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너십 없는 코프로모션은 반쪽짜리

이석준
발행날짜: 2015-10-01 05:25:59
시작은 좋다. 웃으며 악수하고 사진을 찍는다. 일부 사장들은 어깨동무까지 한다. 그만큼 기대가 크고 잘 해보자는 의미다. 현장은 화기애애 그 자체다. 익숙한 장면은 최근 잦아진 제약업체(대부분 국내-다국적사) 간 코프로모션 제휴식 모습이다.

그런데 이런 기대감과 화기애애함은 시간이 지날수록 의문부호와 옥신각신으로 변신한다. 이견이 생기고 남의 떡이 더 커보이듯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상대방이 눈에 들어온다.

어찌보면 당연하다. 다른 환경에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살아온 이들이 한 방향으로 일을 진행하기는 쉽지 않다. 불만이 생기는 포인트도 여기에 있다. 문제는 알게 모르게 갑을 관계가 형성돼 있다는 점이다. 서로 동반자라는 생각보다 우위에 서려고 한다.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다국적 A사와 국내 B사는 최근 계약 연장 조건 때문에 얼굴을 붉혔다. A사는 수수료를 더 낮추고 계약 기간은 짧기를 원하는데 B사는 반대 입장이기 때문이다.

B사 PM은 "A사 제품 시리즈를 팔면서 생긴 처방액만 5000억원이 넘는다. 양사간 노력의 증거다. 하지만 계약 종료 시점이 오면 협력자가 아닌 갑을관계로 변한다. 제휴를 끊으면 서로 타격이 커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기분은 뒤틀린 상태"라고 토로했다. 이어 "솔직히 이번 일로 A사 품목 판촉 활동을 열심히 하지 않고 있다. 얄미워서 우리 도움이 없다면 처방액이 준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물론 A사가 나쁘다는 얘기가 아니다. 계약이라는 자체가, 또 프로 세계에서 더 좋은 조건에 마음이 기울여지는 것이 당연지사다. B사의 반항(?)도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일 수도 있다. 단 잦은 코프로모션 속에 갈등을 겪는 제약사가 늘고 있다는 점은 지적하고 싶다. 상처가 곪으면 터지기 마련이다. 웃으며 제휴를 맺었던 코프로모션. 동반자적 배려는 반드시 필요하다. 일방적인 태도는 화를 부르고 반드시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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