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올해도 따로따로 연구용역 발주…"합의된 기준 필요하다"
|기획|수가 연구 따로, 협상 따로올해도 어김없이 수가협상 철이 다가왔다.
2015년도 수가협상이 약 두달 앞으로 다가 왔다. 어김없이 건보공단과 일부 공급자 단체는 환산지수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국감에서까지 지적받고 있는 '연구 무용론'. 수가 연구에도 변화의 바람이 필요하다.
(상)보험자-공급자, 민망하기만 한 '환산지수 연구'
(하)수가 연구에 필요한 변화의 바람
건강보험공단과 대한병원협회는 협상테이블에서 내밀 환산지수 연구용역을 발주한 상태다. 대한의사협회도 자체적으로 근거를 모으고 있다.
환산지수 연구는 무용지물이라는 비판이 있지만 협상의 가장 강력한 수단이기 때문에 연구용역을 발주할 수밖에 없다는 게 각 단체의 입장이다.
결국 예년과 다를 바 없어진 셈이다. 각 단체들은 제 입맛에 맞는 연구를 '제각각' 실시해 그 결과를 들고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되는 것이다.
대신, 연구 방식은 진화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옛날보다는 협상이 성숙해지다 보니까 소모적인 부분은 배제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단, 3년 연속 신현웅 박사 밀어주기 "새로 개발한 산식 적용"
우선 건강보험공단이 발주한 '2015년도 유형별 환산지수' 연구용역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현웅 연구기획실장이 맡았다. 3년째다.
건보공단은 3년 연속 전문가에게 연구용역을 맡기면서 제도연구의 '연속성'을 꿰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한쪽으로 치우친 연구를 막기 위해 서울대 김진현 교수에게 공동연구를 맡겼다.
건보공단은 현재 진료량 변화율을 수가에 반영하는 '총진료비 지출 관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가격과 진료량을 동시에 통제하려는 방침이다.
신현웅 박사는 2013년도와 2014년도 환산지수 연구를 통해서 진료비 총량 관리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진료비 목표관리제'라는 새로운 용어도 만들어냈다.
진료비 목표관리제는 가격과 진료량을 통합해 총량적인 개념의 수가계약을 하는 것이다.
방식은 수가계약 시 보험자와 공급자가 다음연도 목표진료비를 합의하고, 이를 기준으로 다다음연도 환산지수를 결정하는 것이다.
여기서 다음연도 실제진료비가 목표진료비보다 높으면 수가를 인하하고, 그 반대면 수가를 인상하는 구조다.
신 박사는 구체적인 산식까지 제시한 상태며, 올해 연구에서는 실제로 산식을 인상률 계산에 적용할 예정이다.
신현웅 박사는 "지난해 연구를 진행하면서 공급자 의견을 반영해서 개선 모형을 만들었다. 무조건 깎아야 한다는 결과를 내는 것이 아니라 적정한 인상률을 제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건보공단이 협상에서 쓸 수있는 인상률 범위를 제시할 것"이라면서 "공급자와 가입자가 모두 받아들일만한 값에 대해 3월 한달은 양측의 입장을 충분히 들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인상률이 예전 연구에서처럼 무조건 마이너스 결과가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병협은 외부에 연구용역 주고, 의협은 자체 해결
대한병원협회와 대한의사협회도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근거만들기에 들어갔다.
병협은 병원경영연구원에 맡겨왔던 연구를 이번에는 외부에 의뢰했다. 연구비만도 8000만원에 달한다.
대외적인 신뢰도를 높여서 협상에서 유리하게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병협 관계자는 "병원경영연구원과 연세대 보건대학원이 컨소시움을 이뤄 환산지수 연구를 진행하기로 했다. 2000만~3000만원씩 들었던 연구비도 늘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진료비 증가율이 상승세이긴 하지만 그 증가폭이 크게 줄었다. 어렵다는 병원 경영 상황을 제대로 연구해서 그 결과도 대외적으로 오픈하고 수치로 보험자와 가입자를 설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대로 의협은 작년부터 외부에다가 연구용역을 맡기지 않고 있다. 결과가 협상장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대신 의료정책연구소를 통해서 약 3000만원을 투자해 기본진찰료 회계조사를 진행한 후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기준 없이 따로따로 하는 연구는 신뢰할 수 없다"
수가 협상에 참여하는 보험자와 각 공급자 단체는 또다시 나름의 방식으로 협상을 위한 근거를 만들고 있다.
서로에게 유리한 수치를 내밀고, 이견을 확인한 후, 결국은 제로베이스 상태에서 정치적 논리에 이끌려 인상률을 결정하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생겼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이평수 연구위원은 "연구를 누가 하냐는 것보다는 그 내용이 중요하다. 공급자, 보험자 모두 근본적인 사고가 바뀌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무엇을 기준으로 연구를 할 것인가, 협상을 할 것인가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 합의가 안된 상황에서 각자 연구해서 주장하는 것은 누구도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현웅 실장도 궁극적으로는 다른 나라에서 사용하는 SGR모형, 지수모형이 아닌 우리나라만의 모형을 개발 적용해서 그 안에서 협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매년 예산을 들이는 연구 없이 우리만의 산식을 개발하고, 산식에 들어갈 요소들을 합의한 후 수가 인상률을 계산하고 협상하는 게 이상적"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