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1500만원에도 귀한 호스피탈리스트…이유는 '불확실성'

발행날짜: 2015-04-28 05:58:01
  • 초점 제도 초기 직업 안전성 낮아…일반내과 인력도 부족

올해 내과 레지던트 미달과 이탈로 병원 내 환자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에 몰리면서 일부 병원이 호스피탈리스트 채용을 위해 애를 쓰고 있지만 지원자를 찾지 못해 발만 구르고 있다.

"지원자 나타나면 무조건 채용…그럼에도 못 구해"

27일 메디칼타임즈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현재 호스피탈리스트(병동 주치의 혹은 응급실 당직의사) 채용에 나선 병원 모두 인력난을 겪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낮병동 내과 전문의 2명을 채용했지만 인력이 부족한 상태에 빠지며 추가 정원 채용에 나섰다.

그러나 당장 인력이 충원되지 않아 전공의를 투입한 상태다.

서울대병원 외과는 올해 레지던트 1년차 정원 8명 중 3명을 확보하는 데 그치면서 서둘러 호스피탈리스트 3명을 채용했다.

하지만 그도 잠시, 한명이 그만두면서 전공의들의 업무 과중이 불가피한 상태다.

원주기독병원도 응급실 야간당직을 맡아 줄 호스피탈리스트 2명을 모집했지만 간신히 한명을 구하는 데 그쳤고 한림대 성심병원과 길병원도 채용공고를 냈지만 지원자를 찾지 못했다.

이들 병원이 제시한 금액은 적게는 1000만원에서 많게는 월 1500만원선. 일주일에 2~3일 근무하는 것을 감안하면 급여조건은 나쁘지 않지만 선뜻 나서는 의사가 없다.

각 병원 모두 "언제든 지원자가 나타나면 무조건 채용한다"는 입장이지만 나서는 의료진을 구하지 못해 발만 구르고 있다.

원주기독병원의 경우 지금은 그나마 레지던트 3, 4년차가 각각 8명, 10명으로 뒷받침 해주고 있지만 당장 하반기부터 4년차가 전문의 시험준비로 업무 부담을 줄이면 상황이 심각해진다.

원주기독병원 한 의료진은 "스텝이 야간당직서고 다음날 외래를 진료해야하는 상황이 현실이 될 수 있다"며 "위기감이 매우 높다"고 토로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
문제는 불안한 미래 + 일반내과 전문의 부족

무엇이 문제일까.

일선 의료진들은 호스피탈리스트라는 제도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꼽고 있다. 제도 시행 초기이다 보니 신분이 모호하고 미래가 불안하다는 얘기다.

당장 급여조건은 나쁘지 않지만 향후 자신의 경력에 도움이 될 것인지를 고려할 때에도 큰 메리트를 못 느낀다는 분석도 있다.

부천 순천향대병원 한 의료진은 "제도 시행 초기이다 보니 병원별로 급여 등 근무조건이 다르고 앞으로 얼마나 유지될 수 있는 지에 대해서도 의문인 상황이다보니 선뜻 나서기 어려워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지난 25일 내과학회 주최로 열린 '한국형 호스피탈리스트 도입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한 의료진들도 대안으로 수가 책정을 통해 제도권 내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가닥을 잡은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다.

토론회에 참석한 모 대학병원 내과 교수는 "당장이 문제가 아니라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지원을 하지 않는 것"이라며 "정부 주도하에 제도가 운영되기 시작하면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하나의 이유는 호스피탈리스트 업무에 적절한 교육을 받은 의료진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이 제도를 처음 제시한 서울의대 허대석 교수도 내부적인 요인으로 내과 분과전문의 활성화를 꼽은 바 있다.

내과 전문의 상당수가 분과전문의로 각 세부 전공에 대해 전문성을 갖추다보니 응급실과 병동에서 다양한 환자를 진료하기에는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인식한 대한내과학회는 급히 보수교육 프로그램을 마련 중이다. 일반 내과 전문의와 세부 전문의 역할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내과학회 정훈용 수련이사(서울아산병원)는 "내과 전문의 대부분이 분과 전문의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반내과 전문의를 배출해야 하는 이유가 될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내과 수련기간을 조정하는 방안도 함께 고려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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