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일로 예정됐던 대한의사협회와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면담이 불투명한 상황에 놓였다. 건보공단이 급작스레 면담이 힘들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의협은 예정된 면담 시간까지 가능성을 열어놓겠지만 만약 일방적으로 오지 않는다면 강경책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9일 "당장 면담이 내일인데 오늘에서야 공단이 급작스레 힘들수 있다는 입장을 전해왔다"며 "상호간에 예의도 아닐 뿐더러 의료계와 정부의 관계를 무시한 처사인 만큼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앞서 의협과 공단은 10일 의협에서 면담을 갖고 현지확인을 비롯해 올해 수가협상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면담 또한 공단에서 의협에 의향을 물어와 성사된 것. 이에 대해 의협은 먼저 손을 내민 만큼 전향적으로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정리했었다.

현지확인제도에 대한 의료계의 분노가 타오르고 있지만 적어도 공단이 먼저 대화를 걸어왔다는 점에서 원만한 개선 방안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의협 관계자는 "추무진 회장이 직접 논의 내용을 검토할 정도로 이번 면담에 거는 기대가 많았다"며 "이런 상황이 벌어져 황당할 따름"이라고 털어놨다.

그렇다면 공단은 왜 급작스레 면담이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일까.

의료계가 강릉 비뇨기과 원장 자살 사건으로 분노하고 있는 상황을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결국 잘해도 손해 못해도 손해라는 계산이 섰을 것이라는 것이 중론.

실제로 공단은 현지확인제도 개선에 대한 여론이 들끓고 있는 상황에서 언론 등을 통해 면담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에 대한 입장을 전하는 것에 부담감을 호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듯 사실상 의협과 공단의 면담이 무산되면서 의협은 강한 불만을 표시하며 강경책을 검토하고 있다.

원만한 대화로 풀어가지 못한다면 회원들의 뜻에 따라 항의 방문과 단체 행동 등에 나설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은 "이미 공단에 면담을 진행한다면 대화를 이어가겠지만 그렇지 않는다면 강경노선밖에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며 "이제 선택은 공단의 몫"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대화와 논의에 뜻이 없다면 결국 힘으로 맞서야 하지 않겠느냐"며 "전쟁을 원한다면 전쟁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