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방상혁 전 의협 기획이사
햇살이 따가운 오후, 한남동의 작은 카페. 슬리퍼와 헐렁한 티셔츠 차림으로 그가 나타났다. 편안해졌다기보다 수척해졌다는 느낌이 강했다. 선글라스와 모자를 벗자 야윈 얼굴이 확연해진다.
"살이 빠졌어요. 한달 새 5kg 정도."
방상혁 전 기획이사. 4월 27일 의협 정기 대의원총회에서 임총 결과를 부정하고 협회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불신임을 당한 그는 아직도 그날의 상처를 잊지 못하는 눈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도 투쟁을 둘러싼 많은 이야기들이 오가며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회원들을 방패막이 삼아 '투쟁 쇼'를 했다는 서슬어린 비난부터 애초부터 투쟁 의지가 없었다는 비아냥까지.
삭발과 분신자살 시도를 할 정도로 '무대뽀'라거나 노환규 전 의협회장과 함께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회원을 기만했다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혹들이 따라다니며 그를 괴롭히고 있다.
억울했을까. 최근 그는 의사회의 방향성에 대한 소감과 지난 투쟁과 관련한 의혹 제기에 대한 장문의 글을 공개한 바 있다.
글을 공개한 이유를 묻자 담아뒀던 이야기가 쏟아져 나온다.
"진심을 담아서 오로지 회원들의 뜻에 따라 투쟁을 했는데도 투쟁 쇼를 했다는 비아냥을 들었을 땐 당혹스럽고 허탈하기까지 했어요. 침묵하고 있으면 의혹들이 수그러들줄 알았지만 확인사살 하듯 계속되는 의혹 제기에 입을 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불신임 당한 이후부터 그의 시계는 분노와 우울, 무기력으로 점철된 '잿빛 시간'이었다. 몸이 땅으로 꺼지는 절망감 속에서 하루 한끼로 최소한의 삶을 연명했다.
변명처럼 들릴까봐 지금까지 말을 아껴왔다. 몇번을 주저한 끝에 펜을 든 이유는 성원해주는 이들 때문이었다.
"저를 돕겠다고 회원분들이 모금을 하는 걸 보고 힘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의협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회원들에게 사실 관계를 알리고 투쟁에 책임을 지지 않는 지역 사회의 리더들에게 책임지는 자세를 촉구하기 위해 글을 썼습니다."
대의원들의 책임지지 않는 모습이 가장 아쉬웠다 . 투쟁의 동력이 약해진 것은 노환규 전 회장의 '투쟁 쇼' 때문이 아니라 의료계 지도자들이 투쟁에 반대한 이유가 크다며 화살을 돌렸다.
방 전 이사는 "의료계 지도자들이 희생을 염려해 투쟁에 반대하고 있다는 말을 차마 정부와 협상을 하고 있던 상황에서 밖에 꺼낼 수 없었다"면서 "그런 분들이 오히려 감옥에 갈 각오를 하고 투쟁의 선봉에 섰던 사람들을 비야냥 대고 있는 현실이 아이러니하다"고 털어놨다.
그는 "게다가 집행부가 추진했던 대의원 개혁안을 마치 대의원을 물갈이해 노환규 중심 체제로 바꾸려고 한다는 언론 플레이도 난무했었다"면서 "적어도 전임 집행부를 승계한 추무진 회장이 당선이 됐으면 불신임 사태를 일으킨 대의원들은 스스로 사퇴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이번 보궐선거는 회원들이 원하는 리더의 모습이 대의원들이 생각하는 리더의 상과 다르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자리였다는 것. 대의원이 회원 뜻을 대변하는 기구인 만큼 보궐선거 결과를 수용하고 대의원회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현 추무진 집행부에 대한 아쉬움도 털어놨다.
"37대 집행부를 계승한다고 하면 투쟁이 됐든, 내부 개혁이 됐든 좀 더 강력한 목소리를 냈으면 좋겠어요. 현재 집행부가 화합을 바라며 침묵할 수도 있지만 화합을 싫어할 사람이 어디있겠어요. 책임질 일에는 과감히 책임을 져야 합니다. 이슈를 만들어 사회적인 문제로 부상하지 않으면 결코 정부나 정치권에서 관심을 가지지 않습니다."
거침없는 언사 도중 그는 조만간 부산의 요양병원에 새 둥지를 튼다는 계획도 털어놨다. 취직이 됐냐는 물음에 겸연쩍은 대답이 이어졌다.
"요양병원으로 갑니다. 추스리는 시간이 필요해서요. 환자와 함께 저 역시 요양을 하러 가는 셈입니다. 불신임도 당했지만 제 선택에 후회는 없습니다. 적어도 희생할 각오로 행동했으니까요. 의료계에 아직 희망이 있다고 믿습니다."
헤어지기에 앞서 그와 마지막 악수를 나눴다. 그가 슬쩍 내비춘 마음 속 트라우마는 언제쯤 사라질까. 투쟁을 외치며 삭발했던 머리는 이미 말쑥하게 자라있었다.
"살이 빠졌어요. 한달 새 5kg 정도."
방상혁 전 기획이사. 4월 27일 의협 정기 대의원총회에서 임총 결과를 부정하고 협회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불신임을 당한 그는 아직도 그날의 상처를 잊지 못하는 눈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도 투쟁을 둘러싼 많은 이야기들이 오가며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회원들을 방패막이 삼아 '투쟁 쇼'를 했다는 서슬어린 비난부터 애초부터 투쟁 의지가 없었다는 비아냥까지.
삭발과 분신자살 시도를 할 정도로 '무대뽀'라거나 노환규 전 의협회장과 함께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회원을 기만했다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혹들이 따라다니며 그를 괴롭히고 있다.
억울했을까. 최근 그는 의사회의 방향성에 대한 소감과 지난 투쟁과 관련한 의혹 제기에 대한 장문의 글을 공개한 바 있다.
글을 공개한 이유를 묻자 담아뒀던 이야기가 쏟아져 나온다.
"진심을 담아서 오로지 회원들의 뜻에 따라 투쟁을 했는데도 투쟁 쇼를 했다는 비아냥을 들었을 땐 당혹스럽고 허탈하기까지 했어요. 침묵하고 있으면 의혹들이 수그러들줄 알았지만 확인사살 하듯 계속되는 의혹 제기에 입을 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불신임 당한 이후부터 그의 시계는 분노와 우울, 무기력으로 점철된 '잿빛 시간'이었다. 몸이 땅으로 꺼지는 절망감 속에서 하루 한끼로 최소한의 삶을 연명했다.
변명처럼 들릴까봐 지금까지 말을 아껴왔다. 몇번을 주저한 끝에 펜을 든 이유는 성원해주는 이들 때문이었다.
"저를 돕겠다고 회원분들이 모금을 하는 걸 보고 힘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의협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회원들에게 사실 관계를 알리고 투쟁에 책임을 지지 않는 지역 사회의 리더들에게 책임지는 자세를 촉구하기 위해 글을 썼습니다."
대의원들의 책임지지 않는 모습이 가장 아쉬웠다 . 투쟁의 동력이 약해진 것은 노환규 전 회장의 '투쟁 쇼' 때문이 아니라 의료계 지도자들이 투쟁에 반대한 이유가 크다며 화살을 돌렸다.
방 전 이사는 "의료계 지도자들이 희생을 염려해 투쟁에 반대하고 있다는 말을 차마 정부와 협상을 하고 있던 상황에서 밖에 꺼낼 수 없었다"면서 "그런 분들이 오히려 감옥에 갈 각오를 하고 투쟁의 선봉에 섰던 사람들을 비야냥 대고 있는 현실이 아이러니하다"고 털어놨다.
그는 "게다가 집행부가 추진했던 대의원 개혁안을 마치 대의원을 물갈이해 노환규 중심 체제로 바꾸려고 한다는 언론 플레이도 난무했었다"면서 "적어도 전임 집행부를 승계한 추무진 회장이 당선이 됐으면 불신임 사태를 일으킨 대의원들은 스스로 사퇴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이번 보궐선거는 회원들이 원하는 리더의 모습이 대의원들이 생각하는 리더의 상과 다르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자리였다는 것. 대의원이 회원 뜻을 대변하는 기구인 만큼 보궐선거 결과를 수용하고 대의원회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현 추무진 집행부에 대한 아쉬움도 털어놨다.
"37대 집행부를 계승한다고 하면 투쟁이 됐든, 내부 개혁이 됐든 좀 더 강력한 목소리를 냈으면 좋겠어요. 현재 집행부가 화합을 바라며 침묵할 수도 있지만 화합을 싫어할 사람이 어디있겠어요. 책임질 일에는 과감히 책임을 져야 합니다. 이슈를 만들어 사회적인 문제로 부상하지 않으면 결코 정부나 정치권에서 관심을 가지지 않습니다."
거침없는 언사 도중 그는 조만간 부산의 요양병원에 새 둥지를 튼다는 계획도 털어놨다. 취직이 됐냐는 물음에 겸연쩍은 대답이 이어졌다.
"요양병원으로 갑니다. 추스리는 시간이 필요해서요. 환자와 함께 저 역시 요양을 하러 가는 셈입니다. 불신임도 당했지만 제 선택에 후회는 없습니다. 적어도 희생할 각오로 행동했으니까요. 의료계에 아직 희망이 있다고 믿습니다."
헤어지기에 앞서 그와 마지막 악수를 나눴다. 그가 슬쩍 내비춘 마음 속 트라우마는 언제쯤 사라질까. 투쟁을 외치며 삭발했던 머리는 이미 말쑥하게 자라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