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제약사, 약가제도 장려금 설명회 동상이몽

박양명
발행날짜: 2014-06-21 06:12:58
  • 병원, 많이 받는 방법 집중…업체 "대형병원 위한 제도" 비판

조금이라도 돈을 더 받아내려는 '병원'. 그런 병원이 못마땅한 '제약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새 약가제도 개편안에 대한 병원과 제약사의 입장차는 설명회장에서 그대로 확인됐다.

보건복지부는 20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대강당에서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 개선안'이 담긴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설명회를 열었다.

대학병원 및 제약사 관계자들은 행사 시작 30분 전부터 212석 규모의 대강당을 가득 채웠다.

심평원은 대강당 맞은 편 직원 식당까지 자리를 넓혀 400여명의 참석자들을 수용했고, 정부의 신약가제도 개선안 설명회는 그렇게 시작됐다.

병원 "장려금 많이 타려고 의약품 사용량 파도타기 할 것" 우려

병원계 관계자들의 관심은 인센티브를 더 받기 위한 방법 찾기에 쏠렸다. 당연히 가장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약품비고가도지표(PCI) 값에 대한 질문과 의견이 줄을 이었다.

정부는 상한가 보다 싸게 약을 산 후, 그 절감액의 일정 비율을 병원에 제공하는 저가구매에다가 의약품 사용량을 함께 고려해서 요양기관에다가 '장려금'을 주는 방안을 내놨다.

이름은 '처방‧조제 약품비 절감 장려금제도'라고 붙였다.

저가구매 장려금과 사용량 감소 장려금 값을 각각 구할 때 고려되는 요소가 바로 PCI다. PCI 값이 2.0이상이면 장려금 대상에서 제외된다.

저가구매 노력이 큰 요양기관이라도 처방 약품비가 높으면 장려금 대상에서 제외된다. 한마디로 요양기관이 장려금을 받으려면 저가구매와 처방약품비 둘 중 하나를 충족시키면 되는 'OR'로는 부족하며 두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시켜야하는 'AND' 조합이어야 한다.

PCI는 요양기관의 약품비 발생수준을 나타내는 상대평가 지표를 말한다. 의원은 환자당 약품비, 병원은 투약일당 약품비 발생수준을 비교한다. 여기서 약품비는 상한가다.

고려대 안산병원 관계자는 "하한선의 기준 없이 무조건 상대방보다 저렴하게 절감해야 한다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인하대병원 관계자도 "장려금을 줄 때는 기관이 전년 동기 대비 얼마나 약품비를 줄인 것으로 봐야 하지 않나"라고 반문하며 "상대적인 약품비 절감률을 보고 장려금을 준다면 아무리 노력해도 높아질 수 없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설명회가 끝나고도 관계자들은 자리를 뜨지 못하고 정부 담당자에게 질문을 하거나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의약품 사용량을 줄이는 것에 대한 어려움도 호소했다.

경상남도 양산에 있는 A병원 관계자는 "사용량 기준치가 계속 내려가게 되면 1~2년 정도만 장려금이 발생하고 그 다음에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외래처방 인센티브도 하고 있는데 첫해만 인센티브가 발생했다. 병원 입장에서는 장려금을 많이 받기 위해 한해는 많이 사용하고, 그 다음에는 적게 사용하는 모순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심평원 급여평가실 이순옥 차장은 공감의 뜻을 표하면서 "의원은 7차까지 약제 사용량 평가를 했는데 감소에 한계가 있었다. 현재는 패널티가 없기 때문에 의료기관들이 파도타기 하는 식으로 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기관들에 대해서는 보완책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약사 "PCI 2.0 넘는 병원 없다…여전히 마진 남긴다

제약사는 정부가 저가구매 인센티브를 폐지한다고 해놓고, 장려금이라 이름만 바꾼 후 제도를 끌고 간다는 근본적인 문제에 불만을 터뜨렸다.

어쨌든 병원은 최소 20%의 인센티브라도 받게 된다는 것이다.

한국 릴리 관계자는 "기존 저가구매 인센티브 하에서 돈을 받아간 것은 대형병원이다. 대형병원 PCI를 보니까 2.0을 넘는 기관이 없다. 대부분이 장려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결국 약을 공급하는 회사는 1원 낙찰 처럼 저가를 공급받게 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 김성호 약가정책담당전무도 "정부가 제약계 의견을 2~3번 수렴했다고는 하지만 한발짝도 양보 안한 것 같아 답답하다"며 운을 뗐다.

그는 "대형병원은 약품비 절감을 위해 노력을 하지 않아도 20%는 받기 때문에 저가 구매는 안했으면 좋겠다. 저가구매 장려금이 노력을 안해도 받을 수 있는 마진이라고 한다면 약제비 상한제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복지부 "환자가 직접 약가 결정 못해 요양기관이 대신 하는 것"

이선영 과장
제약계와 병원계의 지적을 모두 들은 복지부 이선영 보험약제과장은 이번 설명회의 취지를 명확히 설명했다.

그는 "제도를 갖고 갈 것인지 말것인지, 장려금을 두 부분으로 나누는 방법으로 개선하는데 저가구매를 남길건지 말건지를 물어보기 위한 취지는 아니었다. 입법예고를 마쳤고 이렇게 만들거라는 것을 설명하는 자리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환자가 직접 약가를 결정하지 못하는 부분이라면 요양기관이 일정부분 담당해주는 것이 맞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장려금이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기관이 '마진'을 챙겨간다는 시각에도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표했다.

이 과장은 "사용량을 지속적으로 감소시키기 어려운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평생가는 제도가 아니기 때문에 시행하면서 논의를 해봐야 한다. 약가제도 근간을 흔들지 않도록 체계를 구성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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