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써보시고 마음에 안 들면 반품 받겠습니다."

서울 A성형외과 원장은 이 같은 영업사원의 말만 믿고 1억5000여만원에 달하는 고주파 피부관리기기를 샀다가 낭패를 봤다. 이미 리스가 된 기기라서 반품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리스료 부담은 의사가 해야 하기 때문에 이 원장은 꼼짝없이 리스료를 물어야 했다. 해당 기기 영업사원은 잠적했다.

19일 미용성형 개원가에 따르면 최근 1억원이 넘는 고가의 의료기기를 구입했다 A성형외과 원장 처럼 리스료를 물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반품 가능하다는 영업사원의 말만 믿고 덜컥 구입했다 리스료 때문에 반품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서울 B성형외과 원장은 "문제가 되고 있는 의료기기 딜러가 페이스타이트라는 장비를 팔면서 리스 중복 계약을 했다"며 "기계를 한대 팔고 리스비를 두 군데서 받는 식이다. 피해자만 10명이 넘어간다"고 말했다.

이어 "고가 의료기기 판매상의 전략"이라며 "의료기기 판매업체 중 일부는 일정 기간 써보고 마음에 안 들면 반품 받는다 해놓고 리스를 해버린다"고 덧붙였다.

심지어 한 물건으로 두 군데서 리스를 할 수 없기 때문에 기존에 계약했던 곳 외에 또 다른 리스회사에 새로운 공급품인 것처럼 리스를 해 두 군데에 리스료를 내야 하는 의사도 있었다.

경기도 C산부인과 원장도 "장비를 살 때 비용 대비 효과를 봐야 하는데 1억원이라는 장비값을 보전하려면 한 달에 1000만원 정도는 수입이 보장돼야 한다"며 "해당 기기는 투자 대비 효과가 미미해 반품을 하려고 했는데 날벼락을 맞았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의료기기 공급자의 질은 따지지도 않고 리스 계약을 덜컥해주는 리스회사에 비난의 화살이 돌아가고 있다.

A성형외과 원장은 "리스를 하면 해지가 까다롭다. 리스 회사에서는 공급자랑 이야기해보라고 한다"며 "리스 회사에 돈을 안내면 신용등급이 떨어지니 의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리스료를 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양질의 의료기기 공급이 이뤄져야 하는데 리스회사는 공급자 질관리 없이 손놓고 있다"고 비판하며 "의료기기 공급자에게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소비자인 의사에게만 제제를 하는 식이다. 보증금을 받아놓는다든지, 업무협약 등 질 관리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의료기관의 불만에 리스 업체들도 뾰족한 방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H캐피탈 관계자는 "영업 서류를 심사하기 전 의료기기 캐피털 사이에서 돌고 있는 관련 정보를 내부적으로 공유하는 정도"라며 "장비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고 개원의와 의료기기 공급자 사이 계약에 문제가 생긴 부분에 대해 리스사가 할 수 있는 조치는 없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재매입 보증제라고 해서 기기를 쓰다가 안 쓰게 되면 공급자가 대신 사 주는 제도가 있는데 의료기기는 100% 검증된 장비인데다 감가상각 때문에 (제도를) 적용하기 힘들다"며 "심사팀, 기획팀 등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에 대한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