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법 위반 무방비 노출…"내부고발 걸리면 사기죄까지 적용"
약사법 제23조 1항에 따르면 약사 및 한약사가 아니면 의약품을 조제할 수 없다.
다만 같은 법 제23조 4항은 병원 입원환자에 대해서는 의사가 '직접 조제'할 수 있는 길을 열어뒀다.
이에 따라 의료법 시행규칙은 의료기관 종별로 반드시 갖춰야 할 약사수를 정해놓고 있다.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중 100병상 이하는 주당 16시간 이상 시간제 근무 약사를 둘 수 있지만 100병상을 초과하는 병원은 무조건 1명 이상의 약사를 고용해야 한다.
예들 들어 300~499병상은 연평균 1일 입원환자를 80명으로 나눈 수와 외래환자 원내조제 처방전을 75매로 나눈 수를 합한 수 이상의 약사를 두도록 했다.
이같은 법정 약사인력을 갖춘다고 해서 약사법 위반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병원에서 약사가 주 40시간 근무하면서 24시간, 365일 조제하기 위해서는 최소 5명 이상이 근무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병원경영분석' 통계집을 보면 병원 약사 근무 실태가 여실히 드러난다.
100병상당 약사수를 보면 전체 평균이 1.5명에 불과하다.
병원 종별로 보면 상급종합병원이 3.3명, 300병상 이상이 1.7명, 160~299병상이 0.8명, 160병상 미만이 1.2명, 병원이 0.9명으로 집계됐다.
그나마 대도시 병원은 형편이 나은 셈이다.
전체 평균이 1.9명이며, 상급종합병원이 3.5명, 300병상 이상이 2.0명, 160~299병상이 1.1명, 160병상 미만이 1.6명, 병원이 1.0명이었다.
반면 중소도시의 경우 전체 평균이 1.2명으로 떨어지고, 상급종합병원이 2.8명, 300병상 이상이 1.6명, 160~299병상이 0.6명, 160병상 미만이 1.0명, 병원이 0.8명에 불과했다.
100병상당 병원 약사 1.5명 불과 "약사법 위반 노출"
따라서 의료법상 인력을 갖췄다고 하더라도 대학병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병원들은 약사들이 주간에만 근무한다는 점에서 약사법 위반에 노출돼 있는 게 현실이다.
여기에다 약사법상 입원환자에 대해서는 의사가 조제할 수 있지만 '직접조제' 요건을 너무 엄격하게 적용하면서 사실상 의사가 약을 약봉지에 넣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바로 대법원 판례 때문이다.
대법원은 2007년 의사의 지시에 따라 간호사나 간호조무사, 조제실 직원이 조제할 때 이를 의사 자신의 직접 조제로 평가할 수 있는 법률상 조건을 제시했다.
대법원은 "의사가 실제 간호사 등의 조제행위를 구체적이고 즉각적으로 지휘 감독했거나 적어도 의료기관 규모, 입원환자 수, 조제실 위치, 사용된 약의 종류와 효능 등에 비춰 그런 지휘 감독이 실질적으로 가능한 것으로 인정돼야 한다"고 못 박았다.
의사의 구체적이고, 즉각적으로 지휘감독 수준이 명확하진 않지만 대법원 판례대로 하자면 의사가 직접 약을 조제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약을 조제하는 간호사나 간호조무사 옆에서 지켜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든지 정부든, 보건소든, 병원 내부고발자든 걸면 걸린다는 것이다.
메디칼타임즈가 보도한 H병원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병원은 내부 고발로 경찰 수사를 받았고, 무자격자 조제에 따라 약사법 위반, 사기죄가 적용돼 홍 모 원장은 2000만원 벌금형이 확정됐다.
여기에다 무자격자 조제에 따른 조제료 18억여원 환수처분을 받았고, 병원은 10개월 업무정지처분이 예고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병원들은 이같은 약사법 규정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다.
300병상을 갖춘 A병원은 현재 약사가 1명 근무중이다.
기자는 이 병원 이사장에게 약사가 근무하지 않는 시간에는 누가 약을 봉지에 담는지 물었다.
그는 "의사가 처방을 내면 당연히 간호사가 하는 게 아니냐"고 대답했다.
병원협회도 H병원 사태를 개별 병원의 문제로 치부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H병원은 약사법 제23조 4항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의사가 간호사나 간호조무사에게 약을 조제하도록 지시하고, 이를 일반적 수준에서 지도감독하는 게 아니라 의사가 사실상 '직접 조제'하도록 한 약사법 규정은 의사의 진료권을 침해한다는 게 헌법소원심판의 요지다.
이를 위해 H병원은 병협에 협조를 요청했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병협 관계자는 "의약분업의 취지는 의사가 처방하고, 약사가 조제하는 것"이라며 "H병원의 경우 이를 위반했고, 사기죄까지 적용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C병원 원장은 "약사를 구할 수 있는데 채용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있지만 도저히 구할 수가 없는데 어쩌란 말이냐"고 되물었다.
"내부고발 걸리면 끝장…단순히 진료비 환수로 끝나지 않는다"
그러나 제도적인 개선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의료기관들은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다.
바로 의료기관의 약사법 위반을 주시하는 눈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2012년 10월 의료소비자 권리찾기 운동연대(공동대표 전경수, 구본호·이하 의권연)는 정신건강의학과가 무자격자 조제를 하고 있다며 72개 정신과를 고발했다.
당시 의권연 구본호 공동대표는 "약물의 오남용 예방은 엄격한 관리에서 출발해야 한다"면서 "약사법에 의사의 직접조제에 한해 분업 예외 규정을 명시한 것도 그만큼 향정약 등의 부작용이 크고 관리체계가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의권연의 고발 조치는 전의총이 성남시와 서울시 송파구 소재 약국에 대해 전수조사를 벌여 위법행위가 드러난 기관을 고발하겠다고 발표하자 맞불을 놓은 것이다.
이는 의-약 갈등이 촉발되면 약계가 언제든지 약사법 위반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에 따르면 의권연이 고발한 정신과의원 대부분이 무혐의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의사의 직접조제를 둘러싼 논란은 현재 진행형인 것만은 틀림 없는 사실이다.
의료기관들이 무자격자 조제에 노출된 이상 내부고발은 또 하나의 시한폭탄이다.
현두륜(법무법인 세승) 변호사는 "과거에는 의료기관이 약사법 위반으로 적발되더라도 조제료 환수에 그쳤지만 H병원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기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환기시켰다.
특히 현 변호사는 "병원 직원의 내부 고발에 따라 식대 가산, 식당 직영 가산에 대해 사기죄로 고발된 사례가 적지 않다"면서 "무자격자의 약 조제 역시 이런 사건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같은 법 제23조 4항은 병원 입원환자에 대해서는 의사가 '직접 조제'할 수 있는 길을 열어뒀다.
이에 따라 의료법 시행규칙은 의료기관 종별로 반드시 갖춰야 할 약사수를 정해놓고 있다.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중 100병상 이하는 주당 16시간 이상 시간제 근무 약사를 둘 수 있지만 100병상을 초과하는 병원은 무조건 1명 이상의 약사를 고용해야 한다.
예들 들어 300~499병상은 연평균 1일 입원환자를 80명으로 나눈 수와 외래환자 원내조제 처방전을 75매로 나눈 수를 합한 수 이상의 약사를 두도록 했다.
이같은 법정 약사인력을 갖춘다고 해서 약사법 위반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병원에서 약사가 주 40시간 근무하면서 24시간, 365일 조제하기 위해서는 최소 5명 이상이 근무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병원경영분석' 통계집을 보면 병원 약사 근무 실태가 여실히 드러난다.
100병상당 약사수를 보면 전체 평균이 1.5명에 불과하다.
병원 종별로 보면 상급종합병원이 3.3명, 300병상 이상이 1.7명, 160~299병상이 0.8명, 160병상 미만이 1.2명, 병원이 0.9명으로 집계됐다.
그나마 대도시 병원은 형편이 나은 셈이다.
전체 평균이 1.9명이며, 상급종합병원이 3.5명, 300병상 이상이 2.0명, 160~299병상이 1.1명, 160병상 미만이 1.6명, 병원이 1.0명이었다.
반면 중소도시의 경우 전체 평균이 1.2명으로 떨어지고, 상급종합병원이 2.8명, 300병상 이상이 1.6명, 160~299병상이 0.6명, 160병상 미만이 1.0명, 병원이 0.8명에 불과했다.
100병상당 병원 약사 1.5명 불과 "약사법 위반 노출"
따라서 의료법상 인력을 갖췄다고 하더라도 대학병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병원들은 약사들이 주간에만 근무한다는 점에서 약사법 위반에 노출돼 있는 게 현실이다.
여기에다 약사법상 입원환자에 대해서는 의사가 조제할 수 있지만 '직접조제' 요건을 너무 엄격하게 적용하면서 사실상 의사가 약을 약봉지에 넣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바로 대법원 판례 때문이다.
대법원은 2007년 의사의 지시에 따라 간호사나 간호조무사, 조제실 직원이 조제할 때 이를 의사 자신의 직접 조제로 평가할 수 있는 법률상 조건을 제시했다.
대법원은 "의사가 실제 간호사 등의 조제행위를 구체적이고 즉각적으로 지휘 감독했거나 적어도 의료기관 규모, 입원환자 수, 조제실 위치, 사용된 약의 종류와 효능 등에 비춰 그런 지휘 감독이 실질적으로 가능한 것으로 인정돼야 한다"고 못 박았다.
의사의 구체적이고, 즉각적으로 지휘감독 수준이 명확하진 않지만 대법원 판례대로 하자면 의사가 직접 약을 조제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약을 조제하는 간호사나 간호조무사 옆에서 지켜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든지 정부든, 보건소든, 병원 내부고발자든 걸면 걸린다는 것이다.
메디칼타임즈가 보도한 H병원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병원은 내부 고발로 경찰 수사를 받았고, 무자격자 조제에 따라 약사법 위반, 사기죄가 적용돼 홍 모 원장은 2000만원 벌금형이 확정됐다.
여기에다 무자격자 조제에 따른 조제료 18억여원 환수처분을 받았고, 병원은 10개월 업무정지처분이 예고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병원들은 이같은 약사법 규정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다.
300병상을 갖춘 A병원은 현재 약사가 1명 근무중이다.
기자는 이 병원 이사장에게 약사가 근무하지 않는 시간에는 누가 약을 봉지에 담는지 물었다.
그는 "의사가 처방을 내면 당연히 간호사가 하는 게 아니냐"고 대답했다.
병원협회도 H병원 사태를 개별 병원의 문제로 치부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H병원은 약사법 제23조 4항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의사가 간호사나 간호조무사에게 약을 조제하도록 지시하고, 이를 일반적 수준에서 지도감독하는 게 아니라 의사가 사실상 '직접 조제'하도록 한 약사법 규정은 의사의 진료권을 침해한다는 게 헌법소원심판의 요지다.
이를 위해 H병원은 병협에 협조를 요청했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병협 관계자는 "의약분업의 취지는 의사가 처방하고, 약사가 조제하는 것"이라며 "H병원의 경우 이를 위반했고, 사기죄까지 적용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C병원 원장은 "약사를 구할 수 있는데 채용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있지만 도저히 구할 수가 없는데 어쩌란 말이냐"고 되물었다.
"내부고발 걸리면 끝장…단순히 진료비 환수로 끝나지 않는다"
그러나 제도적인 개선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의료기관들은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다.
바로 의료기관의 약사법 위반을 주시하는 눈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2012년 10월 의료소비자 권리찾기 운동연대(공동대표 전경수, 구본호·이하 의권연)는 정신건강의학과가 무자격자 조제를 하고 있다며 72개 정신과를 고발했다.
당시 의권연 구본호 공동대표는 "약물의 오남용 예방은 엄격한 관리에서 출발해야 한다"면서 "약사법에 의사의 직접조제에 한해 분업 예외 규정을 명시한 것도 그만큼 향정약 등의 부작용이 크고 관리체계가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의권연의 고발 조치는 전의총이 성남시와 서울시 송파구 소재 약국에 대해 전수조사를 벌여 위법행위가 드러난 기관을 고발하겠다고 발표하자 맞불을 놓은 것이다.
이는 의-약 갈등이 촉발되면 약계가 언제든지 약사법 위반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에 따르면 의권연이 고발한 정신과의원 대부분이 무혐의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의사의 직접조제를 둘러싼 논란은 현재 진행형인 것만은 틀림 없는 사실이다.
의료기관들이 무자격자 조제에 노출된 이상 내부고발은 또 하나의 시한폭탄이다.
현두륜(법무법인 세승) 변호사는 "과거에는 의료기관이 약사법 위반으로 적발되더라도 조제료 환수에 그쳤지만 H병원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기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환기시켰다.
특히 현 변호사는 "병원 직원의 내부 고발에 따라 식대 가산, 식당 직영 가산에 대해 사기죄로 고발된 사례가 적지 않다"면서 "무자격자의 약 조제 역시 이런 사건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