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에 왜 돈 주나"…연구중심병원 전면 보류

이창진
발행날짜: 2016-10-28 05:00:56
  • 야당, 대형병원 지원 부정적…복지부 차관 "사업 효과 국가 전체가 누려"

정부가 진행 중인 연구중심병원 내년도 예산안이 전면 보류돼 비상이 걸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예산결산소위원회(위원장 김상훈, 새누리당)는 27일 2017년도 보건복지부 보건산업국 예산안 중 연구중심병원 243억원과 증액 25억원을 심의, 보류 결정했다.

2013년 시작된 연구중심병원 사업은 진료 중심에서 임상연구로 대형병원 기능을 재편하는 일환으로 현재 경북대병원과 아주대병원, 분당차병원, 고대안암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길병원 그리고 고대구로병원과 서울아산병원 등 10개 병원이 선정됐다.

복지부가 상정한 예산안은 8개 병원의 2017년도 연구비 243억원으로 올해(262억원)보다 18억원 줄어든 액수이다.

여기에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이 요구한 고대구로병원과 서울아산병원 등 2곳 병원의 연구비 지원 25억원 증액안도 상정됐다.

이날 심의에서 야당 측은 '수용 불가' 입장을 견지했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삼성서울병원 등 이른바 빅 5 병원은 자체적으로 연구능력이 충분하고 연구비 창출이 가능하다. 의료취약지 지방병원과 국립대병원도 아닌 대형병원에 왜 돈을 쓰느냐"고 지적했다.

방문규 차관은 "대학병원 대부분 의사들이 임상(진료)에 매달리고 있어 연구를 위한 인건비와 시설장비비 충당이 어렵다"며 연구중심병원 사업 취지를 설명했다.

윤 의원은 "연구중심병원 사업을 새롭게 설계하라. 지역병원 의사들을 감안해 달라"며 사업 수정을 요구했다.

올해보다 삭감 상정된 2017년도 연구중심병원 예산안이 보건복지위원회 예산소위에서 보류됐다.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과 정춘숙 의원은 "연구중심병원에 선정된 병원들이 연구발전에도 기여하나 병원 내 경쟁으로 발목을 잡고 있다. 240억원을 공공의료 강화에 투자해야 한다"면서 "그동안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기동민 의원도 "100억원을 한 곳에 집중하면 연구결과가 충실하나 현재와 같이 분산 투자하면 연구성과가 짜깁기 보고서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의원들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타당한 근거를 제시해 달라"고 주문했다.

윤소하 의원은 "박인숙 의원이 25억원 증액을 요청했는데, 증액에 반대한다"고 삭감 입장을 고수했다.

방문규 차관은 "지난 3년 연구중심병원 사업성과가 어마어마하다. 병원 입장에선 선정되기 어려운 사업이다"라면서 "연구중심병원 사업 효과는 궁극적으로 국가 전체가 누린다"며 원안과 증액안 의결을 재차 요청했다.

야당 의원들의 반대가 거듭되자 방문규 차관은 "설명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해명했으며, 김상훈 위원장은 의원들의 지적을 수용해 자료 보완을 주문하며 심의 보류를 결정했다.

연구중심병원 중 8곳은 현재 복지부가 당초 약속한 1조원 지원에 10%도 못미치는 540억원을 지원받았다. 고대구로병원과 서울아산병원은 현째까지 연구비를 받지 못했다. 사진은 주요 대학병원 모습.
복지부가 당초 1조원 투입을 약속한 연구중심병원 사업이 지난 3년 동안 540억원에 그친 실정이다.

연구중심병원은 의료인력 충원과 시설 투자 등 자체 비용을 투입하며 복지부 지원 예산 확대를 학수고대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보건복지위원회 한 보좌진은 "연구중심병원 중요성에 대한 의원들의 인식 차이가 크다. 성과와 필요성에 대한 복지부 설득 논리도 부족했다"면서 "보건의료 분야를 꿰뚫어 보고 교통정리를 할 수 있는 전문가 식견을 겸비한 의원이 없다는 점도 아쉽다"고 전했다.

한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예산소위는 28일 원격의료제도화 기반구축사업(25억 7000만원) 등 심의 보류된 보건복지부 내년도 예산안을 재심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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