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지난 5월 시계가 멈춘 곳, 평택성모병원을 가다
"어디요? 평택성모병원에 간다고요? 병원 안으로는 못들어가요. 사거리에서 내려서 걸어가실려면 타고 아니면 말아요."
평소 평택성모병원로 가는 손님을 자주태웠다는 택시기사는 메르스 사태 이후는 첫 손님이라고 했다. 평택에서도 평택성모병원은 그런 존재였다. 근처에도 가고 싶지 않은.
추후 병원 앞에선 택시 잡기자 만만치 않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을까. 택시기사는 내리기 직전에 병원 앞 버스정거장을 알려줬다.
병원 앞은 예상대로 썰렁했다. 병원 문전약국 2개는 문을 닫았고 편의점도 운영하지 않았다.
병원 로비는 불이 꺼져있었다. 병원 내부는 개원 3개월 된 병원답게 깔끔하고 쾌적했다. 무의식중에 자리했던 메르스에 대한 공포심이 서서히 걷히기 시작했다.
문제의 8층 입원실로 향했다. 국내 첫 확진 환자가 입원했던 병동은 2인실로 전문가들이 환기구가 없는 병실구조를 문제삼았던 곳이다.
전문가들이 지적대로 그가 입원한 병실은 환기구가 없었다. 하지만 환기구만 문제 삼기에는 모든 상황을 설명하기 힘들었다.
마침 평택성모병원 측도 병실구조 특히 환기구가 없는 시설에 대해 할 말이 많다고 했다.
평택성모병원 한 관계자는 "건설업자들이 병원을 짓는 과정에서 6인실을 2인실과 4인실로 병실을 나누면서 한 방에 환기구가 빠진 방이 있는데 그게 공교롭게도 1번 환자가 입원한 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 이외 다른 병원은 1인실은 물론 6인실까지 각 병실마다 공조기는 물론 에어컨과 화장실(화장실 내부에도 환기구가 설치돼 있음)이 있다"고 했다.
또한 평택성모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일단 1번환자가 입원했을 당시에는 5월 중순으로 지금처럼 덥지 않았기 때문에 대부분 창문을 열고 지냈다. 간호사 등 여럿이 수시로 병실을 오갔다.
환자가 환기가 차단된 사우나식 구조의 병실이기 때문에 감염됐을 가능성보다는 무분별한 병실 입출입이 감염 확률을 높였을 가능성이 더 커보였다.
특히 다른 층의 환자가 감염된 것을 병실구조로 몰아가기에는 납득이 안되는 부분이 많았다.
이 모든 궁금증은 CCTV에서 풀렸다. 1번 환자는 수시로 병실 밖으로 나와 복도를 돌아다녔으며 간호스테이션에 머무르며 간호사와 대화를 나누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른 층을 오가기도 했다.
당초 1차 역학조사에서 발열 환자여서 병실에만 누워있었을 것이라는 직원들의 추측은 빗나갔다.
엘리베이터를 탄 1번 환자가 마스크를 하지 않은 채 기침을 하는 동안 감염 위험에 그대로 노출됐다. 병원 내에서의 1번 환자의 행적을 짚어보면 8층 병동 이외 어디서든 추가 감염환자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메르스라는 존재에 대해 몰랐던 1번 환자는 그렇게 국내 최초 메르스 전파자가 되고 있었다.
8층 병동에 이어 수술장으로 이동했다. 수술장은 수술실 전용 공기정화 장치를 갖춘 클린룸으로 내부에는 실시간 인체 내부 모습을 확인하며 수술을 할 수 있는 C-ARM(씨암)장비는 물론 뇌수술 장비까지 두루 갖췄다.
그랬다. 평택성모병원은 평택시에서 최근 지어진 병원 중 가장 크고 최신식 장비를 갖춘 병원이었다. 개원 3개월만에 빠르게 자리를 잡아 나갔던 것도 이런 배경이 깔려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평택성모병원 병상가동률은 90%이상. 4~9층까지 입원실 중 4층 산과병동 이외 7, 8층을 먼저 오픈해 풀가동 되면서 조만간 6층 병실도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수술실도 총 6개로 절반만 운영 중이지만 곧 한두개씩 열어나갈 예정이었다.
그 찰나에 메르스 사태가 터지면서 평택성모병원은 새로 지어 시설 좋고 깨끗했던 병원의 이미지는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메르스 1차 진원지 병원으로 전락했다.
병원 2층에는 대학병원에나 있을 법한 국제진료센터가 눈에 띄었다.
알고보니 평택성모병원은 지난달 평택주한미군과 MOU를 체결하고 6월부터 주한미군 대상 검진 및 진료를 확대하며 국내 거주하는 외국인환자 진료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었다. 지금은 무기한 연기됐지만.
대기 환자들로 가득찼던 병원 로비는 불이 꺼진채 텅 비었다. 지난 5월 28일 병원 폐쇄 결정을 내린 후 시간이 멈춰버린 이 병원에는 한달 새 먼지가 뽀얗게 내려앉았다.
병원 관계자가 한마디 했다. "우리 병원만큼 깨끗한 곳이 없는데 병원 근처에 오는 것조차 꺼리니 답답하다."
평소 평택성모병원로 가는 손님을 자주태웠다는 택시기사는 메르스 사태 이후는 첫 손님이라고 했다. 평택에서도 평택성모병원은 그런 존재였다. 근처에도 가고 싶지 않은.
추후 병원 앞에선 택시 잡기자 만만치 않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을까. 택시기사는 내리기 직전에 병원 앞 버스정거장을 알려줬다.
병원 앞은 예상대로 썰렁했다. 병원 문전약국 2개는 문을 닫았고 편의점도 운영하지 않았다.
병원 로비는 불이 꺼져있었다. 병원 내부는 개원 3개월 된 병원답게 깔끔하고 쾌적했다. 무의식중에 자리했던 메르스에 대한 공포심이 서서히 걷히기 시작했다.
문제의 8층 입원실로 향했다. 국내 첫 확진 환자가 입원했던 병동은 2인실로 전문가들이 환기구가 없는 병실구조를 문제삼았던 곳이다.
전문가들이 지적대로 그가 입원한 병실은 환기구가 없었다. 하지만 환기구만 문제 삼기에는 모든 상황을 설명하기 힘들었다.
마침 평택성모병원 측도 병실구조 특히 환기구가 없는 시설에 대해 할 말이 많다고 했다.
평택성모병원 한 관계자는 "건설업자들이 병원을 짓는 과정에서 6인실을 2인실과 4인실로 병실을 나누면서 한 방에 환기구가 빠진 방이 있는데 그게 공교롭게도 1번 환자가 입원한 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 이외 다른 병원은 1인실은 물론 6인실까지 각 병실마다 공조기는 물론 에어컨과 화장실(화장실 내부에도 환기구가 설치돼 있음)이 있다"고 했다.
또한 평택성모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일단 1번환자가 입원했을 당시에는 5월 중순으로 지금처럼 덥지 않았기 때문에 대부분 창문을 열고 지냈다. 간호사 등 여럿이 수시로 병실을 오갔다.
환자가 환기가 차단된 사우나식 구조의 병실이기 때문에 감염됐을 가능성보다는 무분별한 병실 입출입이 감염 확률을 높였을 가능성이 더 커보였다.
특히 다른 층의 환자가 감염된 것을 병실구조로 몰아가기에는 납득이 안되는 부분이 많았다.
이 모든 궁금증은 CCTV에서 풀렸다. 1번 환자는 수시로 병실 밖으로 나와 복도를 돌아다녔으며 간호스테이션에 머무르며 간호사와 대화를 나누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른 층을 오가기도 했다.
당초 1차 역학조사에서 발열 환자여서 병실에만 누워있었을 것이라는 직원들의 추측은 빗나갔다.
엘리베이터를 탄 1번 환자가 마스크를 하지 않은 채 기침을 하는 동안 감염 위험에 그대로 노출됐다. 병원 내에서의 1번 환자의 행적을 짚어보면 8층 병동 이외 어디서든 추가 감염환자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메르스라는 존재에 대해 몰랐던 1번 환자는 그렇게 국내 최초 메르스 전파자가 되고 있었다.
8층 병동에 이어 수술장으로 이동했다. 수술장은 수술실 전용 공기정화 장치를 갖춘 클린룸으로 내부에는 실시간 인체 내부 모습을 확인하며 수술을 할 수 있는 C-ARM(씨암)장비는 물론 뇌수술 장비까지 두루 갖췄다.
그랬다. 평택성모병원은 평택시에서 최근 지어진 병원 중 가장 크고 최신식 장비를 갖춘 병원이었다. 개원 3개월만에 빠르게 자리를 잡아 나갔던 것도 이런 배경이 깔려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평택성모병원 병상가동률은 90%이상. 4~9층까지 입원실 중 4층 산과병동 이외 7, 8층을 먼저 오픈해 풀가동 되면서 조만간 6층 병실도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수술실도 총 6개로 절반만 운영 중이지만 곧 한두개씩 열어나갈 예정이었다.
그 찰나에 메르스 사태가 터지면서 평택성모병원은 새로 지어 시설 좋고 깨끗했던 병원의 이미지는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메르스 1차 진원지 병원으로 전락했다.
병원 2층에는 대학병원에나 있을 법한 국제진료센터가 눈에 띄었다.
알고보니 평택성모병원은 지난달 평택주한미군과 MOU를 체결하고 6월부터 주한미군 대상 검진 및 진료를 확대하며 국내 거주하는 외국인환자 진료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었다. 지금은 무기한 연기됐지만.
대기 환자들로 가득찼던 병원 로비는 불이 꺼진채 텅 비었다. 지난 5월 28일 병원 폐쇄 결정을 내린 후 시간이 멈춰버린 이 병원에는 한달 새 먼지가 뽀얗게 내려앉았다.
병원 관계자가 한마디 했다. "우리 병원만큼 깨끗한 곳이 없는데 병원 근처에 오는 것조차 꺼리니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