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정책연구실장, 만성질환관리 참여 강조한 까닭

발행날짜: 2016-08-04 06:01:34
  • 김형수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실장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신임 실장에 김형수 건국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가 임명되면서 1년간 지속된 인사 논란도 수그러들었다.

전 이진석 실장이 정치적 성향을 이유로 회원들의 뭇매를 맞았던 까닭에 실장직은 누구에게나 부담되는 자리. 신임 김형수 실장이 가진 보건의료제도의 문제점과 중점 연구 방향은 무엇일까. 임기 한 달을 맞은 그를 만나 생각을 물었다.

의료정책연구소에 들어온 계기는

2년 전부터 연구소에서 일했다. 소운영위원회, 편집위원회를 거치면서 활동을 하다가 이진석 실장이 개인적인 사정을 들어 자리를 부탁했다. 운영위원으로 일해서 내부 사정을 잘 아니까 한번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이진석 실장이 추천을 했다.

교수로 활동하면서 연구소 실장이 됐다.

예방의학교실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만큼 대학에서는 주로 지역 보건사업에 많이 관여해왔다. 보건소나 질병관리본부, 복지부, 기타 행정기관, 시·도에서 하는 사업에 참여하면서 왜 보건소와 민간 병의원이 연계하지 못할까 고민해 왔는데 의협에 들어와 시각이 좀 바뀌었다. 의협은 개원의, 봉직의 등 의사 단체다보니까 적응단계다. 시각차도 있지만 실장자리가 개인의 생각을 주도하는 자리는 아니기 때문에 조직이나 단체에서 요구하는 부분에 어떻게 부응할까 고민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시각이 바뀐 부분은

보건소를 중심으로 보건사업이 이뤄지고 있다. 연구나 건강증진사업이나 만성질환관리 사업이 최근에야 1차 의료기관 시범사업의 이름으로 시행되고 있지만 줄곧 보건소 중심이었다. 개인적으로 민간 병의원이 1차 의료기관 시범사업이나 만성관리질환제에 더욱 많이 참여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고혈압, 당뇨 환자는 1차 기관으로 많이 가기 때문에 보건의료의 주도권뿐만 아니라 사회적 신뢰 형성에 이만큼 좋은 게 없다고 생각한다. 실장으로 활동하면서는 협회라는 곳이 찬성이든 반대든 회원의 편익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알았다. 의협이 전화상담을 포함한 만성질환관리제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회원들에게 도움이 돼야 하는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정책이나 논리 수립에 역할을 해야 하는게 연구소의 몫이다.

의료정책에 있어 관심사는

의사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관심이 많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만성질환관리는 사업적인 측면에서 시행된 경우가 많았다. 의사들의 역할이 질환을 보고 약을 처방하는 의학적 상태 확인 정도에 머물렀지 보건의료와 관련된 교육이나 상담, 영양운동 관리에서도 의사의 역할이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 최근 금연상담, 교육 수가가 신설되는 상황을 보면 의료계가 새로운 역할을 맡아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실장으로서 어떤 제도를 수립, 전개해야 의사들의 이익을 반영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보건의료제도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

의료전달체계의 확립과 적정 보상이다. 진료만으로도 경영 걱정없이 살 수 있어야 하고 종별간 확실한 역할 분담 체계도 갖춰야 한다. 의료업을 통해 최소한의 자존감 지키면서 살 수 있게 해줘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의사라는 이유로 돈을 더 벌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의사가 사회에 기여하는 부분, 전문가로서의 전문성을 인정해 달라는 소리다. 다만 의료계도 사회적인 역할에 일정 부분 소홀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해결책은

달걀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의 문제일 수 있지만 의사들의 사회적 신뢰 회복이 첫 관문이다. 의료계의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지만 의사들이 스스로 과연 어디까지 희생하고 어디까지 감싸줘야 하는지 결정해야 한다. 허위나 과잉처방 등 환자들의 신뢰를 훼손하는 회원들을 계속 감쌀 수는 없다. 협회가 자율징계권을 갖게 된다면 자정기능을 통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본다. 국민들이 의사들을 가리켜 "애쓰고 고생하는 사람들이다"는 인식이 생긴다면 적정 보상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자연스레 따라올 것이다. 의사들의 만성질환관리 참여를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용민 의료정책연구소 소장과의 협업은

호흡이 잘 맞는다. 현업에 종사하시는 분이라 현장의 분위기와 목소리에 해박하다. 교수들이 주로 학술적인 부분에 집중할 수밖에 없지만 현장을 아는 분들은 뭔가 다르다. 많이 배우고 있다.

향후 중점 연구 방향이나 계획은 무엇인가

임기가 길어야 2년 남았다. 정책연구소에서 의사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겠다. 의사의 권익 향상이 국민과 환자의 편익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의사와 환자는 한 배를 탄 운명공동체다. "오늘은 환자가 별로 없네, 오늘 수액을 많이 못 놓았다"와 같이 의사들이 경영난을 걱정해야 하는 건 환자들에게도 불행한 이야기다. 의사가 환자를 환자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일정 환자 수만 보더라도, 적정 진료만 하더라도 의사들이 경영 걱정없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조금이라도 일조하고 싶다.

※김형수 실장은 한림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보건학석사, 고려대학교 의학과 의학박사를 거쳐 현재 건국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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