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 세부 전문과목 별도 청구 제한…병원계 공분
# A대학병원은 만성신부전증과 백혈병을 동시에 앓고 있는 의료급여 환자를 신장투석한 이후 이를 각각 청구했다는 이유로 환수조치를 받았다.
신장투석 당일 혈액내과에서 글리벡을 별도로 청구한 것에 대해 문제삼은 것이다.
해당 병원 측은 "만성신부전증과 백혈병은 무관한 질환으로 이를 각각 청구한 게 왜 문제가 되느냐"고 심평원 측에 따졌지만 불만이 있으면 이의신청하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신장투석 정액수가가 현실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마저도 내과 세부 진료과목에 대해 별도 청구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어 의료계 공분을 사고 있다.
의료급여 수가 고시에 따르면 혈액투석수가는 정액수가(1회당 14만 6120원)로 여기에는 진찰료, 혈액투석수기료, 재료대, 투석액, 필수경구약제 및 에리트로포이에틴(erythropoietin)제제 등 투석당일 투여한 약제 및 검사료를 포함한다.
혈액투석 정액수가에 백혈병 치료에 대한 부분은 어디에도 포함돼 있지 않다. 그렇다면 심평원은 왜 글리벡 처방에 대해 환수조치한 것일까.
현재 건강보험 고시에 따르면 동일환자의 다른 상병에 대해 전문과목 또는 전문분야가 다른 의사가 진찰한 경우 진찰료를 각각 산정할 수 있다.
동일한 환자라도 다른 전문분야 의료진이 다른 질환에 대해 진찰을 했으니 각각 청구하는 것은 당연해보인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다른 진료과목이란 내과 이외 일반외과, 정형외과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세부 전공과목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고 있어 잡음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즉, 신장내과에서 신장투석을 받은 환자가 백혈병으로 혈액종양내과에서 글리벡을 처방받았더라도 동일한 내과이기 때문에 청구할 수 없다는 얘기다.
심지어 신장투석을 받는 만성신부전증환자에게 통상적으로 발생하는 상병에 대해서는 고혈압, 당뇨, 빈혈 등 상병에 대해 별도로 행위별 수가 산정을 제한하고 있다.
이미 일선 의료기관에서 내과 세부전문의 제도가 정착해 신장내과와 혈액종양내과, 소화기내과 등 각 분야별 질환에 큰 차이가 있지만 수가 산정 및 청구에서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만성 B형간염으로 투석 당일 소화기내과 관련 검사를 위해 채혈을 하더라도 별도로 산정할 수 없다.
또 투석 중에 (투석과 무관하게)급성 복통으로 응급실을 내원해 소화기내과에서 급성결장염 진단 및 치료를 받은 경우에도 해당 병원은 이를 청구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급성결장염으로 치료를 받은 환자에 대한 보험급여 청구액은 39만9천원, 만성B형간염 관련 검사는 15만원을 청구하지만 신장투석 당일에 해당 치료를 하면 모든 비용을 병원이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A대학병원 관계자는 "혈액투석 환자에게 주로 발생하는 질환(고혈압, 당뇨, 빈혈 등)에 대한 별도 수가산정을 할 수 없는 것까지는 참겠지만 이와 전혀 무관한 만성B형간염, 결장염, 백혈병 등 다른 질환까지 별도 산정할 수 없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대학병원 관계자는 "결국 신장투석 당일 내과 세부전공과목 진료에 대한 비용은 모두 병원이 감당하라는 얘기"라면서 "이게 말이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병원협회 관계자도 "정액수가로 묶여 있는 신장투석 수가가 원가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은 의료계는 물론 정부도 인지하고 있음에도 신장투석과 무관한 질환을 진료한 것조차 청구를 제한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에 대한 각 병원의 민원이 거듭 제기되고 있다"면서 "특히 고가약(글리벡)을 처방해야하는 백혈병 환자에 대해 별도 청구한 것을 환수조치 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