 개정안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총파업도 불사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어 당분간 진통은 지속될 전망이다.
⑦의사 옭죄는 아청법 "진료하기 겁난다"
성범죄를 저지른 의사에 대해 10년간 진료를 금지한 아동·청소년 성보호법(이하 아청법)이 올해 의료계의 뜨거운 감자로 등장했다.
2012년 8월 2일 개정된 아청법은 아동과 청소년, 성인 대상 성범죄로 형 또는 치료감호를 선고 받아 확정된 의사는 그 형 또는 치료감호의 전부 또는 일부의 집행을 종료하거나 집행이 유예, 면제된 날로부터 10년간 의료기관에 근무할 수 없다.
지난 9월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이 주최하고, 의협, 치협, 간협, 병협이 공동 주관한 '아청법 합리적인 개선방안' 정책 토론회에서 이 법의 문제점을 집중 분석했다.
임병석 의협 법제이사는 "이 법은 성범죄자로부터 아동과 청소년을 보호하는 것임에도 성범죄를 행한 의료인을 모든 의료기관에 취업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임 법제이사는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 병리과 등의 의사까지 취업제한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의료계는 아청법이 아동과 청소년 대상 성 범죄자를 체계적으로 관리해 이들을 보호하는 것임에도 성인 대상 범죄자까지 포함해 10년간 취업을 제한하는 것은 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법 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은 최근 성인 대상 성범죄의 경우, 금고형으로 확정될 때에 한해 10년 동안 취업을 제한하는 아청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⑧하루가 멀다하고 법정에 모인 제약·의료인들
작년까지 업계 45년 이상 부동의 1위를 지켜온 동아제약(현 동아ST). 최장수 기업 동화약품. 여기에 대웅제약, 일양약품, 대화제약, 신풍제약까지.
이들의 공통점은 올해 검찰 등에 과거 리베이트가 적발된 제약사들이다.
이 중에서도 동아제약 사건은 가장 큰 파장을 낳았다.
쌍벌제 이후 사건이었고 이후 법원 판결에서 연루 의료인들에게 벌금형이 선고돼 면허정지가 기정사실화됐기 때문이다.
실제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의료인 중 일부는 항소를 포기해 최소 2개월에서 최대 1년까지 면허정지 처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 사건은 공판만 10차례 가까이 열려 사건 연루 당사자은 법정에서 큰 심적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리베이트 사건은 제약사 대표들의 줄사임으로 이어졌다.
우연의 일치 마냥 신풍제약, 대화제약, 동화약품 등의 수장이 리베이트 사건 적발 후 사임했다.
끝나지 않는 제약업계의 리베이트 적발 소식.
한미약품의 CP팀 신설 등의 제약업계의 리베이트 자정 노력이 내년에는 결실을 맺을지 주목된다.
⑨진주의료원 끝내 폐업…재개원 논란 여전
공공의료 정책의 말살일까, 무능한 경영에 대한 대가일까.
진주의료원의 폐업은 올 한해 의료계는 물론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며 지방의료원의 허와 실에 대해 다시한번 고민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특히 지방의료원 첫 폐업조치 사례라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있었다.
이는 단순히 경영이 어려운 지방의료원이 문을 닫았다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공공병원에 대한 정부의 실질적인 지원방안을 고민하게 됐으며 건강한 적자란 무엇인가에 대해 논의하게 됐다.
한발 더 나아가 여야간 갈등으로 번지면서 정치적인 논쟁으로 비화되기도 했다. 야당은 공공의료를 말살하고 있다며 경남도의 폐업조치를 막았고, 여당은 홍준표 경남도지사를 지지했다.
가장 피해를 본 것은 진주의료원에 입원한 환자들. 이들은 인근 병원으로 전원조치 됐으며 그 중 일부 환자는 몇일 후 사망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진주의료원을 둘러싼 논란싼 여전히 진통 중이다.
경남도 측은 내년 초 진주의료원 매각을 추진한다고 밝혔지만, 일각에선 여전히 진주의료원 재개원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특히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진주의료원 매각을 승인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며 진주의료원의 재개원을 촉구하는 시민단체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경남도가 의료원 청산 및 매각을 강행할 수 있을지 더욱 귀추가 주목된다.
2014년 진주의료원의 행방은 여전히 물음표로 남아있다.
⑩올해도 신약 삭감 태풍…의사도 환자도 멘붕
지난 4월경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팀은 그야말로 멘붕이었다. B형간염신약 '비리어드(테노포비어)'를 쓴 이후 삭감률이 50%까지 육박했기 때문이다.
당시 이 병원 A교수는 기자와 만나 "최신지견 등을 바탕으로 소신 처방을 했고 결과 또한 만족스러웠다. 삭감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메디칼타임즈>가 이런 상황을 최초 보도한 후 복지부는 이례적으로 빠르게 7월부터 B형간염치료제 단독 내성에 단독 요법을 인정하는 급여 기준을 내놨다.
A교수는 "무조건 신약이 나왔다고 쓰는 건 아니다. 최신지견에 맞는 진료가 우선이다. 하지만 삭감이 신경 쓰이는 게 사실이다. 기본적인 의학적 양심조차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최근에는 와파린 이후 60년 만에 나온 차세대 경구용 항응고제들이 삭감 태풍 주인공들이다.
와파린보다 효능이 월등히 좋다는 것이 대규모 임상을 통해 입증됐지만 급여는 '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 중 고위험군에서 와파린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만 이뤄진다.
이유는 와파린이 차세대 항응고제보다 수십배 저렴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대학병원 교수들의 하소연이다.
지난 4월 대한개원내과의사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의사들의 폭풍 관심을 불러일으킨 '삭감액 0원 도전하기' 강의.
의료진들은 '최신 지견에 따라 소신 처방하는 삭감된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깔린 한국만의 특수한 의료 환경이 불러온 웃지 못할 현상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