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 간 이격거리 '벽에서 90cm' 규제 폐지 가닥

이창진
발행날짜: 2016-12-12 05:00:57
  • 복지부, 규개위에 의견 제출…음압병실·병상간 1.5m 유지 "손실 불가피"

병원급 의료기관 반발을 불러 온 병상 간 이격거리 중 벽에서 0.9m 규정은 불필요한 규제로 인식돼 전면 삭제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료계가 개선을 요구한 병상간 거리 1.5m와 병상 면적, 음압격리병실 확보 등은 원안대로 추진될 전망이다.

국무조정실 규제개혁위원회(이하 규개위)는 최근 의료단체 및 보건복지부 등과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심의하고, 병상 간 이격거리 중 벽에서 0.9m 기준을 삭제키로 의견을 모았다.

규개위는 이날 병원과 요양병원, 재활병원 등을 참석시켜 의견을 청취한 후 복지부 강도태 보건의료정책관과 정영훈 의료기관정책과 과장 등과 협의했다.

핵심은 300병상 이상 병원급 음압격리병실 의무화(2018년 12월 31일까지)와 병상 간 이격거리 등 입원실 기준 강화이다.

병상 간 이격거리(2018년 12월 31일까지)는 벽에서 0.9m 떨어져 있어야 하며, 신증축 병원 병상 간 1.5m(기존 병상은 1.0m) 떨어져야 한다.

중환자실 시설기준의 경우, 개정안 시행 후 신증축하는 중환자실의 경우, 병상 1개 당 면적 기준이 기존 10㎡에서 15㎡으로 강화되며, 병상 3개 당 1개 이상의 손 씻기 시설을 구비해야 한다.

의료계는 과도한 규제라며 강도 높게 문제를 제기했다.

음압격리 병실 의무화의 경우, 메르스 사태 후 후속조치라는 취지에는 동감하나 종합병원 대상 300병상 당 1개와 추가 100병상 당 1개 등은 감염환자 발생하지 않은 평시 상황에서 경영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음압격리 병실 설치에 최소 2억원 이상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정부의 지원책 없는 의무화는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병원·요양병원·재활병원 참석, 청문 형식으로 입장 개진

하지만 규개위 위원들 입장은 달랐다.

복지부가 제출한 자료를 근거로, 음압격리 병실을 설치 운영하면 연간 5억원 이상 수익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논리를 들이댔다.

의료계는 음압격리 병실 수익 발생은 감염병 발생을 전제로 한 전망치라며 현실은 공실로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며 반박했다.

복지부가 지난 7월 입법예고한 의료법 하위법령 주요 내용.
병상 간 이격거리 관련, 벽에서 0.9m 거리 확보는 무리한 규제라는 복지부 추가의견이 제출되면서 규개위에 영향을 미쳤다.

복지부는 입원실 벽에서 0.9m 거리 확보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는 규제라고 조항 폐지 의견을 개진했으며, 규개위도 이를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병상 간 1.5m(기존 병상 1.0m) 이격거리의 경우, 의료계에서 1.2m로 조정해 줄 것을 주장했으나 규개위 위원들의 반대의견에 부딪친 것으로 알려졌다.

입원실 병상 수(의병원급 최대 4개 병실, 요양병원 최대 6개 병실)와 병상 면적 등도 의료계 이견 개진이 수용되지 않았다.

규개위, 벽에서 0.9m 조항 폐지 의견 수용…나머지 규제 존속'

결국, 병상 간 이격거리 중 벽에서 0.9m 규제는 폐지되고, 나머지 규제는 사실상 그대로 유지되는 셈이다.

규개위는 의료계와 복지부 의견을 취합해 최종 의견을 복지부에 전달한다는 방침이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복지부 개정안이 현실적으로 과도한 규제라는 의견을 제기했으나, 규개위 위원들은 벽 이격거리를 제외하곤 메르스 사태에 입각해 의료기관의 희생을 요구하는 분위기였다"면서 "청문 방식의 의료계 의견 청취 후 복지부 국과장 대면질의가 이어졌으나 별반 달라진 내용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규제개혁위원회 심의 후 법제처, 국무회의를 거쳐 이르면 연내 의료법 하위법령을 공포한다는 입장이다.

한 공무원은 "규개위 심의를 마치면 곧바로 법 절차를 진행해 12월 안에 법령 공포를 준비하고 있다. 각 항목마다 유예기간이 있는 만큼 의료기관도 착실히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종합병원 이상 대형병원은 음압병실 의무화와 병상 간 이격거리 공사 등으로 경영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벽에서 이격거리를 제외한 모든 개정안이 그대로 진행될 경우, 종합병원 이상 병원급 병상 수 감소가 예상된다.

수도권 종합병원 원장은 "벽에서 0.9m 이격거리가 가장 큰 규제인 것은 사실이나, 병상 간 1.5m와 면적 확보 기준을 맞추기 위해서는 최소 1개 이상 베드(병상)를 빼야 한다"면서 "1000병상이 900병상으로, 300병상은 250병상으로 줄어든다는 의미로 사실상 모든 병원의 경영손실이 불가피하다"고 우려감을 표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병실 벽에서 이격거리 등 과도한 규제로 병원들의 반발을 불러온 후 개정안으로 한발 양보하는 모양새에 이어 규개위 추가 의견개진으로 병상 간 이격거리로 마무리하는 복지부 고도 전략에 혀를 내두르는 형국이다.

관련기사

정책 기사

댓글

댓글운영규칙
댓글을 입력해 주세요.
더보기
약관을 동의해주세요.
닫기
댓글운영규칙
댓글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으며 전체 아이디가 노출되지 않습니다.
ex) medi****** 아이디 앞 네자리 표기 이외 * 처리
댓글 삭제기준 다음의 경우 사전 통보없이 삭제하고 아이디 이용정지 또는 영구 가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1. 저작권・인격권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2. 상용프로그램의 등록과 게재, 배포를 안내하는 게시물
3. 타인 또는 제3자의 저작권 및 기타 권리를 침해한 내용을 담은 게시물
4. 욕설 및 비방, 음란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