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청법 적용 사례 속출에 몸 사리는 의사들 "불필요 대화 줄이자"
#. 감기에 걸려 병원에 갔는데 의사 선생님이 아무런 설명도 없이 제 옷을 올리고 가슴에 청진기를 대는 거예요. '가슴에 청진기를 대 심장 소리를 들어볼 테니 놀라지 마세요, 옷을 올려 주실래요?'라고 말해줄 줄 알았거든요.
#. 산부인과 처음 가는 날이었어요. 왠지 부끄러워 여의사 선생님이 진료해주실 수 있는지 확인하고 갔는데 남자 의사가 들어오는 거예요. 다시 나갈 수도 없고 정말 난감했어요.
진료실을 다녀간 환자들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이게 성희롱이냐'며 물어온 내용들이다. 인권위는 환자에게 청진 및 촉진 부위와 필요성을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답했다.
'아동, 청소년, 성인 대상 성범죄로 형이 확정된 의사는 10년간 의료업에 종사할 수 없다'는 내용이 들어간 아동,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이 시행된 지 3년여.
의료계는 스스로 방어진료를 하는 상황이지만 법 개정 당시 분출됐던 공분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오히려 모호한 상황에 아청법 적용 사례들이 속출하면서 10년 면허정지는 독소조항이라며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차라리 폭행죄로 벌금형을 받는 게 낫겠다는 격한 발언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전라북도 전주시 한 정형외과 의사는 안경점에서 안경을 맞추는 과정에서 60대 여성 손님과 실랑이 도중 상대의 엉덩이를 툭 쳤다. 이 의사는 성추행 혐의로 벌금 200만원 형을 받고 아청법 적용 위기에 처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의료계는 상대를 건드린 것은 잘못이지만 그 행위가 성추행으로 볼 수 있을지 애매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성추행에 대한 판단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10년 면허정지 처벌은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경기도 H산부인과 원장은 "공공 장소에서 타인을 건드린 의사의 행위가 잘했다고 볼 순 없지만 10년간 진료를 못하게 막는 것이 타당한지 따로 생각해볼 문제"라며 "성추행은 악용 사례도 발견될 만큼 판단이 애매한데 10년간 취업을 못하게 만드는 것은 가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여성 환자나 보호자가 병원에서 난동을 부리는 상황에서조차 단순 접촉은 성추행으로 오해받을 수 있으니 차라리 폭행죄로 걸리는 게 낫겠다는 것이 의사들의 생각"이라며 "벌금은 낼지라도 10년이나 면허정지 처분은 받지 않을 것 아닌가"라며 반문했다.
진료실 성추행 문제는 의사들에게 더 난감한 상황.
전주 E산부인과 원장은 "아청법 때문에 방어진료 분위기가 자리 잡아가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문진, 시진, 촉진, 타진을 통해 환자 상태를 파악하는 의사에게는 불리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가 환자 몸을 만지는 행위가 정당한 행위인지 성추행인지 여부를 구별하는 것이 간단치 않음에도 진료를 위한 신체 접촉이 환자에게는 성추행으로 느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언제든지 열려 있다"고 토로했다.
전라북도의사회 김재연 법제이사는 오는 19일로 예정된 전북의사회 학술대회에서 아청법을 피해 방어진료를 할 수 있는 방안을 공개할 계획이다.
김 이사는 "신체 접촉이 불가피하면 간호사 등을 동반한 상태에서 진료하고 환자에게 진찰과 치료 과정을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며 "또 환자의 주관적 감정을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불필요한 언행이나 진찰을 피하고 진료와 상관없는 대화는 가능한 줄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산부인과나 소아청소년과는 특히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릴 수 있다"며 "진료를 하기 전 꼭 '진료상 필요해 물어보는 것'이라는 말을 덧붙이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 산부인과 처음 가는 날이었어요. 왠지 부끄러워 여의사 선생님이 진료해주실 수 있는지 확인하고 갔는데 남자 의사가 들어오는 거예요. 다시 나갈 수도 없고 정말 난감했어요.
진료실을 다녀간 환자들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이게 성희롱이냐'며 물어온 내용들이다. 인권위는 환자에게 청진 및 촉진 부위와 필요성을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답했다.
'아동, 청소년, 성인 대상 성범죄로 형이 확정된 의사는 10년간 의료업에 종사할 수 없다'는 내용이 들어간 아동,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이 시행된 지 3년여.
의료계는 스스로 방어진료를 하는 상황이지만 법 개정 당시 분출됐던 공분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오히려 모호한 상황에 아청법 적용 사례들이 속출하면서 10년 면허정지는 독소조항이라며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차라리 폭행죄로 벌금형을 받는 게 낫겠다는 격한 발언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전라북도 전주시 한 정형외과 의사는 안경점에서 안경을 맞추는 과정에서 60대 여성 손님과 실랑이 도중 상대의 엉덩이를 툭 쳤다. 이 의사는 성추행 혐의로 벌금 200만원 형을 받고 아청법 적용 위기에 처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의료계는 상대를 건드린 것은 잘못이지만 그 행위가 성추행으로 볼 수 있을지 애매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성추행에 대한 판단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10년 면허정지 처벌은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경기도 H산부인과 원장은 "공공 장소에서 타인을 건드린 의사의 행위가 잘했다고 볼 순 없지만 10년간 진료를 못하게 막는 것이 타당한지 따로 생각해볼 문제"라며 "성추행은 악용 사례도 발견될 만큼 판단이 애매한데 10년간 취업을 못하게 만드는 것은 가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여성 환자나 보호자가 병원에서 난동을 부리는 상황에서조차 단순 접촉은 성추행으로 오해받을 수 있으니 차라리 폭행죄로 걸리는 게 낫겠다는 것이 의사들의 생각"이라며 "벌금은 낼지라도 10년이나 면허정지 처분은 받지 않을 것 아닌가"라며 반문했다.
진료실 성추행 문제는 의사들에게 더 난감한 상황.
전주 E산부인과 원장은 "아청법 때문에 방어진료 분위기가 자리 잡아가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문진, 시진, 촉진, 타진을 통해 환자 상태를 파악하는 의사에게는 불리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가 환자 몸을 만지는 행위가 정당한 행위인지 성추행인지 여부를 구별하는 것이 간단치 않음에도 진료를 위한 신체 접촉이 환자에게는 성추행으로 느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언제든지 열려 있다"고 토로했다.
전라북도의사회 김재연 법제이사는 오는 19일로 예정된 전북의사회 학술대회에서 아청법을 피해 방어진료를 할 수 있는 방안을 공개할 계획이다.
김 이사는 "신체 접촉이 불가피하면 간호사 등을 동반한 상태에서 진료하고 환자에게 진찰과 치료 과정을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며 "또 환자의 주관적 감정을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불필요한 언행이나 진찰을 피하고 진료와 상관없는 대화는 가능한 줄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산부인과나 소아청소년과는 특히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릴 수 있다"며 "진료를 하기 전 꼭 '진료상 필요해 물어보는 것'이라는 말을 덧붙이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