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식 한끼 3390원? 환자에게 미안하고 싶지 않다

발행날짜: 2017-02-06 05:00:57
  • 정신의료기관협회 최재영 신임 회장

"치료하면서 환자들에게 미안함을 더 이상 느끼고 싶지 않다."

최근 정신의료기관들의 근심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부가 5월 말로 시행될 예정된 정신건강복지법을 강행할 방침인 데다 9년 만에 의료급여 정신과 정액수가가 인상했지만 '기대 이하'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대한정신의료기관협회를 새롭게 이끌어 갈 최재영 신임 회장(창원 동서병원 이사장)이 최근 취임했다.

지난 5일 최재영 신임회장은 메디칼타임즈와 만난 자리에서 "더 이상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미안함을 느끼지 않았으면 한다"고 정부 정책에 대한 아쉬움을 피력했다.

최재영 신임회장은 무엇보다 회장 취임식 하루 전인 1일 복지부가 행정예고한 의료급여 정신과 정액수가 인상안에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목했다.

앞서 복지부는 의료급여 정신과 정액수가 인상안을 행정예고 하고, 장기입원을 지양하기 위해 입원 기간이 오래될수록 수가금액이 작아지도록 세분화 했다. 이를 위해 관련 예산 211억원도 편성해 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이번 개정안은 '1~180일'까지의 입원기간은 수가인상의 효과를 누릴 수 있지만 181일 이상 환자를 입원시킬 경우 수가 인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를 감안한 듯 최재영 신임회장은 "자체적으로 병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입원한 지 180일 이내인 환자가 10%, 180일에서 360일 이내 환자가 5%, 나머지 360일 이상인 환자"라며 "모든 정신병원들이 이러한 입원환자 구조"라고 설명했다.

최 신임회장은 "논란이 되고 있는 정신건강복지법과 이번 수가인상도 이러한 장기입원 환자의 초점이 맞춰진 정책"이라며 "하지만 거듭 말하지만 장기입원 환자들이 퇴원 후 갈 만한 재활시설 구축이 전혀 되지 않은 상황이다. 장기입원 억제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결국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어려운 구조"라고 꼬집었다.

최 신임회장은 이번 수가인상에서 제외된 식대수가 인상 문제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복지부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 의료급여 대상 환자들의 식대를 일반식 기준으로 3390원에서 3440원으로 인상했지만, 정신과 의료급여 환자들의 식대는 일당정액수가에 포함된 탓에 17년째 3390원으로 묶여 있다.

결국 의료급여 대상 환자들 중 정신과 환자의 경우만 단 돈 '50원'의 인상 혜택도 받지 못하는 것이다.

더구나 건강보험 환자와 비교할 때는 식대수가가 2000원 이상 차이나는 셈이다.

따라서 최재영 신임회장은 정신과 의료급여 환자들이 건강보험 환자에 비해 식사부터 차별받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최 신임회장은 "식대부터 의료급여 환자와 건강보험 환자가 차별받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다. 건강보험은 식대가 5400원인 반면 정신과 의료급여 환자는 3390원으로 또 다시 묶이게 됐다"며 "언뜻 보면 211억원 예산이 투입돼 큰 수가인상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의료급여 환자 입장에서는 식사에서부터 차별이다. 즉 큰 효과를 누리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많은 환자들이 좋은 치료를 받고 빨리 퇴원해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제도 정착에 노력해야 하지만, 솔직히 환자들에게 가지는 미안한 생각을 이제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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