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자율징계권 당근에 현혹되면 안되는 이유

메디칼타임즈
발행날짜: 2016-09-07 12:08:37
  • 대한개원의협의회 김재연 보험이사

지난달 31일 보건복지부 이스란 의료자원과장은 전문지 기자 간담회에서 의료계가 자정 노력을 한다면 자율징계권을 포함시킬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여기서 대한의사협회가 의료윤리적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회원에게 책임을 묻는 의사단체로서 역할을 해야만 전문 직업성과 자율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지 못할 때 정부나 사회가 들이대는 통제와 억압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는 무리가 많다.

환자들은 의사가 많이 배웠고, 지식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몸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직업적 존엄과 신뢰가 바탕에 깔려있기 때문 이지만 책임있는 전문가의 모습이 어려워 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1차 의료의 개념과 역할 부재 ▲경증 질환도 대형병원에 몰리는 의료전달체계 ▲양심진료가 아닌 비윤리를 조장하는 건강보험제도 등 엉망 진창인 의료시스템이 현실이다.

의학적 지식에 기반을 둔 양심 진료가 심사기준과 가이드라인 기준으로 변형된 것이 현실이 되어 버렸다.

버나드 쇼는 "가장 어리석은 자는 자신의 직업을 의무로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의사라는 직업이 생계유지 수단으로 되어 버린 우리나라 의료에서 보람과 소명감을 느끼면서 환자를 진료하는 그런 의사는 기대할 수 없도록 강요 받고 있다. 의사라는 직업이 의무보다 심한 업보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잠도 못 자고 하루 14시간 이상을 환자만 보고 살아도 병원 수용소에 있는 것처럼 팍팍하기만 하다고 한다.

사회학자 아미타이 에치오니는 국가를 비롯한 사회 조직의 형태를 9가지로 분류했는데, 이 중 '강제적 권력의 사용과 소외적 대응이 나타나는 유형'에서는 구성원을 통제할 때 강압적 수단에 기초를 둔 권한이 주로 쓰이며, 구성원들은 조직에 대해 소외감을 갖는다고 했다.

정부는 의료계에 대해 거버넌스와 민주성에 기반한 대화와 타협을 말하지만 의사들은 강한 소외감을 토로하고 있다. 이런 관계가 발생하는 조직 유형은 군대나 수용소에서 흔히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작금의 현실과 유사성을 가진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한 해에 국내 3만557개 병·의원 중 1906개가 함께 문을 닫았다.

폐업률은 6.2% 이고 최근 5년간 서울고등법원 관할지역 개인회생 신청자 1145명 중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는 449명으로 전체의 39.2%를 차지한다고 한다.

의사들이 겪는 어려움의 가장 큰 원인으로 줄어드는 환자 수에 따라 치열해진 경쟁과 지금과 같은 낮은 진료수가는 1989년 전 국민이 건강보험에 가입하고 정부는 보험료를 낮게 유지하려고 수가를 강력히 통제해 온 결과이다.

저수가로 얻어진 기형적인 의료 행위로 잃어버린 국민 건강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의사들은 지나친 통제도 부족해서 자율 정화를 강요 받고 있다. 자율정화는 직업 의식이 전제돼야 가능 하다. 하지만 의식주가 위험한 직업군에게 이미 저수가로 의료보험을 지탱하기 위해 만들어진 수많은 법률에 의해 엄격하게 억지로 통제를 해 온 결과 연간 1000명 넘는 의사들에게 의사 면허 정지 처분을 내리는 현실에서 자율징계권을 주겠다는 당근에 현혹 되어서는 안 된다.

제대로 된 자율징계권에는 징계로 인한 구체적인 통제 수단이 있어야 실효성이 있다.

통제의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의협의 윤리위원회가 결정할 벌칙으로 의사 면허 신고 금지를 일정기간 결정하는 벌칙이 가능 해진다면 의사면허 신고 없이는 의료업에 종사가 불가능하다.

의협이 자율징계권을 현실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자정의 방법이 이미 법률로 마련되어 있다. 다만 지금까지는 제대로 운영하고 있지 않아서 의사들이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의협이 윤리위 심의를 거쳐 복지부에 자격정지 처분을 요구할 수 있도록 2011년 4월 이미 의료법이 개정되어 있다.

5년이 지난 지금까지의협윤리위원회가 이 자격 정지 처분을 요구한 것은 단 한 건, 사모님 주치의 사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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