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의 "중고 C-arm 샀다가 낭패" 겪은 사연 들어보니

정희석
발행날짜: 2016-09-27 01:16:25
  • 고려정형외과 이준용 원장 ‘위즈메딕 개원 세미나’서 개원 노하우 전수

개원 9년차 고려정형외과 이준용 원장이 개원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를 소개했다.
“군의관 시절 만났던 컨설팅업체를 통해 겁 없이 개원했다. 이후 수많은 어려움에 직면했고 지금 살아있는 것만 해도 다행이다.(웃음)”

올해로 개원 9년차를 맞은 고려정형외과 이준용 원장은 척박한 의료현실에서 개원을 꿈꾸고 있는 후배의사들을 위해 그가 겪었던 개원 과정에서의 시행착오를 솔직하게 풀어냈다.

지난 25일 위즈메딕이 주관하고 메디칼스탠다드·비트컴퓨터가 주최한 ‘위즈메딕과 함께하는 성공 개원 세미나’에서 그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개원예정의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했다.

군의관 제대 후 봉직의 생활을 하지 않고 개원에 뛰어든 이준용 원장은 컨설팅업체 말만 믿다가 크고 작은 낭패를 봤다.

이 원장은 “개원 당시 정형외과의원에 입원실이 있었던 시기라 업체 말만 믿고 인테리어 공사를 맡겼다”며 “개원하고 보니 입원실 턱이 있어서 휠체어가 못 들어갔다”고 회상했다.

의료기기 역시 무작정 저렴한 것을 구매했다가 큰 어려움을 겪었다.

“정형외과의원에서 필요한 C-arm을 싸게 구입하려고 아름아름 소개 받아 신길동에서 중고의료기기를 샀는데 알고 보니 장비 등록이 안 돼 있었다” “진료비 청구를 할 수 없어 사용조차 못하고 버리는데도 큰돈이 들더라(웃음).”

이 원장은 개원예정의들에게 우선 자신과 가장 잘 맞는 개원 콘셉트를 정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개원 당시 의료실비가 도입되고 정형외과 전문병원이 막 생기기 시작했다”며 “50베드 규모 모 전문병원은 월 매출이 50억 원에 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큰 매출을 올리는 병원들을 보면서 FM대로 환자를 진료하는 원장들은 수 없이 좌절하고 나 또한 왜 그렇게 하지 못할까 고민했다”며 “의사 양심을 버리면서 환자에게 의료실비를 강요하고 과잉진료를 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만족스러울 순 있지만 그것이 힘들고 괴롭다면 절대 그 일은 오래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자에게 어떻게 진료하고 어떤 말을 들었을 때 보람을 느꼈는지 자신의 성향을 잘 파악해 가장 잘 할 수 있고 좋아하는 것을 찾아 개원 방향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위즈메딕과 함께하는 성공 개원 세미나'가 지난 25일 한국씨티은행본점 20층에서 열렸다.
본인에게 맞는 콘셉트를 정했다면 ‘입지’에 부지런히 공을 들이고 발품을 팔아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입지는 수십 번, 수백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중학교 때 사회 책을 보면 생산의 3요소가 나온다. 토지·노동·자본인데 여기서 토지는 부동산을 말하고 의원으로 보면 ‘입지’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의대에 들어가면 예방의학교실에서 보건의료서비스 3대 요소를 배운다. 여기서도 1번은 ‘접근성’인데 이 또한 개원 입지로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준용 원장은 “개원 콘셉트에 맞고 감당할 수 있는 임대료를 고려해 입지를 선정해야 한다”며 “된장찌개·설렁탕을 팔고 싶은 사람이 고가의 임대료를 내야하는 건물에 고급 가게를 차리는 건 입지가 맞지 않다”고 비유했다.

또 월 임대료가 조금 부담되지만 환자들의 접근성이 좋은 입지라면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이 원장은 “임대료에는 단순히 부동산 임대비용뿐만 아니라 마케팅과 광고비도 포함된 것이다. 개원 후 홍보를 위해 기본적으로 연간 3000만 원 정도는 마케팅·광고비가 들어간다”며 “환자들에게 가시성과 접근성이 좋아 임대료가 다소 비싼 입지는 그만큼 추후 마케팅·광고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이상적인 개원 입지로 확신이 서면 권리금을 주고라도 공격적으로 접근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내과 선생님들을 만나면 약국과 건물주가 얼마나 지원해주는지 물어본다”며 “물론 받을 수 있으면 좋다. 다만 생각을 달리해 (지원이 없더라도) 정말 마음에 드는 장소에 이미 다른 업종이 들어와 있다면 부동산을 통해 추후 비용회수가 가능한 권리금을 주더라도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을 추천했다.

이준용 원장은 “저수가 환경에서 1차 의료기관이 매출을 크게 올릴 수 있는 획기적인 진료는 없다”고 단언한 뒤 “신도시건 구도시건 개원하는 순간 이미 환자 풀을 확보한 선배의사들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후발주자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개원 시 4억 원 정도를 투자하는데 만에 하나 개원 후 실패할 경우 현 의료 환경에서 다시 개원하기란 쉽지 않다”며 “봉직의 생활로 부채를 갚는다하더라도 그동안 젊은 날은 다 가버리고 상실감만 남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남들 중간 정도만 하겠다는 마음으로 개원하면 반드시 실패한다”며 “본인 콘셉트에 맞고 가장 좋은 입지에서 꼭 1등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개원해야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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