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발' 뻔했던 'ABC 원가자료' 제출

발행날짜: 2015-06-04 11:47:17
병원과 치과의 '결렬'로 마무리된 2016년도 유형별 수가협상.

올해 수가협상 가장 큰 '이슈'는 단연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병원에만 부대조건으로 제시한 '54개 병원 ABC(Activity-Based Costing) 원가자료' 제출이었다.

여기서 ABC 원가는 활동기준원가계산으로 'Activity' 개념을 도입해 제품별, 서비스별로 각각 활동소비량에 따라 배분하는 계산방식을 말한다.

따라서 병원급 의료기관을 대표하는 대한병원협회의 수가협상이 전체 수가협상 판을 좌지우지하는 셈이었다.

만약 ABC 원가자료 제출에 대한 부대조건을 합의한다면 병원급이 상대적으로 많은 인상률을 받게 돼, 다른 유형들에게 영향을 미쳐 협상 '결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병협은 건보공단이 부대조건으로 제시한 54개 병원 ABC 원가자료 제출을 거절하고, 최종 절충점을 찾지 못해 수가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건강보험정책심의원회(이하 건정심)행을 택했다.

ABC 원가자료 제출이라는 부대조건에 따른 추가인상률을 건보공단이 0.3%로 제시한 것을 감안 했을 때 이를 합의하기에는 인상률의 수치가 미미해 회원 병원 설득에 부담감을 느꼈던 것이다.

더구나 ABC 원가자료 제출을 '덜컥' 부대조건으로 합의한다고 해도 병원들에게 제출을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

건보공단도 이를 알고 수가협상 처음부터 병협이 ABC 원가자료 제출이라는 부대조건에 합의하기에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의 수가협상에서 부대조건으로 원가제출을 병협에게 요구했다"며 "하지만 몇 년 동안 진전된 것이 하나도 없었다. (병협) 내부적으로 이에 대한 사전 준비가 부족한 것 같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결국 ABC 원가자료 제출은 처음부터 이뤄질 수 없었던 부대조건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사전에 부대조건으로 제시될 수 있었던 사안들에 대해 건보공단과 병협이 충분한 대화가 이뤄졌다면 어땠을까.

적어도 지금처럼 구태의연한 수가협상에서 보다 진전된 협상이 이뤄지지 않았을까. 이는 다른 공급자 단체도 마찬가지다.

사전에 충분한 대화가 이뤄졌다면 일말에 가치도 없다고 치부해버리는 부대조건이 본 수가협상에서 심층적인 논의로 연결돼 발전적인 수가협상으로 진전될 수 있을 것이다.

내년에 달라질까.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지난 몇 년간 현재의 수가협상 방식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수없이 제기됐지만 변한 것은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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