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연루 의료진, 반성 정도 따라 처벌 '명암'

박양명
발행날짜: 2017-05-18 12:39:43
  • 서울중앙지법 "진상 밝혀지길 바라는 간절한 국민 소망 저버렸다"

|2보|국정농단 연루 의료진 법원 1심 판결

자신의 죄를 얼마나 인정하는지에 따라 법원의 판단은 갈렸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혐의를 부인한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정기양 교수는 법정구속됐고 특검 수사 과정과 재판 과정에서 혐의를 시인한 의료진은 구속까지 되는 상황은 면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3형사부(재판장 김태업)는 18일 국회에서 증언 감정 등에 관한법 위반으로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정기양 교수, 순천향대 서울병원 산부인과 이임순 교수에 대해 각각 징역 1년에 법정구속,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뇌물공여와 의료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김영재 원장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00만원, 그의 부인 박채윤 씨에게는 징역 1년에 명품가방 2개 몰수, 김상만 전 원장에게는 벌금 1000만원 형을 내렸다.

"정기양 교수, 국정조사 대책회의까지 열어놓고 위증"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뉴 영스 리프트(실 리프팅)' 시술을 계획한 적 없다."

세브란스병원 정기양 교수는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 이 같이 답했다.

정기양 교수는 2013년 3월~2014년 7월 박근혜 전 대통령 자문의로 위촉됐다.

박 전 대통령은 정 교수과 당시 대통령 주치의였던 이병석 세브란스병원장에게 얼굴이 처지는 문제, 눈 밑 지방이 튀어나오는 문제 등 개선방법을 상의했고 정 교수는 박 대통령에게 보톡스, 필러, 레이저 시술 등을 실제로 시행했다.

정 교수는 특검 수사 과정과 재판 과정에서 "위증죄는 경험한 사실에 관해 기억에 반했을 때 성립되는 데 청문회 장에서 한 말은 경험한 사실이 아니다"라며 "기억에 반하는 주장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법원은 정 교수의 증언이 위증이라 판단했으며 그 죄질도 불량하다며 징역 1년에 법정구속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정 교수는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 여름휴가 기간 동안 실 리프팅 시술을 하려고 이병석 원장과 상의하며 구체적으로 계획했다"며 "청문회가 열리기 전에는 세브란스병원 차원에서 대책회의를 열었고 이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즉, 청문회에서 자신의 구체적인 기억에 반해 허위 진술을 했다고 본 것.

재판부는 "정 교수는 국정농단 사건 진상이 밝혀지길 바라는 국민의 간절한 소망을 저버리고 자신과 병원의 피해를 막는데만 급급해 청문회에서 조차 거짓말을 했다"며 "법정에서도 잘못을 뉘우치기는 커녕 다른사람에게 잘못을 떠넘기며 범행을 부인했다"고 판단했다.

정기양 교수(왼쪽)와 이임순 교수
"이임순 교수, 진실 은폐하려 이메일 지우고 휴대전화 바꿔"

순천향대 산부인과 이임순 교수는 지난해 12월 국정조사에서 "김영재 부부를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에게 소개 안했냐"는 질문에 "없다"고 대답했다.

법원은 이임순 교수의 답변이 "위증"이라고 판단했고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서창석 원장은 "김영재 원장 부부를 이임순 교수가 소개해 줬다고 언론과 인터뷰하겠다"는 내용으로 이임순 교수와 3번 통화를 했다. 이 때, 이임순 교수는 "지금 이야기를 하면 안된다, 모른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임순 교수는 이를 숨기기 위해 서창석 원장과 주고받은 이메일을 삭제하고 휴대전화도 교체했다.

재판부는 "온 국민 앞에서 진실을 은폐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국정조사의 본질을 훼손했다"며 "최순실을 통해 특혜도 받았지만 이 교수는 뒤늦게나마 법정에서 범행을 시인했다"고 설명했다.

"김영재 부부, 대통령 및 최순실과 친분 쌓아 특혜"

청와대에 보안손님으로 드나들며 비선진료를 한 김영재 원장은 진료기록부와 향정신성의약품대장을 거짓으로 작성한데다 부인과 함께 안종범 전 수석 부부와 김진수 전 비서관에게 뇌물을 줘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00만원형을 받았다.

김영재 원장은 대통령 자문의사도 아닌데 14회 정도 대통령 관저에 방문하면서 미용시술을 했으며 비선진료를 숨기기 위해 국정조사장에서 위증을 했다.

그의 부인 박채윤 씨는 남편과 함께 안종범 전 수석 부부에게 1826만원 상당의 미용시술을 제공했고 명절 선물로 3123만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했다. 김진수 비서관한테도 1034만원의 금품을 줬다.

재판부는 "박 씨는 청와대를 출입하며 박 대통령과 친분을 쌓고, 김영재 의원에서 진료를 받은 최순실 씨와 친분을 쌓으면서 여러가지 기회를 얻고 특혜를 받았다"며 징역 1년을 선고하며 명품가방 2개를 몰수했다.

재판부는 "같은 처지의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많은 기업가들이 공정경쟁 기회를 박탈당했다"며 "대통령과 그 측근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주도적으로 편승해 이익을 취득했다. 이런 사정에 비춰볼 때 위법성이 크고 죄질이 불량하다"고 못 박았다.

처음부터 범행 시인하고 반성한 김상만 전 원장, 벌금형

길라임이라는 이름으로 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하며 대통령을 진료한 김상만 전 녹십자아이매드 원장은 국정농단 사태 처음부터 범행을 시인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법원은 김 전 원장에게 1000만원의 벌금형을 내렸다.

김 전 원장은 공식적인 대통령 자문의이지만 공식적인 절차가 아닌 방법으로 대통령을 진료했다. 24회에 걸쳐 박 전 대통령을 진료했지만 진료기록을 남겨놓지 않았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을 진료했음에도 청와대 구비 의약품으로 진료하지 않으며 공식 진료절차도 따르지 않았다"며 "대통령 혈액도 2차례에 걸쳐 청와대 밖으로 반출하며 비선진료를 조장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자신의 신분과 진료내용이 공개되지 않기를 원해 거짓으로 진료기록부를 작성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위법성이나 죄질이 중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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