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념 좌담회② 병원 손실보상에 미적지근한 정부에 한탄
|메디칼타임즈 취재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이 휩쓴 병의원의 손실은 어느 정도일까. 메르스 사태 후 정부, 의료계, 그리고 국민이 당장이라도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메디칼타임즈는 지난달 30일 의료 전문가들과 함께 현장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으며, 제2의 메르스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대책을 함께 고민했다.
좌담회는 대한의사협회 최재욱 의료정책연구소장(고대의대 예방의학과)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김영준 수원시의사회장, 박진식 세종병원 이사장, 이종은 평택시의사회장, 이주호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략기획단장, 황원민 건양의대 신장내과 교수(가나다 순)가 참석했다.
병의원 수입 직격탄 "손실 보상 없으면 추후 협조 끌어내기 힘들 것"
최재욱 메르스 사태로 병의원 손실이 상당하더라. 의협 의료정책연구소가 약 3주 전부터 손실이 어느 정도인지 조사해 봤더니 수익이 65%나 감소한 것으로 나왔다. 실제 손실이 어느 정도 되는지 구체적으로 얘기해 봤으면 한다.
황원민 6월 초 환자 수는 90% 줄었다. 소아청소년과에서 환자 60명을 보던 교수가 하루에 2명만 볼 정도였다. 병실 가동률은 95% 였다가 24%까지 떨어졌다. 환자가 줄어서 수익이 준 것도 있지만 코호트 격리를 하면 환자를 아예 못 받는다. 당연히 응급실로 신환도 못 받는다.
6월 한 달 내내 메르스 홍역을 치른 결과 병원 손실은 100억원 정도 된다. 오늘(30일)이 월급날이었는데 제대로 들어올까 걱정 많이 했다. 결제하는 사람의 마음은 어떨까.
최재욱 직접 결제를 하고 있는 병원장의 입장은 어떤가.
박진식 세종병원이 있는 부천에는 메르스 환자가 한사람 밖에 없었기 때문에 직격탄은 맞지 않아 안정적인 편이라고 할 수 있겠다. 6월 초에는 영향이 없지 않을까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환자가) 줄더라. 현재는 20% 정도 줄었다.
김영준 개인적으로는 오늘 청구액을 돌렸더니 환자 숫자는 30~40% 감소, 수입은 50% 줄었다. 이건 타격이 굉장히 적은 것이다.
감기 환자를 주로 보는 이비인후과, 소아청소년과는 70~80% 수입이 줄었다.
수원의 한 소청과 원장은 자가 격리 되는 바람에 (의원) 문을 닫았다가 2주 후 다시 열었다. 그러나 낙인효과 때문에 환자가 아무도 안와 다시 닫았다. 원장도, 직원도 메르스가 발병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또 다른 한 의원은 직원 4명 중 2명이 직접 원장에게 "한 달만 무급휴가라도 보내달라"고 말할 정도였다. 이 원장은 그래도 굶어죽기라고 하겠냐며 그냥 일하자고 직원들을 다독였다고 한다. 직원들도 희생되고 있는 것.
이주호 맞다. 규모가 큰 병원들은 휴업 자체가 힘드니 직원들을 강제휴가 보낸다. 노동법을 보면 사 측의 귀책사유로 직원이 원치 않는 휴가를 가면 그에 따른 합당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
직원 입장에서는 원치 않는 휴가니까 보상을 받아야 하는데 사 측은 또 무슨 잘못이 있느냐는 얘기가 나온다. 노사 관계에서 향후 쟁점이 될 것 같다.
"정부의 손실보상, 아무도 안 믿는다" 비관
최재욱 손실이 상당한데 보상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황원민 아직까지도 정부가 보상을 어느 정도 해줄 건지 답이 없다. 병동을 닫을 때 우리만 손해 보는 거 아닌가하는 생각을 당연히 할 수 있다. 우리 병원 보직자도 정부 보상을 하나도 못 받을 거라고 생각하더라. 받은 적이 없으니까 아예 자포자기하더라. 선례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학습효과가 있을 것 같다.
정부 보상이 없으면 나중에는 감염병 환자는 안 보는 게 낫겠다는 말도 나올 수 있다. 그게 걱정이다.
김영준 자가 격리된 휴업 기관은 메르스 환자가 경유했지만 감염자가 아무도 안 생겼음에도 천둥 맞아서 병원 문 닫은 것이다. 회원 피해를 듣고 있지만 회장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더라. 의협은 의료계가 과잉 대응한 부분에 대해 통계를 내고, 보건의료노조도 의료기관의 피해가 크다고 계속 정부를 압박해야 한다.
최재욱 의료기관의 손실 부분에 대해서는 전수조사하고 있다. 회계 규칙에 맞춰 정확한 피해 비용을 산출해 정부와 협상할 것이다. 그러나 이 단계도 다 못 넘어간 이유가 보건복지위에서 정부가 자발적 휴원이면 현행법상 보상을 해주기 어렵다는 식으로 빼고 있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이다.
김영준 민간병원 역량이 충분히 높고, 협조도 잘 했다. 보상도 잘 해줘야 한다.
박진식 개인적으로는 환자가 전체적으로 감소했으니 이를 모두 보상해 달라고 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메르스 환자를 받은 병원 등 직접 피해를 본 곳은 과하게 보상해 줄 필요가 있다.
당장 이번 달도 문제지만 열어도 안되기 때문이다. 정부 보상 여부에 따라 다음번에 이번과 같은 사태가 닥쳐도 적극 협조 상황도 달라질 것이다. 보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제2의 메르스가 와도 일단 휴원하고 피했다 오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김영준 제2의 메르스가 온다면 현실적으로는 차라리 문을 닫는 게 낫겠다고 해도, 환자들이 눈에 밟혀서 그렇게는 못한다. 하지만 이비인후과는 오히려 그게 더 이득일지도 모르겠다.
최재욱 정부가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겠다. 메르스 감시 단계가 주의에서 경계 수준으로 올라가면 총리가 관장하게 된다. 그러면 국가 재난이 되고 재난구호 기금을 통해 돈을 직접 풀 수 있다. 직접 보상비가 아닌 간접 보상비도 팍팍 지원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주의 단계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정부가 자가당착에 빠졌다. 안이하게 판단한 것도 있고, 지금도 총리가 관장하지만 이제 와서 감시 단계를 올리기도 모양새가 이상한 상황이 됐다.
경제 활성화 개념으로 관광업계,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보조금을 뿌리는 것처럼 의료계 쪽에도 돈이 투입돼야 한다.
현실적인 대안은? "감염관리 5개년 계획 세우자"
최재욱이제 마무리 단계에 왔다. 지난 10여년 간 논의됐던 각종 이슈들이 해결되지 못하고 이번에 수면 위로 떠올랐다. 메르스 사태를 기회 삼아 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이야기해보자.
이주호 공공의료 시스템, 병원 안전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돈을 아끼면 안 된다. 의료에 돈을 쏟는 것은 비용 개념 아니라 투자로 바라봐야 한다. 국가 안보 개념으로 가야 한다는 소리다.
국방비도 비상을 대비해서 일 년에 몇십조씩 투자한다. 국민안전 건강을 경제학적 시각으로 효율적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양적 확대는 다음이고 있는 것부터 시스템을 갖추고 제대로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 일환으로 국가재난대책 컴플레스를 만들어야 한다. 국립중앙의료원, 원자력의학원, 경찰병원 등 공공의료기관을 중심으로 국가재난 발생 시 초동대응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황당했던 게 정부는 격리병상이 105병상 있다고 하는데 대학병원에 알아보니 음압 병상과 에크모를 다 갖고 있었다. 그런데 질병관리본부와 보건복지부는 전혀 파악을 못하고 있었다. 민간병원이라는 이유로 조사도 안되고 의사, 간호사 파견도 쉽게 못 했다.
민간병원을 포함해서 안전시스템을 어떻게 갖춰야 할지 얘기해야 한다.
최재욱 거시적으로 이야기해줬다. 감염 관리는 장기적인 관점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 시설 관리 투자는 이 참에 감염관리예방 기금을 별도로 만들어 이뤄져야 한다. 기금을 만들면 다양한 사업을 할 수 있다.
또 의료계의 감염관리 역량을 키워나가기 위해 장기적으로 감염관리예방 5개년 계획을 세워야 한다. 감염 관리는 경제적 효율성이 하나도 없는 분야다. 효율성이 있게 만들려면 민간이 참여할 수 있도록 서포트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정부는 1991년부터 산업재해예방관리 종합계획을 6년, 3년, 5년 단위로 30년간 해왔다. 다른 부처의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산업재해 계획을 통해 기금을 만들고 산업안전공단도 만들었다. 규제만 하는 게 아니고 사업장 상대로 기술 지원, 시설자금 무상융자 등의 혜택도 있다.
산재예방관리 기금도 30년을 해서 그나마 유지되는 것인데 감염관리 예방도 같다고 생각한다. 감염관리 전문 간호사 확대, 감염내과 전문의 확대, 교육 예산 등 할 일이 많다.
계속 규제책을 만들기만 하면 같은 문제가 재발하고 미래가 없을 것이다. 국가 감염관리 선진화사업 종합계획을 장기적으로 끌고 가야지 갑자기 응급실 오지 마라, 3차 병원 오지말라고 하면 누가 따르겠나.
박진식 동의한다. 세월호 종합 대책이라고 해서 며칠 만에 뚝딱 만들어 내지 말고 장기적인 질 향상 계획이 필요하다. 사회 시스템 어디에 문제가 생긴 것인지 긴 안목에서 5개년 종합 대책 정도는 나와야 뭔가 계산이 나올 것이다.
이주호 메르스 이후 총선과 대선이 이어진다. 정치적 공간에서 각자에 차이는 있겠지만 그런 걸 넘어서서 한국의료가 전반적으로 좋은 방향으로 가는 데 지혜를 모아 나가야 하지 않을까.
"교육도 중요하다…지역의사회 역할 해야"
황원민 교육의 중요성을 얘기하고 싶다. 지난주 격리 해제되고 대전 교육청에서 학부모 교육이 필요하다는 요청이 왔다.
일반 시민을 만나는 계기가 됐는데 생각보다 공포심이 크더라. 초등학교 선생님들에게 제일 중요한 교육이 뭘까 생각해 봤더니 체온 측정이더라. 체온을 어떻게 재고 측정 원리는 뭐고, 체온계는 어떤 게 있는지 등을 의사들이 얘기해줘야 한다. 손 씻기가 왜 중요한지, 비누와 에탄올의 차이 등을 쉽게 얘기해 줄 수 있는 게 의사다. 이런 게 위생이다.
이종은 저도 공무원을 교육했다. 자택 격리자는 공무원이 1대 1로 밀착 관리 중인데 이들도 굉장한 공포심을 갖고 있었다. 자택격리자는 정상인데 지켜보라니까 어디서 어떻게 지켜봐야 할지를 모를 정도였다.
관련 강의를 들은 공무원들은 안심된다고 얘기하더라.. 이처럼 작은 관리나 교육이 굉장히 중요하다. 실질적으로 질본에서 다 해줄 수 없으니 지역 의사회가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겠다고 생각했다.
황원민 교육 내용을 교재로 만드는 것도 좋겠다.
최재욱 이밖에 꼭 강조하고 싶은 대책이 있는가.
김영준 의료전달체계 재정립과 의사 보건소장의 확대는 꼭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병원 접근성도 좋고 비용도 싸다. 비용 장벽은 수가 현실화가 필요하다. 경제적 어려움이 있는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응급실도 수가 합리화해야 의료전달체계가 바로 설 수 있다.
보건소장의 역할도 상당히 큰데 경기도는 보건소 43곳 중 20곳만 의사다.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보건소장이 의사일 때와 아닐 때 지역 연계성이나 정책 현실성들이 차이가 크더라.
최재욱 이제 마무리할 시간이다. 감염병 문제가 발생했을 때 질본이 중심에 있어야 하고 의료계는 자율적으로 역량 강화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과 수가 문제도 있다. 의료전달체계는 행태에 대한 부분과 맞물려서 같이 가야 한다.
이들은 모두 1~2년에 바뀔 게 절대 아니다. 한 감염내과 교수가 원내에서 감염관리 프로그램을 6년쯤 하니까 원내 감염률이 떨어졌다고 하더라. 국가 전체 효과가 나오려면 5개년 계획을 두세 번 정도는 해야 할 것 같다. 단발성 정책을 경계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너무 공공부분을 등한시하고 민간이 공공을 떠맡고 욕도 먹으며 희생양이 돼 왔다. 정부는 공공부분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다시 한번 메르스 격리자 및 의료진에게 위로와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좌담회를 마친다.
|정리=이지현・박양명・문성호 기자|
메디칼타임즈는 지난달 30일 의료 전문가들과 함께 현장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으며, 제2의 메르스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대책을 함께 고민했다.
좌담회는 대한의사협회 최재욱 의료정책연구소장(고대의대 예방의학과)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김영준 수원시의사회장, 박진식 세종병원 이사장, 이종은 평택시의사회장, 이주호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략기획단장, 황원민 건양의대 신장내과 교수(가나다 순)가 참석했다.
병의원 수입 직격탄 "손실 보상 없으면 추후 협조 끌어내기 힘들 것"
최재욱 메르스 사태로 병의원 손실이 상당하더라. 의협 의료정책연구소가 약 3주 전부터 손실이 어느 정도인지 조사해 봤더니 수익이 65%나 감소한 것으로 나왔다. 실제 손실이 어느 정도 되는지 구체적으로 얘기해 봤으면 한다.
황원민 6월 초 환자 수는 90% 줄었다. 소아청소년과에서 환자 60명을 보던 교수가 하루에 2명만 볼 정도였다. 병실 가동률은 95% 였다가 24%까지 떨어졌다. 환자가 줄어서 수익이 준 것도 있지만 코호트 격리를 하면 환자를 아예 못 받는다. 당연히 응급실로 신환도 못 받는다.
6월 한 달 내내 메르스 홍역을 치른 결과 병원 손실은 100억원 정도 된다. 오늘(30일)이 월급날이었는데 제대로 들어올까 걱정 많이 했다. 결제하는 사람의 마음은 어떨까.
최재욱 직접 결제를 하고 있는 병원장의 입장은 어떤가.
박진식 세종병원이 있는 부천에는 메르스 환자가 한사람 밖에 없었기 때문에 직격탄은 맞지 않아 안정적인 편이라고 할 수 있겠다. 6월 초에는 영향이 없지 않을까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환자가) 줄더라. 현재는 20% 정도 줄었다.
김영준 개인적으로는 오늘 청구액을 돌렸더니 환자 숫자는 30~40% 감소, 수입은 50% 줄었다. 이건 타격이 굉장히 적은 것이다.
감기 환자를 주로 보는 이비인후과, 소아청소년과는 70~80% 수입이 줄었다.
수원의 한 소청과 원장은 자가 격리 되는 바람에 (의원) 문을 닫았다가 2주 후 다시 열었다. 그러나 낙인효과 때문에 환자가 아무도 안와 다시 닫았다. 원장도, 직원도 메르스가 발병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또 다른 한 의원은 직원 4명 중 2명이 직접 원장에게 "한 달만 무급휴가라도 보내달라"고 말할 정도였다. 이 원장은 그래도 굶어죽기라고 하겠냐며 그냥 일하자고 직원들을 다독였다고 한다. 직원들도 희생되고 있는 것.
이주호 맞다. 규모가 큰 병원들은 휴업 자체가 힘드니 직원들을 강제휴가 보낸다. 노동법을 보면 사 측의 귀책사유로 직원이 원치 않는 휴가를 가면 그에 따른 합당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
직원 입장에서는 원치 않는 휴가니까 보상을 받아야 하는데 사 측은 또 무슨 잘못이 있느냐는 얘기가 나온다. 노사 관계에서 향후 쟁점이 될 것 같다.
"정부의 손실보상, 아무도 안 믿는다" 비관
최재욱 손실이 상당한데 보상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황원민 아직까지도 정부가 보상을 어느 정도 해줄 건지 답이 없다. 병동을 닫을 때 우리만 손해 보는 거 아닌가하는 생각을 당연히 할 수 있다. 우리 병원 보직자도 정부 보상을 하나도 못 받을 거라고 생각하더라. 받은 적이 없으니까 아예 자포자기하더라. 선례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학습효과가 있을 것 같다.
정부 보상이 없으면 나중에는 감염병 환자는 안 보는 게 낫겠다는 말도 나올 수 있다. 그게 걱정이다.
김영준 자가 격리된 휴업 기관은 메르스 환자가 경유했지만 감염자가 아무도 안 생겼음에도 천둥 맞아서 병원 문 닫은 것이다. 회원 피해를 듣고 있지만 회장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더라. 의협은 의료계가 과잉 대응한 부분에 대해 통계를 내고, 보건의료노조도 의료기관의 피해가 크다고 계속 정부를 압박해야 한다.
최재욱 의료기관의 손실 부분에 대해서는 전수조사하고 있다. 회계 규칙에 맞춰 정확한 피해 비용을 산출해 정부와 협상할 것이다. 그러나 이 단계도 다 못 넘어간 이유가 보건복지위에서 정부가 자발적 휴원이면 현행법상 보상을 해주기 어렵다는 식으로 빼고 있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이다.
김영준 민간병원 역량이 충분히 높고, 협조도 잘 했다. 보상도 잘 해줘야 한다.
박진식 개인적으로는 환자가 전체적으로 감소했으니 이를 모두 보상해 달라고 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메르스 환자를 받은 병원 등 직접 피해를 본 곳은 과하게 보상해 줄 필요가 있다.
당장 이번 달도 문제지만 열어도 안되기 때문이다. 정부 보상 여부에 따라 다음번에 이번과 같은 사태가 닥쳐도 적극 협조 상황도 달라질 것이다. 보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제2의 메르스가 와도 일단 휴원하고 피했다 오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김영준 제2의 메르스가 온다면 현실적으로는 차라리 문을 닫는 게 낫겠다고 해도, 환자들이 눈에 밟혀서 그렇게는 못한다. 하지만 이비인후과는 오히려 그게 더 이득일지도 모르겠다.
최재욱 정부가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겠다. 메르스 감시 단계가 주의에서 경계 수준으로 올라가면 총리가 관장하게 된다. 그러면 국가 재난이 되고 재난구호 기금을 통해 돈을 직접 풀 수 있다. 직접 보상비가 아닌 간접 보상비도 팍팍 지원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주의 단계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정부가 자가당착에 빠졌다. 안이하게 판단한 것도 있고, 지금도 총리가 관장하지만 이제 와서 감시 단계를 올리기도 모양새가 이상한 상황이 됐다.
경제 활성화 개념으로 관광업계,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보조금을 뿌리는 것처럼 의료계 쪽에도 돈이 투입돼야 한다.
현실적인 대안은? "감염관리 5개년 계획 세우자"
최재욱이제 마무리 단계에 왔다. 지난 10여년 간 논의됐던 각종 이슈들이 해결되지 못하고 이번에 수면 위로 떠올랐다. 메르스 사태를 기회 삼아 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이야기해보자.
이주호 공공의료 시스템, 병원 안전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돈을 아끼면 안 된다. 의료에 돈을 쏟는 것은 비용 개념 아니라 투자로 바라봐야 한다. 국가 안보 개념으로 가야 한다는 소리다.
국방비도 비상을 대비해서 일 년에 몇십조씩 투자한다. 국민안전 건강을 경제학적 시각으로 효율적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양적 확대는 다음이고 있는 것부터 시스템을 갖추고 제대로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 일환으로 국가재난대책 컴플레스를 만들어야 한다. 국립중앙의료원, 원자력의학원, 경찰병원 등 공공의료기관을 중심으로 국가재난 발생 시 초동대응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황당했던 게 정부는 격리병상이 105병상 있다고 하는데 대학병원에 알아보니 음압 병상과 에크모를 다 갖고 있었다. 그런데 질병관리본부와 보건복지부는 전혀 파악을 못하고 있었다. 민간병원이라는 이유로 조사도 안되고 의사, 간호사 파견도 쉽게 못 했다.
민간병원을 포함해서 안전시스템을 어떻게 갖춰야 할지 얘기해야 한다.
최재욱 거시적으로 이야기해줬다. 감염 관리는 장기적인 관점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 시설 관리 투자는 이 참에 감염관리예방 기금을 별도로 만들어 이뤄져야 한다. 기금을 만들면 다양한 사업을 할 수 있다.
또 의료계의 감염관리 역량을 키워나가기 위해 장기적으로 감염관리예방 5개년 계획을 세워야 한다. 감염 관리는 경제적 효율성이 하나도 없는 분야다. 효율성이 있게 만들려면 민간이 참여할 수 있도록 서포트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정부는 1991년부터 산업재해예방관리 종합계획을 6년, 3년, 5년 단위로 30년간 해왔다. 다른 부처의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산업재해 계획을 통해 기금을 만들고 산업안전공단도 만들었다. 규제만 하는 게 아니고 사업장 상대로 기술 지원, 시설자금 무상융자 등의 혜택도 있다.
산재예방관리 기금도 30년을 해서 그나마 유지되는 것인데 감염관리 예방도 같다고 생각한다. 감염관리 전문 간호사 확대, 감염내과 전문의 확대, 교육 예산 등 할 일이 많다.
계속 규제책을 만들기만 하면 같은 문제가 재발하고 미래가 없을 것이다. 국가 감염관리 선진화사업 종합계획을 장기적으로 끌고 가야지 갑자기 응급실 오지 마라, 3차 병원 오지말라고 하면 누가 따르겠나.
박진식 동의한다. 세월호 종합 대책이라고 해서 며칠 만에 뚝딱 만들어 내지 말고 장기적인 질 향상 계획이 필요하다. 사회 시스템 어디에 문제가 생긴 것인지 긴 안목에서 5개년 종합 대책 정도는 나와야 뭔가 계산이 나올 것이다.
이주호 메르스 이후 총선과 대선이 이어진다. 정치적 공간에서 각자에 차이는 있겠지만 그런 걸 넘어서서 한국의료가 전반적으로 좋은 방향으로 가는 데 지혜를 모아 나가야 하지 않을까.
"교육도 중요하다…지역의사회 역할 해야"
황원민 교육의 중요성을 얘기하고 싶다. 지난주 격리 해제되고 대전 교육청에서 학부모 교육이 필요하다는 요청이 왔다.
일반 시민을 만나는 계기가 됐는데 생각보다 공포심이 크더라. 초등학교 선생님들에게 제일 중요한 교육이 뭘까 생각해 봤더니 체온 측정이더라. 체온을 어떻게 재고 측정 원리는 뭐고, 체온계는 어떤 게 있는지 등을 의사들이 얘기해줘야 한다. 손 씻기가 왜 중요한지, 비누와 에탄올의 차이 등을 쉽게 얘기해 줄 수 있는 게 의사다. 이런 게 위생이다.
이종은 저도 공무원을 교육했다. 자택 격리자는 공무원이 1대 1로 밀착 관리 중인데 이들도 굉장한 공포심을 갖고 있었다. 자택격리자는 정상인데 지켜보라니까 어디서 어떻게 지켜봐야 할지를 모를 정도였다.
관련 강의를 들은 공무원들은 안심된다고 얘기하더라.. 이처럼 작은 관리나 교육이 굉장히 중요하다. 실질적으로 질본에서 다 해줄 수 없으니 지역 의사회가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겠다고 생각했다.
황원민 교육 내용을 교재로 만드는 것도 좋겠다.
최재욱 이밖에 꼭 강조하고 싶은 대책이 있는가.
김영준 의료전달체계 재정립과 의사 보건소장의 확대는 꼭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병원 접근성도 좋고 비용도 싸다. 비용 장벽은 수가 현실화가 필요하다. 경제적 어려움이 있는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응급실도 수가 합리화해야 의료전달체계가 바로 설 수 있다.
보건소장의 역할도 상당히 큰데 경기도는 보건소 43곳 중 20곳만 의사다.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보건소장이 의사일 때와 아닐 때 지역 연계성이나 정책 현실성들이 차이가 크더라.
최재욱 이제 마무리할 시간이다. 감염병 문제가 발생했을 때 질본이 중심에 있어야 하고 의료계는 자율적으로 역량 강화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과 수가 문제도 있다. 의료전달체계는 행태에 대한 부분과 맞물려서 같이 가야 한다.
이들은 모두 1~2년에 바뀔 게 절대 아니다. 한 감염내과 교수가 원내에서 감염관리 프로그램을 6년쯤 하니까 원내 감염률이 떨어졌다고 하더라. 국가 전체 효과가 나오려면 5개년 계획을 두세 번 정도는 해야 할 것 같다. 단발성 정책을 경계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너무 공공부분을 등한시하고 민간이 공공을 떠맡고 욕도 먹으며 희생양이 돼 왔다. 정부는 공공부분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다시 한번 메르스 격리자 및 의료진에게 위로와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좌담회를 마친다.
|정리=이지현・박양명・문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