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경쟁에 따른 폐업 늘면서 의원 형태, 입지 선호도 크게 변화
"개원시장이 죽었다는 말이 나온지 한 10년은 된 것 같네요."
봉직 시장의 인기는 날로 높아지고 있는 반면 개원시장은 침체기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개원 예정의를 위한 신용 대출 한도 축소에 따라 공동 개원 형태가 유행하기도 하고, 높아지는 폐업률에 양도양수 선호나 신도시로 이전하는 현상도 눈에 띄는 변화다.
전통적으로 갑의 위치에 있던 임대인 역시 한번 들어오면 잘 나가지 않는 병의원을 모시기 위해 1년간 렌트프리 등의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우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게 됐다.
지난 10년간 개원시장 침체가 만든 개원 환경의 변화들을 짚어봤다.
죽을 사(死)는 옛말…4층, 알짜배기 개원 입지로
병의원이 가장 기피했던 층은 몇 층일까. 과거에는 숫자 4가 죽을 사(死)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만으로 금기의 대상이 된 적이 있다.
하지만 최근엔 4층뿐 아니라 가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 기피됐던 5층 이상도 개원 입지로의 선호도가 크게 치솟고 있다.
2008년 서울에 개원한 M내과 원장도 이런 경우다.
그는 "병의원 개원 자리를 알아보던 중 4층이 환자 접근성과 낮은 임대료의 절충점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이제는 환자들도 4층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진 상황이라 굳이 4층을 꺼릴 이유는 없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요즘 병의원은 4층을 영어 표기 'Four'로 하는 대신 숫자 4를 그대로 표기하는 경우도 흔하게 볼 수 있다. 또 4층의 분양가나 임대료는 1층에 비해 적게는 절반 수준에서 많게는 25% 수준으로 형성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띄는 요인.
상가뉴스레이더 선종필 대표는 "병의원의 폐업률이 높아지면서 임대료 등 고정 비용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 형태의 개원을 우선 순위로 꼽는 원장들이 늘고 있다"면서 "이에 따른 변화 중 하나가 바로 병의원의 고층화"라고 전했다.
그는 "10여년 전만해도 4층을 기피하던 현상이 있었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면서 "1~3층에 비해 낮은 임대료나 분양가 때문에 메디칼 개원 입지로 4층 선호도가 높다"고 밝혔다.
2011년 하반기 그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지역 상가 27개 중 4층에 병의원 입점 계획을 하고 있는 상가는 14개에 달했다. 무려 51%가 넘어가는 수치다.
낮은 임대료와 분양가도 병의원 입지 선호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3.3m²당 분양가가 3천만원 이상에 육박하는 1층의 분양가에 비해 4층은 평균 1천만원 안팎으로 형성되고 있다. 5층부터는 가격이 더욱 떨어져서 3.3m²당 700만~800만원의 분양가가 형성되기도 한다.
공동개원 사라지고, 페이닥터 고용해 영역 확장
높아지는 병의원 폐업률에 은행이 신용대출 규모를 축소하면서 개원의 형태 역시 변화를 거듭했다.
과별, 직역별 차이는 있지만 현재 개원을 위한 신용대출 한도는 평균 3억원 정도. 10년간 묶여있는 3억원의 대출 한도는 물가나 직원 임금 상승률 등을 고려하면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신용대출의 한계와 리스크 분산이라는 이유로 선호했던 공동개원도 요즘은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수익 발생에 따른 빈번한 분쟁 발생과 동업 파기에 따른 법적 문제까지 득보다 실이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개원 컨설팅 전문 골든와이즈 닥터스 장영진 팀장은 "개원시장이 붐이었을 때는 공동개원 형태로 몸집을 불려 규모의 경제로 시장을 선점하려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공동개원도 점차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실제로 공동개원을 했다가 수익 분배에 따른 갈등 등으로 인해 동업 파기에 이르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면서 "오죽하면 요즘은 공동개원을 위한 '동업계약서' 양식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반면 페이닥터 고용을 통한 타과 영역 확장은 늘어나는 추세다.
장 팀장은 "보험과 쪽에서는 늘어나는 원장 수만큼 환자가 비례해서 늘지 않기 때문에 굳이 무리해서 동업의 형태를 유지하지 않는다"면서 "다만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의원들은 페이닥터를 고용해 규모를 키우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이비인후과 원장이 소아과 페이닥터를 고용하거나 소아과 원장이 이비인후과 페이닥터를 고용하는 형태로 규모를 타과 영역을 확장한다"면서 "고용자와 피고용자로 영역이 명확하기 때문에 수익에 따른 법적 다툼의 소지도 그만큼 적다"고 밝혔다.
개원입지 포화…오피스텔도 병의원 러쉬
개원시장이 침체에 빠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틈새 시장을 찾기 위한 노력도 가속화 되고 있다.
전통적인 개원 입지였던 아파트 상가와 대로변, 역세권뿐 아니라 최근엔 기피됐던 오피스텔이나 업무지구까지 병의원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업무지구는 특성상 대부분 30~50대의 직장인이 반나절을 생활하는 곳이기 때문에 제한된 연령층과 장소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선택적인 마케팅이 가능하다.
특히 빌딩내 입점 후 동일 진료과나 비슷한 타과의 경쟁도 피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업무지구의 개원 입지 선호도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강남 테헤란로 등을 중심으로 형성된 업무지구 빌딩에서는 과를 불문하고 이미 상당수의 병의원이 들어선 상태.
이와 관련 골든와이즈닥터스 장영진 팀장은 "전통적인 개원입지로 인식되던 아파트 상가 대신 업무지구가 개원 입지로 급부상하고 있다"면서 "사실상 병의원의 생존경쟁 때문에 이젠 개원 불모지나 기피지역도 사라진 상태"라고 전했다.
그는 "을지로입구역과 상암동 업무지구, 판교·광교 테크노밸리가 최근 주요 개원 입지로 부상하고 있다"면서 "업무지구의 부상 뒤에는 병의원의 치열한 생존경쟁이 한몫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빌딩 입점 후 건물주는 동일 진료과의 중복 입점을 허용하지 않는다"면서 "경쟁을 피하고 독점적인 포지셔닝으로 경쟁력을 갖추려는 원장들이 늘면서 업무지구의 선호도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봉직 시장의 인기는 날로 높아지고 있는 반면 개원시장은 침체기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개원 예정의를 위한 신용 대출 한도 축소에 따라 공동 개원 형태가 유행하기도 하고, 높아지는 폐업률에 양도양수 선호나 신도시로 이전하는 현상도 눈에 띄는 변화다.
전통적으로 갑의 위치에 있던 임대인 역시 한번 들어오면 잘 나가지 않는 병의원을 모시기 위해 1년간 렌트프리 등의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우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게 됐다.
지난 10년간 개원시장 침체가 만든 개원 환경의 변화들을 짚어봤다.
죽을 사(死)는 옛말…4층, 알짜배기 개원 입지로
병의원이 가장 기피했던 층은 몇 층일까. 과거에는 숫자 4가 죽을 사(死)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만으로 금기의 대상이 된 적이 있다.
하지만 최근엔 4층뿐 아니라 가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 기피됐던 5층 이상도 개원 입지로의 선호도가 크게 치솟고 있다.
2008년 서울에 개원한 M내과 원장도 이런 경우다.
그는 "병의원 개원 자리를 알아보던 중 4층이 환자 접근성과 낮은 임대료의 절충점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이제는 환자들도 4층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진 상황이라 굳이 4층을 꺼릴 이유는 없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요즘 병의원은 4층을 영어 표기 'Four'로 하는 대신 숫자 4를 그대로 표기하는 경우도 흔하게 볼 수 있다. 또 4층의 분양가나 임대료는 1층에 비해 적게는 절반 수준에서 많게는 25% 수준으로 형성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띄는 요인.
상가뉴스레이더 선종필 대표는 "병의원의 폐업률이 높아지면서 임대료 등 고정 비용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 형태의 개원을 우선 순위로 꼽는 원장들이 늘고 있다"면서 "이에 따른 변화 중 하나가 바로 병의원의 고층화"라고 전했다.
그는 "10여년 전만해도 4층을 기피하던 현상이 있었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면서 "1~3층에 비해 낮은 임대료나 분양가 때문에 메디칼 개원 입지로 4층 선호도가 높다"고 밝혔다.
2011년 하반기 그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지역 상가 27개 중 4층에 병의원 입점 계획을 하고 있는 상가는 14개에 달했다. 무려 51%가 넘어가는 수치다.
낮은 임대료와 분양가도 병의원 입지 선호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3.3m²당 분양가가 3천만원 이상에 육박하는 1층의 분양가에 비해 4층은 평균 1천만원 안팎으로 형성되고 있다. 5층부터는 가격이 더욱 떨어져서 3.3m²당 700만~800만원의 분양가가 형성되기도 한다.
공동개원 사라지고, 페이닥터 고용해 영역 확장
높아지는 병의원 폐업률에 은행이 신용대출 규모를 축소하면서 개원의 형태 역시 변화를 거듭했다.
과별, 직역별 차이는 있지만 현재 개원을 위한 신용대출 한도는 평균 3억원 정도. 10년간 묶여있는 3억원의 대출 한도는 물가나 직원 임금 상승률 등을 고려하면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신용대출의 한계와 리스크 분산이라는 이유로 선호했던 공동개원도 요즘은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수익 발생에 따른 빈번한 분쟁 발생과 동업 파기에 따른 법적 문제까지 득보다 실이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개원 컨설팅 전문 골든와이즈 닥터스 장영진 팀장은 "개원시장이 붐이었을 때는 공동개원 형태로 몸집을 불려 규모의 경제로 시장을 선점하려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공동개원도 점차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실제로 공동개원을 했다가 수익 분배에 따른 갈등 등으로 인해 동업 파기에 이르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면서 "오죽하면 요즘은 공동개원을 위한 '동업계약서' 양식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반면 페이닥터 고용을 통한 타과 영역 확장은 늘어나는 추세다.
장 팀장은 "보험과 쪽에서는 늘어나는 원장 수만큼 환자가 비례해서 늘지 않기 때문에 굳이 무리해서 동업의 형태를 유지하지 않는다"면서 "다만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의원들은 페이닥터를 고용해 규모를 키우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이비인후과 원장이 소아과 페이닥터를 고용하거나 소아과 원장이 이비인후과 페이닥터를 고용하는 형태로 규모를 타과 영역을 확장한다"면서 "고용자와 피고용자로 영역이 명확하기 때문에 수익에 따른 법적 다툼의 소지도 그만큼 적다"고 밝혔다.
개원입지 포화…오피스텔도 병의원 러쉬
개원시장이 침체에 빠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틈새 시장을 찾기 위한 노력도 가속화 되고 있다.
전통적인 개원 입지였던 아파트 상가와 대로변, 역세권뿐 아니라 최근엔 기피됐던 오피스텔이나 업무지구까지 병의원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업무지구는 특성상 대부분 30~50대의 직장인이 반나절을 생활하는 곳이기 때문에 제한된 연령층과 장소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선택적인 마케팅이 가능하다.
특히 빌딩내 입점 후 동일 진료과나 비슷한 타과의 경쟁도 피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업무지구의 개원 입지 선호도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강남 테헤란로 등을 중심으로 형성된 업무지구 빌딩에서는 과를 불문하고 이미 상당수의 병의원이 들어선 상태.
이와 관련 골든와이즈닥터스 장영진 팀장은 "전통적인 개원입지로 인식되던 아파트 상가 대신 업무지구가 개원 입지로 급부상하고 있다"면서 "사실상 병의원의 생존경쟁 때문에 이젠 개원 불모지나 기피지역도 사라진 상태"라고 전했다.
그는 "을지로입구역과 상암동 업무지구, 판교·광교 테크노밸리가 최근 주요 개원 입지로 부상하고 있다"면서 "업무지구의 부상 뒤에는 병의원의 치열한 생존경쟁이 한몫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빌딩 입점 후 건물주는 동일 진료과의 중복 입점을 허용하지 않는다"면서 "경쟁을 피하고 독점적인 포지셔닝으로 경쟁력을 갖추려는 원장들이 늘면서 업무지구의 선호도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