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의사의 좌충우돌 생존기…박성우의 '인턴노트'[56]
허리가 중요한 이유
정형외과는 뼈가 부러지고 관절이 안 좋은 환자들을 치료하는, 서젼들 사이에서도 남성적인 과이다. 손, 팔, 어깨, 척추, 허리 골반, 무릎, 발 등 인간의 몸에서 뼈가 있고 관절이 있는 부위는 모두 정형외과의 영역이다. 그래서 수술도 매우 다양하다.
'포지셔닝'이라 일컫는 수술대 위에서 환자의 자세를 잡는 과정은 수술의 가장 기초적인 준비 과정이다. 정형외과 수술처럼 부위가 다양하고 관절로 인해 자유자재로 몸이 움직이는 경우는 자세를 잡는 것이 까다롭다.
그래서 정형외과 분과 별로 척추 수술할 때는 이렇게, 무릎 수술할 때는 이렇게, 팔 수술할 때는 이렇게 식의 포지셔닝 방법이 인턴들 사이에 인수인계 된다.
복강 내 장기를 다루는 외과의 경우 환자를 수술대에 바로 눕히는 것으로 끝나 포지셔닝은 간단하다. 정형외과의 포지셔닝은 앞으로 진행될 수술에 있어 집도의의 자세를 편안하게 하지만 잘못된 포지셔닝은 수술 진행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교수님은 포지셔닝을 제대로 하라고 자주 야단친다.
포지셔닝은 깨어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마취가 끝나 축 쳐진 환자의 몸을 이리저리 돌리며 자세를 잡아야 한다.
"팔을 번쩍 들어보세요."
지시는 쉽지만 마취 환자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인턴이 환자의 팔과 다리가 되어야 한다. 부동자세로 30분만 누워있어도 쉽게 결린 것처럼 2시간이고 3시간이고 수술하는 동안 환자의 자세가 불편하면 마취에서 깬 환자가 등이 배긴다거나 발목이 아프다는 하소연을 한다.
"선생님 왜 무릎 수술을 했는데 허리가 이렇게 배기는 거죠?"
정형외과는 전공의가 소독방포로 드렙(drape)하는 동안 인턴이 환자의 팔이나 다리를 들고 5분 넘게 버틸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건장한 남자 인턴에게 인기가 좋다.
가녀린 여자 인턴이 몸무게가 90킬로그램이 넘는 아저씨의 양쪽 다리를 발목만 받친 채 부들부들 버티고 있는 모습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여자든 남자든 인턴은 버틸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인지 정형외과 전공의들은 유독 몸집이 크고 두꺼운 풍채를 지닌다.
척추 수술을 준비하는 것 또한 만만치 않다. 우선 환자는 병실 침대 위에 바로 누운 상태로 마취가 진행된다. 척추 수술은 기본적으로 환자가 수술대에 엎드린 상태에서 진행한다. 마취 후 축 쳐진 환자를 의료진이 안전하게 뒤집어서 수술대 위에 옮겨야 한다. 그럴 때 인턴은 환자가 다치지 않게 수술대로 뒤집어 옮겨지는 순간 온 힘을 다해 환자의 몸무게를 지탱하고 버텨야 한다. 척추 수술 분과 인턴이 명언을 남겼다.
"이거 남의 허리 수술하다가 내 허리 망가지겠네."
이 명언을 수술 도중 정형외과 전공의 선생님에게 얘기했더니 선배가 척추 전문 교수님께서 우리는 남의 등골 파먹고 사는 사람들이라고 했단다.
교수님의 한 수 높은 유머에 무릎을 치며 감복한다.
[57]편으로 이어집니다.
※본문에 나오는 '서젼(surgeon, 외과의)'을 비롯한 기타 의학 용어들은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실제 에이티피컬 병원에서 사용되는 외래어 발음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이 글은 박성우 의사의 저서 '인턴노트'에서 발췌했으며 해당 도서에서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
정형외과는 뼈가 부러지고 관절이 안 좋은 환자들을 치료하는, 서젼들 사이에서도 남성적인 과이다. 손, 팔, 어깨, 척추, 허리 골반, 무릎, 발 등 인간의 몸에서 뼈가 있고 관절이 있는 부위는 모두 정형외과의 영역이다. 그래서 수술도 매우 다양하다.
'포지셔닝'이라 일컫는 수술대 위에서 환자의 자세를 잡는 과정은 수술의 가장 기초적인 준비 과정이다. 정형외과 수술처럼 부위가 다양하고 관절로 인해 자유자재로 몸이 움직이는 경우는 자세를 잡는 것이 까다롭다.
그래서 정형외과 분과 별로 척추 수술할 때는 이렇게, 무릎 수술할 때는 이렇게, 팔 수술할 때는 이렇게 식의 포지셔닝 방법이 인턴들 사이에 인수인계 된다.
복강 내 장기를 다루는 외과의 경우 환자를 수술대에 바로 눕히는 것으로 끝나 포지셔닝은 간단하다. 정형외과의 포지셔닝은 앞으로 진행될 수술에 있어 집도의의 자세를 편안하게 하지만 잘못된 포지셔닝은 수술 진행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교수님은 포지셔닝을 제대로 하라고 자주 야단친다.
포지셔닝은 깨어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마취가 끝나 축 쳐진 환자의 몸을 이리저리 돌리며 자세를 잡아야 한다.
"팔을 번쩍 들어보세요."
지시는 쉽지만 마취 환자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인턴이 환자의 팔과 다리가 되어야 한다. 부동자세로 30분만 누워있어도 쉽게 결린 것처럼 2시간이고 3시간이고 수술하는 동안 환자의 자세가 불편하면 마취에서 깬 환자가 등이 배긴다거나 발목이 아프다는 하소연을 한다.
"선생님 왜 무릎 수술을 했는데 허리가 이렇게 배기는 거죠?"
정형외과는 전공의가 소독방포로 드렙(drape)하는 동안 인턴이 환자의 팔이나 다리를 들고 5분 넘게 버틸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건장한 남자 인턴에게 인기가 좋다.
가녀린 여자 인턴이 몸무게가 90킬로그램이 넘는 아저씨의 양쪽 다리를 발목만 받친 채 부들부들 버티고 있는 모습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여자든 남자든 인턴은 버틸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인지 정형외과 전공의들은 유독 몸집이 크고 두꺼운 풍채를 지닌다.
척추 수술을 준비하는 것 또한 만만치 않다. 우선 환자는 병실 침대 위에 바로 누운 상태로 마취가 진행된다. 척추 수술은 기본적으로 환자가 수술대에 엎드린 상태에서 진행한다. 마취 후 축 쳐진 환자를 의료진이 안전하게 뒤집어서 수술대 위에 옮겨야 한다. 그럴 때 인턴은 환자가 다치지 않게 수술대로 뒤집어 옮겨지는 순간 온 힘을 다해 환자의 몸무게를 지탱하고 버텨야 한다. 척추 수술 분과 인턴이 명언을 남겼다.
"이거 남의 허리 수술하다가 내 허리 망가지겠네."
이 명언을 수술 도중 정형외과 전공의 선생님에게 얘기했더니 선배가 척추 전문 교수님께서 우리는 남의 등골 파먹고 사는 사람들이라고 했단다.
교수님의 한 수 높은 유머에 무릎을 치며 감복한다.
[57]편으로 이어집니다.
※본문에 나오는 '서젼(surgeon, 외과의)'을 비롯한 기타 의학 용어들은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실제 에이티피컬 병원에서 사용되는 외래어 발음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이 글은 박성우 의사의 저서 '인턴노트'에서 발췌했으며 해당 도서에서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