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다툼으로 얼룩진 산부인과의사회장 선거…결국 무산

박양명
발행날짜: 2014-10-18 05:55:20
  • 서울중앙지법 "대의원 선출 적법하지 않다…총회 결의 무효 가능성 높아"

법원이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서울지회가 낸 선거 중단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산부인과의사회 회장 선거가 이틀을 앞두고 무산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0 민사부(재판장 조영철)는 최근 산부인과의사회 서울지회가 제기한 임시대의원총회 개최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산부인과의사회 회장 선거는 각 지회에서 70여명의 대의원을 선정해 투표하는 간접선거 방식을 택하고 있다.

대의원 성향에 따라 표가 갈리기 때문에 대의원이 누군지에 대한 산부인과 의사들이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상황.

산부인과의사회 회장 선거에는 이충훈 후보(서울의료원), 최원주 후보(최원주여성의원), 김동석 후보(서울산부인과) 등 총 3명이 출마했다.

이충훈 후보와 최원주 후보는 현재 의사회 부회장이며 김동석 후보는 서울지회 대의원이다.

문제는 대의원 선정에서 제기됐다.

서울지회는 "정관에 따른 절차를 거쳐 지회가 선정한 대의원 일부를 선거관리위원장이 마음대로 바꿨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서울지회는 지난 9월 임시대의원 추인회의를 통해 회장 선거에 참여할 대의원을 선정해 선관위에 명단을 제출했다.

당시 제출한 명단은 지난 6월 대의원회 의장 선출을 위해 냈던 명단과는 차이가 있었고 선관위는 일부 대의원에게 자격이 없다는 민원에 따라 서울지회에 대의원 재심의를 요청했다.

재심의 요청에 서울지회는 임원회의 서면결의를 통해 명단 변동없이 제출한 명단을 고수했다.

그러나 선관위가 10월 초 홈페이지에 게시한 확정 대의원 명단은 서울지회가 지난 6월 대의원회 의장 선출 시 냈던 명단이었다.

선관위는 "서울지회가 낸 명단은 지회총회를 거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임기가 보장되는 기존의 대의원이 사임 및 해임이 의결됐다는 근거가 없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서울지회는 "선관위와 의사회 집행부가 미는 후보가 당선되게 하려는 꼼수"라며 법원에 임시대의원 총회 개치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재판부 "서울지회, 선관위 모두 대의원 선정 잘못됐다"

재판부는 서울지회의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서울지회와 선관위 모두 대의원 선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서울지회가 대의원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정관에 따라 지회총회를 거쳤다는 점을 소명할 자료가 없기 때문에 (대의원이) 적법하게 선출된 것이라고 볼 이유가 없다"며 "선관위에서 확정한 대의원 명단에 기재된 대의원 대다수는 지회총회에서 선출된 대의원이 아니기 때문에 적법하게 선출되지 않은 것으로 볼 여지가 많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19일 임시대의원총회가 열리더라도 적법하게 뽑힌 대의원이 아닌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총회에 불과하기 때문에 어떤 결의를 하더라도 무효일 개연성이 많다"고 밝혔다.

"의사회 집행부 사과하라" "승자있는 판결 아니다"

결정문을 받은 서울지회는 환영의 입장을 표했다.

서울지회는 "오로지 정관과 관례대로 모든 회무처리를 했다. 의사회 집행부는 서울지회의 명예뿐 아니라 임원을 비롯한 개개인에 대해 씻을 수 없는 불명예를 안겨주는 만행을 저질렀다"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서울지회는 "집행부 임원일동이란 명칭에 들어가는 임원의 이름과 사과문을 의사회 전 회원에게 이메일과 팩스로 발송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부인과의사회 박노준 회장은 책임 통감한다며 갈등 봉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가처분신청 결정문을 보면 서울지회 명단이나 선관위 명단이나 모두 총회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둘다 무효다. 승자가 있는 판결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가 치열하다 보니까 나온 문제다. 원칙대로 하면 지회총회부터 다시 거쳐야 한다. 이번 재판을 통해 정관 등에서도 허점이 발견됐다. 여러사람의 의견을 종합해서 잘 무마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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