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스티브존슨증후군 진단 못해, 8000여만원 배상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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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환자는 충혈된 눈으로 다시 Y이비인후과를 찾았다. 두드러기와 함께 발진, 가려움을 호소했다. 재채기, 콧물, 가래 증상도 있었다. J원장은 다시 린코마이신을 주사하고 타이레놀, 시네츄라시럽, 큐란, 에바스텔, 코데날, 소론도를 처방했다.
그런데 J원장은 이 환자와 가족에게 8000여만원을 배상하게 생겼다. 환자가 두 번째 내원에서 호소한 두드러기 등의 증상이 약물 부작용이었던 것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8민사부(재판장 정은영)는 최근 약물 부작용인 스티븐손즌증후군이 생긴 환자 전 모 씨가 J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J원장은 발열, 설사 증상을 내원한 전 씨에게 급성 인후두염, 상세불명 위장염 및 결장염, 위궤양, 알레르기 비염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그리고 린코마이신을 주사 투여한 후 타이레놀, 캐롤에프, 스맥타현탁액, 페니라민, 큐란을 2일분을 처방했다.
바로 다음날 전 씨는 다시 J원장을 찾았다. 두드러기 증상이 나타난 것. 이에 J 원장은 만성비염, 알레르기 비염, 기관지염, 위궤양이라 진단하고 전날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약을 처방 했다.
전 씨는 이후 호흡곤란으로 대학병원 응급실까지 실려갔으며 중환자실까지 가는 상황까지 발어졌다. 두드러기가 얼굴과 상반신 전체, 하지로 퍼지면서 수포가 발생했다. 의료진은 '스티븐 존슨 증후군'이라고 진단했다. 피부 괴사가 전신 표피 면적 35%에서 일어났다.
스티븐존슨증후군은 약물에 의해 발생하는 심한 급성 피부 점막 질환이다. 발생 시 즉각 원인 약을 찾아내 사용을 멈춰야 한다. 최근 4주 이내 새롭게 복용한 약이거나 위험성 많은 약이 원인일 확률이 높다.
전 씨는 현재 얼굴, 등 부위 과색소 침착, 반흔의 추상장해, 양쪽 눈 중심부 각막혼탁이 있다. 교정시력 기준 오른쪽 0.1, 왼쪽 0.02다.
전 씨와 그의 가족은 "두 번째로 의원을 찾았을 때 약물 부작용을 의심해 약물 투여를 중단케 했어야 하지만 처음과 비슷한 처방을 했다"고 지적했다.
법원도 이 부분에 대한 J원장의 과실을 인정했다. 대신 손해배상 책임은 20%로 제한했다.
재판부는 "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전 씨는 1차 진료시부터 역산해 4주 이전에는 병원에서 진료를 받거나 투약 처방을 받지 않았다"며 "타이레놀, 캐롤에프, 큐란, 린코마이신은 스티븐 존슨 증후군을 유발할 수 있으며 이때는 즉각 복용을 중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전 씨는 1차 진료 후 24시간 만에 눈이 충혈된 상태로 얼굴, 목 부위 두드러기 증상을 호소하면서 내원했다"며 "이는 1차 진료 당시 J원장이 진단한 병증의 진행 경과에 따른 증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또 "2차 진료 당시 스티븐 존슨 증후군을 의심하거나 그에 대한 진단, 처치를 할 수는 없었다 하더라도 1차 처방에 두드러기 발진 부작용을 일으키는 약이 다수 포함돼 있다"며 "적어도 1차 처방약으로 인한 약물 부작용은 의심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