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 학생의 조금 특별한 연수기 36

메디칼타임즈
발행날짜: 2016-12-27 10:13:39
  • 의대생뉴스2기 필진 한림의대 의학과 1학년 이영민

여행의 종착지, 브라질 편 - 리우데자네이루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남미에서의 마지막 여정도 장거리 버스와 함께 했다. 24시간동안 버스를 계속 타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이란 생각을 하니 비록 장시간 버스에 착석해 있는 것이 불편하긴 했어도 창문 밖으로 펼쳐지는 마지막 풍경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잠도 안자고 구경을 하니 버스는 금세 달려 파라과이 국경을 넘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도착해 있었다.

리우데자네이루의 상업지구. 밤에도 불이 환하게 켜져 있는 모습이다
이미 어둑해질 녘에 도착했기 때문에 서둘러 유명한 해변이 있는 코파카바나 지역에 숙소리를 잡고 시내 구경에 나섰다. 남미에서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잘 산다는 것을 증명하듯이, 시내에 나가니 마천루들이 높게 서있는 상업지구와 과거 포르투갈 식민지 시절 때 만들어진 고풍스런 건축물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었다. 거기에 야간 조명이 환하게 비춰지면서, 브라질의 흥 넘치는 아우라를 마음껏 뿜어내고 있었다.

필자가 갔을 당시는 6월이었다. 한국이 한창 덥기 시작할 때 남반구는 겨울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 중 리우데자네이루는 그 동안 여행했던 지역에 비해 남쪽에 위치하여 필자는 6월에 추위를 타는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우데자네이루의 바닷가는 아름다웠다. 해수욕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바닷가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리우데자네이루의 바닷가 모습. 여유로움이 물씬 느껴진다
거기에 더해 2016년에 올림픽이 개최되는 걸 방불케 하듯 도시 곳곳에는 환경 미화 작업과 보수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바닷가의 모습이 아름다워 쌀쌀한 날씨도 잊고 바닷가에 들어가서 수영을 했는데, 한국에 돌아와서 리우데자네이루의 바닷가 물이 오염된 물이라는 걸 알고는 약간은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기억이 여행을 습작하듯이, 사실의 힘보다 기억의 힘이 더 강력하고 뇌리에 남는 것을 지나간 여행을 반추하니 느끼게 된다. 당시의 경험이 결국은 남는다는 것을 말이다. 거기에다가 감사하게 생각하는 건, 바로 브라질에서 지카 바이러스가 유행하기 전에 그 곳을 여행했다는 점이다. 필자가 갔다 온지 1년도 안되어 브라질에서부터 시작한 지카 바이러스가 창궐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남미, 특히 브라질에 여행하는 것을 사람들이 많이 꺼려하게 되었는데 마침 바이러스가 유행하기 전에 필자는 그 곳을 여행할 수 있었던 것이다. 때로는 천재지변도 여행의 큰 변수가 될 수 있는데, 남미 여행의 시작부터 끝까지 큰 탈 없이 여행을 마칠 수 있었다는 건 정말로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또 유명한 걸로는 코르코바도(Corcovado) 언덕 꼭대기에 있는 예수상이다. 남미를 대표하는 동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유명하고, 또한 마추피추와 더불어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에 꼽힐 만큼 그 크기도 엄청나다. 걸어서 올라가자니 저번에 마추피추 등반 때 겪었던 악몽이 떠올라 이번에는 처음부터 왕복 버스를 끊어서 조금은 편하게 여행하자고 마음먹고 바닷가 앞에서 예수상까지 가는 관광버스를 탔다. 타고 올라가면서 언덕 중간에 위치한 빈민가도 지나게 되었는데, 올림픽이 개최되는 도시의 이면 속 어두운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정상에 오르니 리우데자네이루 도시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지금껏 이렇게 가슴이 뚫리는 광경을 본 적은 없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웅장하고 장엄한 모습이 눈앞에 펼쳐졌다.

리우데자네이루의 예수상. 실제로 보면 그 크기에 압도된다
우리가 흔히 다 아는 소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가 바로 리우데자네이루를 배경으로 쓰인 작품인데 만일 주인공인 제제가 실존했다면 이 풍경을 매일 바라봤을 생각을 하니 한편으로는 부러웠다. 그리고 그 위로는 인자한 예수님의 웃음과 양쪽으로 뻗은 팔은 도시 전체를 휘감고 있었다. 마치 예수님이 이 도시에 축복을 내리듯이, 이 도시의 앞날은 밝게 열려있다는 걸 암시하듯이 말이다.

얼마 전 필자가 재학 중인 대학교 교수님께서 마지막 수업시간 때, 사람은 첫 모습보다 떠나는 마지막 뒷모습으로 기억된다고 하셨다. 리우데자네이루는 좁은 의미에서는 남은 여행의 밝은 앞날을, 좀 더 넓게는 밝은 미래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남미를 떠나기 전 마지막 모습을 아름답게 장식해 준 곳이었다. 이제 남미를 떠날 시간이 눈앞에 다가온다. 남미를 뜨게 될 상파울루로 마지막 도약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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