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임상시험 못해 신약개발 못한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

발행날짜: 2015-09-17 05:27:32
  • 서울대학교병원 임상시험센터 방영주 센터장

20년전, 서울대병원이 국내 최초로 임상시험센터를 설립했던 당시만해도 임상시험하면 마루타를 연상시키는 시절이 있었다. 임상시험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낮은 만큼 연구수준 또한 세계적 수준에 한참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현재 서울대병원 임상시험센터는 노바티스 등 세계 유명 다국적사가 앞다퉈 임상시험하고 싶은 곳으로 성장했다. 지난 2009년부터 임상시험센터를 이끌고 있는 방영주 교수를 만나봤다.

방영주 임상시험센터장
1995년 소아별관서 시작해 세계 속 센터로 성장

서울대 임상시험센터가 처음 문을 연 것은 1995년. 당시 서울대병원 소아별관에 둥지를 튼 이후 1998년 5월 15일 임상의학연구소(현재 의생명연구원)가 준공됨과 동시에 3층으로 확장하면서 지금의 임상시험센터의 기틀을 마련했다.

방영주 센터장은 임상시험센터의 비약적 성장을 이룬 해로 2011년을 꼽았다.

그 해에 국내 최초의 암질환 전용 임상시험센터인 종양임상시험센터를 개소했기 때문이다.

이를 시작으로 이듬해인 2012년 1월에는 어린이 전용 임상시험시설인 소아임상시험센터까지 개소하더니 초기임상시험 글로벌선도센터(GREATS)로 지정되기에 이르렀다.

"성장 또 성장…이면에는 연구자의 희생이 있었다"

방 센터장은 성과 이면에는 꾸준한 임상연구가 자양분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 2005년 차세대 항고혈압제 글로벌 신약허가를 위한 다국적 공동임상시험의 총괄연구책임자로 선정됐는데 이는 국내 연구진으로서 최초사례로 국내 임상연구의 국제적 신뢰도가 향상된 중요한 계기"라고 했다.

같은 해인 2005년, 노바티스의 국제 임상시험센터로 지정된 데 이어 2006년에는 아스트라제네카오 신약 연구개발과 임상교류 협력 확대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임상연구 투자를 유치하는데 성공하면서 저력을 발휘했다.

2008년에는 서울대병원을 비롯해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등이 컨소시엄 형태로 아시아 다른 국가와의 경쟁에서 화이자 본사와 핵심임상연구기관 협약을 체결했다.

방영주 센터장은 "이제 세계 유명 다국적사들도 임상시험을 하기 위해 한국을 찾아온다. 시대가 이렇게 바뀌었는데 여전히 국내 임상시험을 못해서 신약개발을 할 수 없다는 얘기는 핑계"라고 꼬집었다.

방 센터장은 "20년간 임상연구 분야에서 쌓아온 노하우를 통해 지난해에는 아시아 지역은 물론 세계 처음으로 초기임상시험 전문 수탁기관인 셀레리온의 사무소가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에서 업무를 시작할 수 있었다"면서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임상연구 분야가 지금의 궤도에 오른 것을 과거 수많은 연구자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미국 등 의료선진국을 제치고 임상연구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것 또한 국내 우수한 연구원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임상시험센터 20주년을 기념해 신상구 교수, 김도경 교수 등 임상시험센터가 자리잡는데 크게 기여한 연구원의 노력과 업적을 기록으로 남겨둘 계획이다.

"임상시험, 환자에겐 마지막 치료의 기회"

방영주 센터장이 임상연구에 몰입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임상시험을 위해 미국 등 다른 국가로 나갈 것을 줄이고 국부를 창출하는 효과와 더불어 임상시험이 산업으로 성장했을 때 CRO 등 고급인력 일자리 창출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것은 환자들에게 치료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방 센터장은 "현재 임상 1상에 참여했던 암 환자 중 10년이상 생존한 환자가 10여명 있다"며 "이는 국내에서 임상시험을 실시함으로써 누릴 수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방 센터장은 끝으로 국내 임상연구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앞으로 한국 임상시험이 주력해야할 부분은 임상 1상분야"라며 "임상 3상은 환자 수가 많은 인도, 중국이 유리하지만 최첨단기술 및 연구자의 노하우가 집약돼 있는 임상 1상은 한국이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지역임상시험센터에 대한 정부 지원을 앞으로도 일부는 지속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봤다.

그는 "평가를 마친 이후에도 일부 성과가 있는 센터에 대해서는 소액이라도 지원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물론 자립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현실적인 여건상 아직 어려움이 있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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