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중재 성공법 강의 무색…의료계 "신뢰없는 조정 무의미"
그러나 의료인 및 의료기관의 참여가 미미한 의료분쟁조정제도의 본질적인 문제점은 외면한 채 조정·중재의 방법론적 논의에만 치중한다는 의료계의 지적이 높다.
이날 세미나에서 기조발표를 맡은 의료중재원 정해남 상임조정위원은 '의료분쟁의 특성과 조정기법'을 통해 ▲의료분쟁의 특성과 의의 ▲조정의 근본원리와 유형 ▲조정절차 각 단계에서의 구체적인 기법 등에 대해 설명했다.
정 상임조정위원은 "조정기법이란 좁게는 조정위원이 행하는 개개의 대화기술이나 절차 진행 기술만을 의미하지만, 넓게는 조정위원의 몸가짐, 사고방식 및 조정의 목적 및 조정위원의 역할에 대한 이대 등도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정의 근본원리로 ▲자기결정의 원리 ▲공정성 ▲비힐책적 접근방법 ▲비공개적 비밀유지 ▲인터리스트 중심형 해결을 꼽았다.

조정의 목적과 성공에 대한 해석도 금전이 아닌 분쟁 당사자의 심리적 만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정의 목적과 조정의 성공에 대한 해석을 금전지급을 내용으로 한 합의 성립에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며 "분쟁 당사자의 실체적, 절차적 및 심리적 만족에 초점을 맞춰 재조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함영주 교수는 '분쟁해결방법론의 발전방향과 조정에서의 교착상태 해결방법'을 통해 의료분쟁 조정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조정기법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함 교수는 "조정교착상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당사자를 위한 조정이라는 기본 철학이 정립돼 있어야 한다"며 "기술만 앞세운 조정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조정 당사자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함 교수는 "당사자의 입장보다 이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상실의 고통을 비롯해 당사자의 체면과 명성 등도 잘 살펴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자기주장만 고집하는 당사자는 조정절차에서 배제할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함 교수는 "당사자가 자기 주장만 하고 상대의 이야기는 듣지 않으려 할 경우 조정인이 당사자를 조정절차에서 배제하는 것도 때로는 필요하다"며 "조정은 당사자들이 행하는 자율적이고 유연한 절차지만 절차진행에 관한 상호 간의 약속을 어기는 당사자의 절차위반에는 흔들림 없이 제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의료계는 조정·중재방법에 대한 논의에 앞서 의료인 및 의료기관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료중재원에 따르면 그동안 접수된 조정·중재 신청 중 피신청인의 동의를 받아 조정이 개시된 건수는 지난 2년간 912건인데 비해 피신청인이 동의하지 않아 각하된 건수는 1292건이나 됐다.
심지어 불가항력 분만의료사고 보상 등을 이유로 의료분쟁조정중재제도에 불만이 큰 산부인과 참여도 없었다.
의료중재원 관계자는 "의료계의 참여 등에 대한 내용은 지난해 세미나에서 실시한 바 있다"며 "올해는 조정을 어떻게 잘하느냐의 방법적인 부분과 관련된 세미나이기 때문에 따로 부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박노준 회장은 "의료중재원의 세미나와 관련한 공문을 받은 적 없고 연락도 없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현행 의료분쟁조정중재제도가 의사에게 불리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제도가 의사들에게 상당히 불리하다"며 "감정단의 경우 의료전문가로 구성해야 하는데 실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의사들이 의료분쟁조정중재제도를 신용할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정의 방법에 대한 논의보다는 의료인 및 의료기관의 참여에 대한 고민이 우선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의사들이 참여할 수 있는 제도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며 "이후 조정 방법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분쟁조정중재제도에 대한 의료인과 의료기관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도 있다.
대한의원협회 윤용선 회장은 "의료분쟁조정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신뢰성의 부재"라며 "의료인이나 의료기관은 의료중재원에 조정을 맡기면 불리할 것이라는 신뢰에 문제가 있어 참여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회장은 "의료중재원 감정부에는 의료인이 한두 명 밖에 없고 심지어 조정부에 의료인이 없이도 조정이 이뤄진다"며 "이런 이유로 의료인들은 억울하게 강제로 조정을 당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는 불신을 안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중재원의 인적구성 개선 등 의료인과 의료기관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윤 회장은 "조정부나 감정부의 인적구성이 의료계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이상 신뢰를 담보하기 어렵다"며 "이같은 문제를 해결키 위한 노력을 선행한 후 조정 방법 등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중재원 인적 구성에 대한 논의가 안 된 상태에서의 조정 방법에 대한 논의는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