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헬스케어 이노베이션'…IT발전에 따른 미래의 의료 제시
IT기술은 현대의학에 얼마나 가까이 와있을까. 최윤섭 박사는 신간 <헬스케어 이노베이션>을 통해 IT기술이 의료현장을 어떻게 바꿔놨는지, 미래의 의료는 어떻게 바뀔지 제시했다. 메디칼타임즈는 이 책을 통해 소위 '디지털 헬스케어'의 미래를 살짝 엿봤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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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최근 발간한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중 일부다. 저자 최윤섭 박사는 "스마트폰은 단순 휴대전화가 아닌 휴대용 의료기기로 변신하고 SF영화에서 보던 의료기기가 실제로 만들어지고 있다"면서 "의사 역할의 일부는 모든 의학지식을 습득한 슈퍼컴퓨터로 대체된다"고 말했다.
인간의 사고력을 가진 슈퍼 컴퓨터…의료진 영역에 도전
IT발전에 따른 미래 의료는 의료현장과 병원 시스템은 물론, 의사의 역할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IBM의 슈퍼컴퓨터 '왓슨'은 미래 의사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고 있다.
'왓슨'은 일반 컴퓨터와 달리 인간의 사고력을 가진 컴퓨터로 이는 미국의 '제퍼디'라는 퀴즈쇼를 통해 입증됐다. '제퍼디'의 퀴즈는 단순암기가 아니라 사고력을 요하는 질문으로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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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슨'은 이 퀴즈쇼에서 인간 챔피언들과 대결을 펼쳐 압도적인 점수차로 승리했다. 인간보다 더 정확하고 신속하게 사고해 답을 찾아낸 것이다.
미국 메릴랜드대학 엘리엇 시걸 박사는 '왓슨'에게 각종 의학저널, 교과서, 의학관련 데이터베이스와 함꼐 MD앤더슨 암센터, 존스홉킨스 대학병원에서 나온 백혈병, 파킨슨병의 데이터를 학습시켰다.
또 뉴욕의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에서 암 환자를 진료하고 진단, 치료하는 것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학습을 실시했다. 일종의 레지던트 수련을 받은 것이다.
이렇게 해서 '왓슨'은 인간이 기억할 수 없는 엄청난 양의 의학 데이터를 저장하고 눈깜짝할 사이에 검색해 환자의 진료에 대한 근거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현대의학이 목표로 하는 '근거중심의학'을 의사보다 더 의사처럼 치료법을 제시하는 컴퓨터인 셈이다.
실제로 미국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는 지난 2013년 2월, 왓슨에게 암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가능한 최적의 치료법을 추천하는 역할을 맡기기 시작했다.
'왓슨'은 그동안 학습한 많은 양의 의학 및 임상데이터, 연구결과, 환자 개인의 정보 등을 이용해 가장 적절한 치료법을 의사에게 권했다. 의사는 이 권고안을 참고해 최종 의사결정을 내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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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은 유전적 돌연변이에 의해 생겨나는 질병으로 가장 큰 특성이 '다양성'인데 아무리 기존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치료법을 제시한다고 해도 이를 기계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또 암에 대한 폐암 전문의 3명에게 물어보면 각각 세가지 다른 치료법이 나올 정도로 그 치료법이 다양해 최적의 치료법을 찾겠다는 것 자체가 헛수고라는 의견도 있다.
슈퍼 컴퓨터 '왓슨'은 실제 의료현장에서 활용 가능할까. 만약 그렇다면 언제쯤일까.
저자는 보험회사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미국의 경우에는 실제 의료현장에서 '왓슨'의 확산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민간 의료보험사는 의사가 결정한 치료계획에 대해 객관적이고 효율적으로 신속히 판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왓슨'을 도입하라고 압력을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전국민의료보험제도를 유지하는 한국은 외부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낮다고 했다. 다시 말해 의료현장에서의 도입은 오랜시간이 걸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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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긍정적인 측면에서 보면 외래진료에 업무부담이 큰 한국 의사들은 '왓슨'을 통해 제한된 시간 안에 의사결정을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의사는 환자의 개인의료정보를 분석하고 여러가지 검사 결과를 종합하는 시간을 절약해 환자를 돌보는 등 본질적이고 중요한 활동에 주력할 수 있다.
하지만 '왓슨'의 권고안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게 되면 어느 순간부터는 의사로서의 책임을 등한시하는 때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치 네비게이션이 일상화된 이후에 많은 운전자가 이에 의존해 무작정 목적지까지 운전하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밖에도 신간 <헬스케어 이노베이션>는 개인 유전정보 검사로 질병을 예측하고 약에 센서를 부착해 복용 여부를 추적하고 콘택트렌즈를 통해 혈당을 측정하는 등의 미래 의료의 모습을 제시한다.
저자는 "헬스케어 분야에 IT발전으로 의사의 역할은 어떤 방식으로든 달라질 것"이라면서 "이에 부응하지 못하는 의사는 점차 경쟁력을 잃을 수도 있다"고 했다.
미래의 의사는 단순 처방업무 대신 컴퓨터가 처리한 데이터를 최종적으로 판단하고 결정을 내리는 의사결정권자의 역할과 함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등 창의적인 업무나 환자와 소통하는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우리는 과거 SF영화에서 상상하던 기술 즉, 지문인식시스템, 스마트 안경, 화상전화, 케이블 TV 등이 현실이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면서 "지금 이순간에도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