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1심 뒤집고 "한의사도 뇌파계 결과 판독할 수 있다"
현대의료기기인 뇌파계로 치매, 파킨슨병을 진단하고, 광고까지 한 한의사에게 보건복지부는 면허정지 1개월 15일 및 경고 처분을 내렸다.
1심 법원은 복지부의 처분이 적절하다고 판단했지만 2심 법원은 이 1심 결정을 뒤집었다.
대법원의 치과의사 미용목적 안면부 보톡스 시술 합헌 판결에 이어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허용에 대한 긍정적 취지의 판결이 이어지자 의료계는 우려감을 드러내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제2행정부(재판장 이균용)는 최근 한의사 이 모 씨가 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면허자격정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 씨가 사용한 뇌파계(모델명: NEURONICS-32 plus)는 환자 두피에 두 개 이상의 전극을 부착해 증폭기로 뇌파를 증폭한 후 컴퓨터로 데이터 처리를 해 뇌의 전기적인 활동 신호를 기록하는 장치다.
이 뇌파계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위해도 2등급 허가를 받았다. 사용 중 고장이나 이상으로 인한 인체에 대한 위험성은 있지만 생명의 위험이나 중대한 기능장애에 직면할 가능성이 적어 잠재적 위험성이 낮은 의료기기라는 것이다.
한의사 이 씨는 뇌파계를 이용해 파킨슨병, 치매 등을 진단했다. 이를 한 경제신문은 '급증하는 40~50대 파킨슨병 환자…복진 뇌파검사로 진단…한약으로 치료'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며 이 씨가 뇌파계로 파킨슨병 여부를 확인하는 사진까지 같이 실었다.
그러자 지역 보건소는 이 원장이 면허된 것 외의 의료행위를 하고 의료광고 심의도 없이 광고를 게재했다며 이 원장이 운영하는 한의원에 대해 업무정지 3개월 및 경고 처분을 내렸다. 복지부는 같은 이유로 한의사인 이 씨에 대해 1개월 15일의 면허정지 및 경고 처분을 했다.
이 씨는 "위해도 2등급은 일반인도 사용할 수 있는 다기능전자혈압계나 귀적외선체온계도 있을 정도로 잠재적 위험성이 낮은 기기"라며 "한방신경정신과 진료를 하면서 짧은 기간 동안 보조적으로 뇌파계를 이용했고, 한의학에서도 뇌파를 연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이 씨가 뇌파계를 파킨슨병, 치매 진단에 사용한 것은 한방의료행위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복지부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 "현대의학 원리 이유로 한의사 뇌파계 사용 금지 안된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이 결정을 뒤집었다.
뇌파계 사용에 서양의학에 관한 전문지식이나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고 한의사가 사용해도 보건위생상 우려가 없다고 했다. 규제 완화로 산업적 분야를 강화하려는 현 정부의 정책 기조와 맞닿아 있는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증거를 비롯해 한의사와 의사 증인의 증언, 식품의약품안전처 및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의 사실조회 결과, 대한의사협회 및 대한한의사협회의 사실조회 결과 등을 참고했다.
재판부는 "의료기술의 계속적 발전과 함께 의료기기 사용 역시 보편화되는 추세에 있는 바 의료기기의 용도나 작동원리가 한의학적 원리와 접목돼 있으면 한의학의 범위 안에 있는 의료기기 사용에 대해서는 허용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과학 기술 발전으로 의료기기 성능이 대폭 향상돼 보건위생상 위해 우려 없이 진단이 이뤄질 수 있다면 뇌파계 개발 및 뇌파계를 이용한 의학적 진단 등이 현대의학 원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한의사가 뇌파계를 사용한 것이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 행위라고 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한의사가 뇌파계를 사용할 수 있다는 근거로 한의대 교과과정에 한의신경정신과학이 있고 진단학 교재 중 하나인 생기의학 등을 들었다. 한방신경정신과 영역에서 말하는 뇌파의 발생 과정에 대한 설명도 곁들였다.
한의사에게 일부 현대의료기기 허용 입장을 내비쳤던 보건당국조차도 한의사가 뇌파계를 사용하면 안 된다고 했다.
복지부는 "뇌파계는 안압측정기, 자동안굴절검사기, 청력검사기 등과 같이 측정 결과가 자동으로 추출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뇌파 데이터를 정량적 방법으로 분석하고 표준화해 파형별로 정상과 검사 대상자의 뇌파 차이를 각각 시각화한 뇌지도, 두뇌 부위별 뇌파의 저하·정상·항진 여부와 검사 대상자의 예상되는 증상과 같은 분석결과도 포함한다"고 주장했다.
즉, 뇌파 측정 결과를 판독하는 과정에서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소리다.
하지만 재판부는 한의사도 뇌파계 결과를 판독할 수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뇌파계 측정 결과가 상당한 수준으로 자동 추출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의사 판독에 의해서만 결과가 추출되는 것과 달리 상당한 수준의 자동 추출되는 측정 결과를 활용할 수 있고, 특별한 임상경력이 요구되지 않고 위해도도 높지 않다"고 밝혔다.
의료계 우려…신경정신과학회 탄원서까지 냈지만
의료계는 이번 판결이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허용에 물꼬를 트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감을 표하고 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법원에 탄원서까지 제출하기도 했다.
학회는 "정량화 뇌파 분석을 위해서는 약 20분 동안 촬영한 뇌파를 전문가 눈으로 검토하면서 분석에 필요한 1~2분의 구간을 직접 설정해야 한다"며 "뇌파는 개개인의 차이가 매우 크기 때문에 판독 능력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뇌파계로 자동 검사 및 판독이 가능할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며 "뇌파계를 신경정신과적 질환을 진단하거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쉽고 간단한 도구로 오용한다면 국민 건강에 위해를 끼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뇌파계로 파킨슨병을 진단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비판도 이어졌다.
대한신경과의사회 관계자는 "뇌파는 뇌전증 진단에 매우 중요한데, 뇌파를 정확히 판독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라며 "신경과 전문의도 판독이 어려운 뇌파를 한의사가 더 잘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진단이 늦어져 최근 부산에서 일어났던 교통사고 처럼 대형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는 문제"라고 우려했다.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 관계자도 "뇌파계는 간질이나 수면장애 진단에 주로 쓰인다. 파킨슨병과 치매를 진단하는 게 아니다"라며 "파킨슨병은 신경과 전문의가 신경학적 검사를 통해 진단하는 것으로 뇌파는 필수 진단에 들어있지도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판독을 제대로 못하면 간질 발견이 늦어져 뇌 손상이 일어날 수 있고, 수면장애 파악도 늦어져 약물 처방을 할 수 없게 된다"며 "법원 판결을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1심 법원은 복지부의 처분이 적절하다고 판단했지만 2심 법원은 이 1심 결정을 뒤집었다.
대법원의 치과의사 미용목적 안면부 보톡스 시술 합헌 판결에 이어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허용에 대한 긍정적 취지의 판결이 이어지자 의료계는 우려감을 드러내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제2행정부(재판장 이균용)는 최근 한의사 이 모 씨가 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면허자격정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 씨가 사용한 뇌파계(모델명: NEURONICS-32 plus)는 환자 두피에 두 개 이상의 전극을 부착해 증폭기로 뇌파를 증폭한 후 컴퓨터로 데이터 처리를 해 뇌의 전기적인 활동 신호를 기록하는 장치다.
이 뇌파계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위해도 2등급 허가를 받았다. 사용 중 고장이나 이상으로 인한 인체에 대한 위험성은 있지만 생명의 위험이나 중대한 기능장애에 직면할 가능성이 적어 잠재적 위험성이 낮은 의료기기라는 것이다.
한의사 이 씨는 뇌파계를 이용해 파킨슨병, 치매 등을 진단했다. 이를 한 경제신문은 '급증하는 40~50대 파킨슨병 환자…복진 뇌파검사로 진단…한약으로 치료'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며 이 씨가 뇌파계로 파킨슨병 여부를 확인하는 사진까지 같이 실었다.
그러자 지역 보건소는 이 원장이 면허된 것 외의 의료행위를 하고 의료광고 심의도 없이 광고를 게재했다며 이 원장이 운영하는 한의원에 대해 업무정지 3개월 및 경고 처분을 내렸다. 복지부는 같은 이유로 한의사인 이 씨에 대해 1개월 15일의 면허정지 및 경고 처분을 했다.
이 씨는 "위해도 2등급은 일반인도 사용할 수 있는 다기능전자혈압계나 귀적외선체온계도 있을 정도로 잠재적 위험성이 낮은 기기"라며 "한방신경정신과 진료를 하면서 짧은 기간 동안 보조적으로 뇌파계를 이용했고, 한의학에서도 뇌파를 연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이 씨가 뇌파계를 파킨슨병, 치매 진단에 사용한 것은 한방의료행위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복지부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 "현대의학 원리 이유로 한의사 뇌파계 사용 금지 안된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이 결정을 뒤집었다.
뇌파계 사용에 서양의학에 관한 전문지식이나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고 한의사가 사용해도 보건위생상 우려가 없다고 했다. 규제 완화로 산업적 분야를 강화하려는 현 정부의 정책 기조와 맞닿아 있는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증거를 비롯해 한의사와 의사 증인의 증언, 식품의약품안전처 및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의 사실조회 결과, 대한의사협회 및 대한한의사협회의 사실조회 결과 등을 참고했다.
재판부는 "의료기술의 계속적 발전과 함께 의료기기 사용 역시 보편화되는 추세에 있는 바 의료기기의 용도나 작동원리가 한의학적 원리와 접목돼 있으면 한의학의 범위 안에 있는 의료기기 사용에 대해서는 허용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과학 기술 발전으로 의료기기 성능이 대폭 향상돼 보건위생상 위해 우려 없이 진단이 이뤄질 수 있다면 뇌파계 개발 및 뇌파계를 이용한 의학적 진단 등이 현대의학 원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한의사가 뇌파계를 사용한 것이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 행위라고 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한의사가 뇌파계를 사용할 수 있다는 근거로 한의대 교과과정에 한의신경정신과학이 있고 진단학 교재 중 하나인 생기의학 등을 들었다. 한방신경정신과 영역에서 말하는 뇌파의 발생 과정에 대한 설명도 곁들였다.
한의사에게 일부 현대의료기기 허용 입장을 내비쳤던 보건당국조차도 한의사가 뇌파계를 사용하면 안 된다고 했다.
복지부는 "뇌파계는 안압측정기, 자동안굴절검사기, 청력검사기 등과 같이 측정 결과가 자동으로 추출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뇌파 데이터를 정량적 방법으로 분석하고 표준화해 파형별로 정상과 검사 대상자의 뇌파 차이를 각각 시각화한 뇌지도, 두뇌 부위별 뇌파의 저하·정상·항진 여부와 검사 대상자의 예상되는 증상과 같은 분석결과도 포함한다"고 주장했다.
즉, 뇌파 측정 결과를 판독하는 과정에서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소리다.
하지만 재판부는 한의사도 뇌파계 결과를 판독할 수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뇌파계 측정 결과가 상당한 수준으로 자동 추출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의사 판독에 의해서만 결과가 추출되는 것과 달리 상당한 수준의 자동 추출되는 측정 결과를 활용할 수 있고, 특별한 임상경력이 요구되지 않고 위해도도 높지 않다"고 밝혔다.
의료계 우려…신경정신과학회 탄원서까지 냈지만
의료계는 이번 판결이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허용에 물꼬를 트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감을 표하고 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법원에 탄원서까지 제출하기도 했다.
학회는 "정량화 뇌파 분석을 위해서는 약 20분 동안 촬영한 뇌파를 전문가 눈으로 검토하면서 분석에 필요한 1~2분의 구간을 직접 설정해야 한다"며 "뇌파는 개개인의 차이가 매우 크기 때문에 판독 능력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뇌파계로 자동 검사 및 판독이 가능할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며 "뇌파계를 신경정신과적 질환을 진단하거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쉽고 간단한 도구로 오용한다면 국민 건강에 위해를 끼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뇌파계로 파킨슨병을 진단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비판도 이어졌다.
대한신경과의사회 관계자는 "뇌파는 뇌전증 진단에 매우 중요한데, 뇌파를 정확히 판독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라며 "신경과 전문의도 판독이 어려운 뇌파를 한의사가 더 잘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진단이 늦어져 최근 부산에서 일어났던 교통사고 처럼 대형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는 문제"라고 우려했다.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 관계자도 "뇌파계는 간질이나 수면장애 진단에 주로 쓰인다. 파킨슨병과 치매를 진단하는 게 아니다"라며 "파킨슨병은 신경과 전문의가 신경학적 검사를 통해 진단하는 것으로 뇌파는 필수 진단에 들어있지도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판독을 제대로 못하면 간질 발견이 늦어져 뇌 손상이 일어날 수 있고, 수면장애 파악도 늦어져 약물 처방을 할 수 없게 된다"며 "법원 판결을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