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경영효율화 압박에 멍드는 국립대병원 공공성

발행날짜: 2015-11-03 13:00:30
  • 임금피크제 등 경영효율화 제도 강행…"의료가 가진 특성 무시"

의료 공공성을 최우선으로 평가받아 온 국립대병원이 경영 효율화를 강요받고 있다.

최근 정부는 공공기관에 임금피크제 도입을 국립대병원에도 동일하게 적용, 제도를 시행할 때까지 패널티를 주겠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국립대병원 등 공공병원에 경영효율을 추구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 정부의 방만경영효율화 정책 추진에 공공병원을 포함, 의료 공공성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를 논하기 전에 경영 효율화를 꾀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여기에 정부의 경영효율화 정책 추진으로 어긋난 노사관계가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국립대병원 등 공공병원 노사관계는 극으로 치닫고 있다.

의료연대본부는 2일, 임금피크제를 강행한 서울대병원 이사진을 형사고발했다.
"정부 지원금 앞서워 제도 추진 강행"

최근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임금피크제와 앞서 추진했던 공공기관 방만경영효율화의 공통점은 이를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해당 기관에 패널티를 적용하는 것이다.

정부 정책에 동참하지 않으면 지원금을 줄 수 없다는 협박성 제도인 셈이다.

정부 지원을 받는 공공기관이니 정부추진 사업을 이행해야한다는 게 정부 측 입장이지만,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 분야에도 이를 동일하게 적용하는 게 적절한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 분회 우지영 사무장은 "타 공공기관은 몰라도 국립대병원의 경우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정부가 말한 임금체계 개편 및 청년고용 창출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직원의 상당 수를 차지하는 간호사의 경우 근속연수가 짧아 정년이 무의미한 상황에서 임금피크제가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의료직 이외 일반직의 경우에도 젊은 측의 고용을 안정화하려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이는 뒷전인채 의미 없는 제도만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메르스 사태 당시 지방의료원 등 공공병원은 공공성을 유지하며 환자 진료에 적극 나섰다.
지방의료원은 더욱 회의적이다.

모 지방의료원장은 "정원이 있어도 간호사를 채용하지 못하는 데 임금피크제가 무슨 의미가 있는 지 모르겠다"며 "공공병원에 경영효율화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떤 간호사가 정년을 앞두고 임금을 깎는 것을 수용하겠느냐"면서 "차라리 초봉을 인상하면서 45세 이후 임금 인상률을 낮추는 식의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립대병원 등 공공병원의 호봉제가 각 병원 경영에 부담이 되고, 경영을 효율화해야 할 부분이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최근 정부가 내놓는 제도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국립대병원, 어쩌다 경영 효율성 추구 강요받게 됐을까"

그렇다면 공공성이 최우선인 국공립병원이 왜 이 지경이 됐을까.

불과 6개월 전, 메르스 사태를 통해 국공립병원의 공공성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 전 국민이 통감했음에도 정부 정책 방향은 달라진 게 없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측은 이명박 정부 당시부터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을 시작으로 추진된 사업이 정권이 바뀐 이후에도 '공공기관 정상화 방안' '방만경영 효율화 방안' 등 이름만 바꿔서 계속되고 있다고 봤다.

더 문제는 정부의 경영효율화 정책은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성과연봉제, 이진아웃제(환자 수 등 경영 성과를 평가해 기준에 미달하면 퇴출) 등 도입을 검토 중이다.

공공운수노조 공공기관사업국 민길숙 국장은 "정부는 계속해서 공공병원 경영효율화를 극대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걸림돌이 되는 노조를 무력화하고 있다"며 "공공성은 물론 의료 현장의 특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제도를 밀어부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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