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 장애인들, 병원 수기기록 영상자료화 업무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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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누리는 사회적, 경제적 취약 계층에 놓인 장애인 처우 개선을 위한 조치이다. 가천누리의 관리자급 직원 3명을 제외한 직원 모두가 3급 이상 중증장애인이다. 병원 인근 건물 1층을 사용하고 진료비 감면, 구내식당 사용 등 가천대 길병원 직원으로서의 복지혜택을 두루 누릴 수 있다.
가천누리는 가천대 길병원이라는 모회사를 통해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이고, 안정된 일자리를 확보하게 됐다.
가천누리 소속 장애인들은 오는 2021년까지 수기 기록된 병원기록을 영상자료화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병원 내 약 600㎡의 공간에 쌓인 종이문서를 디지털화하는 작업이다. 이를 통해 병원은 진료행정 기록의 연계성을 확보하고, 환자 데이터를 활용한 임상연구의 소재를 얻게 될 전망이다. 추가적으로 수기 기록된 의무기록이 차지하던 600㎡의 공간은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가천누리 직원들의 업무는 이후 세탁업, 주차업 등으로 확대된다.
가천누리는 보다 많은 장애인에게 고용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고용을 차츰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21명의 직원을 2019년까지 매년 증원할 계획이다.
한편 가천누리는 세상이라는 순 우리말 '누리'와 가천재단을 합성한 상호로 직원 공모를 통해 선정됐다.
가천대 길병원은 지난해 8월 초 가천누리 설립을 위한 구상을 마무리, 이를 바탕으로 8월 말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협약을 체결했다. 이후 시설공사, 장비 및 운영시스템 구축, 인력 모집 및 교육 등의 절차를 거쳐 지난해 12월부터 실제적인 업무가 시작됐다.
이번 가천누리 설립을 총괄 기획한 가천대 길병원 한문덕 행정원장은 "어느 날 발생한 장애는 그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버렸다"며 "이들에게 가장 큰 어려움은 신체적, 정신적 장애가 아닌 바로 자신과 가족들에게 닥친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기여 기능을 상실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 원장은 가천대 길병원 근무에 앞서 보건복지부,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요직을 두루 거친 바 있다. 1997년 보건복지부에서는 장애인 정책을 다뤄 장애인 제도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가천대 길병원 이근 병원장은 "주기만 하는 복지가 아니라 장애인들이 제 역량을 발휘하고 있으며 병원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상생이란 게 이런 것이다. 가천누리가 좋은 모델이 돼 장애인 고용이 확산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