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차 미래포럼 '최신 폐암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이슈' 도마
"최신 치료제 개발로 의료진과 환자들의 기대치는 한껏 높아졌지만, 보험 이슈는 그 기대를 꺾어 버렸다."
내성이 발생한 폐암 환자에 유일한 치료옵션으로 거론되는 최신 3세대 EGFR TKI 표적항암제가, 여전히 비급여 영역으로 쓰이고 있는 것을 두고 나오는 얘기다. 상대적으로 환자군이 적은 ALK 저해제에는 급여를, 면역항암제가 급여권에 근접한 것과는 분명 비교되는 대목이다.
올해로 10년차를 맞는 제27차 데일리팜 제약바이오산업 미래포럼 행사에는 '최신 폐암치료 약제 현황과 건강보험 적용이슈: 건강보험 급여등재와 환자 아우성 간극 좁히기'가 본격 논의됐다. 포럼의 주제를 특정질환으로 삼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21일 서울 양재동 aT센터 4층 창조룸에서 진행된 행사에선 최신 폐암치료제의 동향과 급여이슈가 도마에 올랐다.
1세대 표적항암제에 내성이 생긴 폐암 환자에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치료 옵션이 나왔지만 여전히 비급여에 머물러 있어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가 속출하는 상황. 환자 부담이 늘면서 사회적 관심으로까지 대두되는 현 분위기와도 직결된다.
그나마 경제력이 있는 환자는 값비싼 비급여 항암제를 사용하다가 소위 '메디칼푸어'로 전락하고, 가난한 환자는 있어도 쓰질 못하는 '그림의 떡'에 그치기 때문이다.
이날 '폐암치료제 급여 이슈와 개선방향'에 대해 발제한 서울성모병원 혈액종양내과 강진형 교수는 "말기 폐암 환자의 항암 신약에 대한 접근성은 생명과 직결되는 사안으로, 3세대 폐암 표적 치료제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검토로 비급여 약제의 신속한 급여화가 필요하다"고 운을 뗐다.
지난 2000년 초반 폐암 치료 분야에 EGFR(상피세포 성장인자) 돌연변이가 알려지면서 1세대 EGFR TKI(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티로신 억제제) 표적치료제 이레사(게피티닙)의 등장으로 치료에 대변혁을 맞았다. 하지만 관건은 내성문제였다.
내성이 생긴 60%의 환자는 EGFR T790M 돌연변이 양성환자들로, 현재 급여 등재 절차를 밟고 있는 3세대 TKI인 타그리소(오시머티닙)와 올리타(올무티닙)가 유일한 대안이라는 점이다.
강 교수는 "3세대 표적 폐암 치료제의 허가 1년 후, 여전히 비급여 결정과 검토지연으로 치료비용 부담은 고스란히 환자의 몫으로 돌아간다"면서 "매년 1000여 명에 달하는 해당 환자의 대다수가 경제적인 이유로 치료제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3세대 EGFR TKI인 타그리소의 경우 2013년 첫 임상을 시작해서 2년 여만인 2015년 11월 미국에 허가되고, 이듬해 5월 국내에서 허가를 받았다. 당시 효과가 우수하고 대체할 만한 약제가 부재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신속 허가가 이뤄진 것인데, 급여적정성 검토를 위한 자료와 관련해선 아직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사후평가제도에 대한 필요성이 언급됐다. 강진형 교수는 "치료가 절박한 환자들에는 결국 어떠한 대안을 만들지가 당면과제인데, 그런 측면에서 사후평가제도는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면서 "제네릭 약물에도 사후평가가 필요하듯, 경제성 평가에서도 사후평가가 필요한 것은 일단 제도를 간소화해서 등재기간을 단축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얘기인 즉, 암환자의 생존율을 두고 약의 실효성을 즉각 평가하기란 어렵기 때문에 질환의 시급성을 고려해 일단 선별등재한 후 비용효과를 평가해서 효과가 없다면 약값을 깎아나가면 된다는 것이다.
이어 강 교수는 "2015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사망률 1위 암종은 폐암으로 그만큼 폐암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제가 절실한 상황"이라면서 "EGFR 유전자 돌연변이 환자는 유전적 다형성, 인종적 특성 등과 관련 아직 명확한 원인을 모르지만, 동아시아지역에서 유병 분포가 특히 많다. 타그리소의 임상연구엔 한국 환자가 대규모로 포함됐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발빠른 시판허가, 발목잡는 급여등재…폐암 치료 사각지대 사회안전망 구축은?
"미국FDA에 허가가 떨어지고 3~6개월이면 국내 허가가 이뤄지기 때문에 허가는 빠른 편에 속한다. 하지만 급여등재에선 여전히 발목을 잡히는 상황이다."
강진형 교수는 대안으로 다음 네 가지를 주장했다. ▲영국 항암제기금(Cancer Drug Fund, 이하 CDF)과 같이 급여 결정 전에 약제비를 지원해주는 제도 ▲비급여기간 동안 제약사의 환자지원프로그램 및 무상지원 프로그램 강화 ▲급여검토에 소요되는 기간을 단축시키기 위한 노력 ▲급여 등재에 다양한 방법의 도입 등이다.
강 교수는 "영국도 보험에 있어 굉장히 엄격한 편이지만, 급여결정단계 전 혹은 개발 속도가 빨라져 효과가 예상되지만 비용효과성 입증이 당장은 어려운 약제에 비급여 약제에 별도 펀드 지원을 적용하고 있다"면서 "암펀드로 모두 커버되지 않는 환자에선 신약의 동정적 사용과 관련 무상공급프로그램 활성화를, 또 위험분담제 적용의 다양화를 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조건부 지속치료와 환급혼합형, 총액 제한형, 환급형, 환자 단위 사용량 제한형 등을 기본으로 다양한 위험분담제를 적용할 수 있는 기반시스템을 마련하고 새로운 위험분담제 조건들에 대해 전향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사회안전망 구축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적 방향과도 맞닿은 방안이라고 의견을 냈다.
비급여 항암제 더딘 등재 절차, 해법은?
한편, 성균관대 약대 이재현 교수를 좌장으로 진행된 이날 패널 토의에서는 비급여 항암제의 더딘 등재절차에 대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했다.
특히 이번 문재인 정부에서는 항암신약의 접근성을 놓고 실효성 있는 제도와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는데 입을 모았다. 이에 다양한 기금 조성과 함께 정부와 의료진 등 제한된 전문가 집단이 아닌 환자와 시민단체, 제약사를 아우르는 협의체 구성이 방편으로 나왔다.
강진형 교수는 "우리나라 항암제에 대한 약품비 지출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면서 "2015년 건강보험 약품비 지출 규모는 전체 약품비가 15.7조로 항악성종양제는 이의 6%에 해당하는 9652억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폐암항암제는 여기서도 항암제 전체 규모의 12%에 해당하는 1047억원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약품 총 지출액 중 항암제 지출이 차지하는 비용은 주요 OECD 국가 대비 가장 낮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추가적인 재정지출 없이는 보장성을 강화할 수는 없다"면서 "20조를 넘어선 건강보험 재정 누적적립금을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고, 폐암의 직접적인 원인인 담배에서 얻어진 추가 재원을 폐암 치료에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의견을 냈다.
김봉석 중앙보훈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항암제를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메디칼푸어는 결국 비급여항암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면서 "실제 환자 조사결과, 항암제를 사용하면서 중단한 경험은 23%로 나타났는데, 중단 원인의 60%가 약의 효능 효과가 아닌 비싼 약값으로 인한 문제였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항암제의 급여율은 29%로 OECD 국가 평균 60%에 절반에도 못미친다. 현재 건강보험재정에서 약값에 투입되는 비용은 6% 수준"이라고 지적하면서 "건강보험 재정 누적적립금이 20조를 넘기고 매년 4조씩 늘어나는 상황에서, 누구 하나 누적적립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명확히 설명하지 못한다. 비급여 항암제로 인한 환자 부담에 이러한 초과 재정이 투입되지 않는 이유에 의문이 생긴다"고 피력했다.
이외 "담배는 전체 암에서 30%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되는데, 담뱃세로 얻어지는 추가 재원은 얼마든지 암환자 치료에 재투입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서 "한 설문에서도 약 38%의 환자와 보호자는 20%까지 본인부담을 하더라도 치료를 받길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정부가 고려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비급여 고가 신약과 관련 180일 정도는 재난적 의료비 지원이 진행되지만 이마저도 나머지 400일 정도는 사각지대가 발생한다"고 일갈했다.
급여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방법이 제한된 현 상황에서 심사평가원 약제관리실 이병일 실장은 하나의 대안으로 비용효과성 사후평가를 설명했다.
이 실장은 "모든 제약사가 시판허가를 받고 즉각 보험 등재신청을 하지 않기 때문에 등재기간 산정에는 일종의 갭이 존재한다"면서 "앞으로는 환자 접근성 향상을 위해 사후평가를 통해 일정기간 사용 후 비용효과성을 따져보고, 위험분담제 및 본인부담에 차등을 둔다든지 하는 방식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최근엔 경제성평가제도 개선방안에 대한 TF팀을 꾸려 논의를 진행했고, 급여권 신속 진입을 위한 간소화 방안도 계획선상에 올랐다.
이어 "재난적 의료 지원비용과 관련한 건강보험 가입자가 지불할 수 적정 보험료를 추계해보고, 환자지원책 중 약물 무상공급 프로그램에 대한 환자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할 수 있는 소통의 자릴 만들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제약사 무상공급 프로그램이 마케팅의 일환으로 약가설정이나 급여결정에 압박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지만, 현 체계에선 이러한 우려를 걸러낼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 있다고 선을 그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비급여 항암제의 사용과 관련한 형평성 문제를 꼬집었다.
안 대표는 "식약처 허가를 받아서 약을 비급여로 쓸 수 있게 돼도 정작 경제력이 뒷받침되는 극소수 환자의 얘기이지 그렇지 못한 환자에선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사보험 가입자의 70% 중 30%는 실손보험 보장범위인 180일 정도만 약을 사용하다가 이후 중단하게 된다. 차세대 폐암약 비급여 논쟁의 핵심엔 경제성평가가 놓이지만 결국 정부와 제약사간 약가협상 문제"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치료옵션이 없는 치명적인 질환의 경우엔 식약처와 심평원에 동시허가가 이뤄졌으면 한다"며 "사후평가와 관련 영국의 경우 급여, 비급여, 예비급여 3가지가 운용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예비급여는 효과가 기대되지만 아직 검증되지 않은 품목에 먼저 2~3년 급여를 해주다가 나중에 평가가 진행되는 방식으로 참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신속등재 방편을 비롯한 위험분담제의 다양화, 사후심사 등 더이상의 논쟁은 끝내고 구체적인 제도를 만드는 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는 얘기였다.
한편 2014년 중암암등록본부 조사자료에 따르면, 폐암은 갑상선암, 위암, 대장암에 이은 4위에 올랐다. 이들 유병률 상위권 암종 가운데 유일하게 발생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한 2.7%의 증가율을 보였다.
내성이 발생한 폐암 환자에 유일한 치료옵션으로 거론되는 최신 3세대 EGFR TKI 표적항암제가, 여전히 비급여 영역으로 쓰이고 있는 것을 두고 나오는 얘기다. 상대적으로 환자군이 적은 ALK 저해제에는 급여를, 면역항암제가 급여권에 근접한 것과는 분명 비교되는 대목이다.
올해로 10년차를 맞는 제27차 데일리팜 제약바이오산업 미래포럼 행사에는 '최신 폐암치료 약제 현황과 건강보험 적용이슈: 건강보험 급여등재와 환자 아우성 간극 좁히기'가 본격 논의됐다. 포럼의 주제를 특정질환으로 삼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21일 서울 양재동 aT센터 4층 창조룸에서 진행된 행사에선 최신 폐암치료제의 동향과 급여이슈가 도마에 올랐다.
1세대 표적항암제에 내성이 생긴 폐암 환자에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치료 옵션이 나왔지만 여전히 비급여에 머물러 있어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가 속출하는 상황. 환자 부담이 늘면서 사회적 관심으로까지 대두되는 현 분위기와도 직결된다.
그나마 경제력이 있는 환자는 값비싼 비급여 항암제를 사용하다가 소위 '메디칼푸어'로 전락하고, 가난한 환자는 있어도 쓰질 못하는 '그림의 떡'에 그치기 때문이다.
이날 '폐암치료제 급여 이슈와 개선방향'에 대해 발제한 서울성모병원 혈액종양내과 강진형 교수는 "말기 폐암 환자의 항암 신약에 대한 접근성은 생명과 직결되는 사안으로, 3세대 폐암 표적 치료제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검토로 비급여 약제의 신속한 급여화가 필요하다"고 운을 뗐다.
지난 2000년 초반 폐암 치료 분야에 EGFR(상피세포 성장인자) 돌연변이가 알려지면서 1세대 EGFR TKI(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티로신 억제제) 표적치료제 이레사(게피티닙)의 등장으로 치료에 대변혁을 맞았다. 하지만 관건은 내성문제였다.
내성이 생긴 60%의 환자는 EGFR T790M 돌연변이 양성환자들로, 현재 급여 등재 절차를 밟고 있는 3세대 TKI인 타그리소(오시머티닙)와 올리타(올무티닙)가 유일한 대안이라는 점이다.
강 교수는 "3세대 표적 폐암 치료제의 허가 1년 후, 여전히 비급여 결정과 검토지연으로 치료비용 부담은 고스란히 환자의 몫으로 돌아간다"면서 "매년 1000여 명에 달하는 해당 환자의 대다수가 경제적인 이유로 치료제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3세대 EGFR TKI인 타그리소의 경우 2013년 첫 임상을 시작해서 2년 여만인 2015년 11월 미국에 허가되고, 이듬해 5월 국내에서 허가를 받았다. 당시 효과가 우수하고 대체할 만한 약제가 부재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신속 허가가 이뤄진 것인데, 급여적정성 검토를 위한 자료와 관련해선 아직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사후평가제도에 대한 필요성이 언급됐다. 강진형 교수는 "치료가 절박한 환자들에는 결국 어떠한 대안을 만들지가 당면과제인데, 그런 측면에서 사후평가제도는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면서 "제네릭 약물에도 사후평가가 필요하듯, 경제성 평가에서도 사후평가가 필요한 것은 일단 제도를 간소화해서 등재기간을 단축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얘기인 즉, 암환자의 생존율을 두고 약의 실효성을 즉각 평가하기란 어렵기 때문에 질환의 시급성을 고려해 일단 선별등재한 후 비용효과를 평가해서 효과가 없다면 약값을 깎아나가면 된다는 것이다.
이어 강 교수는 "2015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사망률 1위 암종은 폐암으로 그만큼 폐암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제가 절실한 상황"이라면서 "EGFR 유전자 돌연변이 환자는 유전적 다형성, 인종적 특성 등과 관련 아직 명확한 원인을 모르지만, 동아시아지역에서 유병 분포가 특히 많다. 타그리소의 임상연구엔 한국 환자가 대규모로 포함됐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발빠른 시판허가, 발목잡는 급여등재…폐암 치료 사각지대 사회안전망 구축은?
"미국FDA에 허가가 떨어지고 3~6개월이면 국내 허가가 이뤄지기 때문에 허가는 빠른 편에 속한다. 하지만 급여등재에선 여전히 발목을 잡히는 상황이다."
강진형 교수는 대안으로 다음 네 가지를 주장했다. ▲영국 항암제기금(Cancer Drug Fund, 이하 CDF)과 같이 급여 결정 전에 약제비를 지원해주는 제도 ▲비급여기간 동안 제약사의 환자지원프로그램 및 무상지원 프로그램 강화 ▲급여검토에 소요되는 기간을 단축시키기 위한 노력 ▲급여 등재에 다양한 방법의 도입 등이다.
강 교수는 "영국도 보험에 있어 굉장히 엄격한 편이지만, 급여결정단계 전 혹은 개발 속도가 빨라져 효과가 예상되지만 비용효과성 입증이 당장은 어려운 약제에 비급여 약제에 별도 펀드 지원을 적용하고 있다"면서 "암펀드로 모두 커버되지 않는 환자에선 신약의 동정적 사용과 관련 무상공급프로그램 활성화를, 또 위험분담제 적용의 다양화를 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조건부 지속치료와 환급혼합형, 총액 제한형, 환급형, 환자 단위 사용량 제한형 등을 기본으로 다양한 위험분담제를 적용할 수 있는 기반시스템을 마련하고 새로운 위험분담제 조건들에 대해 전향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사회안전망 구축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적 방향과도 맞닿은 방안이라고 의견을 냈다.
비급여 항암제 더딘 등재 절차, 해법은?
한편, 성균관대 약대 이재현 교수를 좌장으로 진행된 이날 패널 토의에서는 비급여 항암제의 더딘 등재절차에 대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했다.
특히 이번 문재인 정부에서는 항암신약의 접근성을 놓고 실효성 있는 제도와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는데 입을 모았다. 이에 다양한 기금 조성과 함께 정부와 의료진 등 제한된 전문가 집단이 아닌 환자와 시민단체, 제약사를 아우르는 협의체 구성이 방편으로 나왔다.
강진형 교수는 "우리나라 항암제에 대한 약품비 지출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면서 "2015년 건강보험 약품비 지출 규모는 전체 약품비가 15.7조로 항악성종양제는 이의 6%에 해당하는 9652억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폐암항암제는 여기서도 항암제 전체 규모의 12%에 해당하는 1047억원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약품 총 지출액 중 항암제 지출이 차지하는 비용은 주요 OECD 국가 대비 가장 낮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추가적인 재정지출 없이는 보장성을 강화할 수는 없다"면서 "20조를 넘어선 건강보험 재정 누적적립금을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고, 폐암의 직접적인 원인인 담배에서 얻어진 추가 재원을 폐암 치료에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의견을 냈다.
김봉석 중앙보훈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항암제를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메디칼푸어는 결국 비급여항암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면서 "실제 환자 조사결과, 항암제를 사용하면서 중단한 경험은 23%로 나타났는데, 중단 원인의 60%가 약의 효능 효과가 아닌 비싼 약값으로 인한 문제였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항암제의 급여율은 29%로 OECD 국가 평균 60%에 절반에도 못미친다. 현재 건강보험재정에서 약값에 투입되는 비용은 6% 수준"이라고 지적하면서 "건강보험 재정 누적적립금이 20조를 넘기고 매년 4조씩 늘어나는 상황에서, 누구 하나 누적적립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명확히 설명하지 못한다. 비급여 항암제로 인한 환자 부담에 이러한 초과 재정이 투입되지 않는 이유에 의문이 생긴다"고 피력했다.
이외 "담배는 전체 암에서 30%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되는데, 담뱃세로 얻어지는 추가 재원은 얼마든지 암환자 치료에 재투입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서 "한 설문에서도 약 38%의 환자와 보호자는 20%까지 본인부담을 하더라도 치료를 받길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정부가 고려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비급여 고가 신약과 관련 180일 정도는 재난적 의료비 지원이 진행되지만 이마저도 나머지 400일 정도는 사각지대가 발생한다"고 일갈했다.
급여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방법이 제한된 현 상황에서 심사평가원 약제관리실 이병일 실장은 하나의 대안으로 비용효과성 사후평가를 설명했다.
이 실장은 "모든 제약사가 시판허가를 받고 즉각 보험 등재신청을 하지 않기 때문에 등재기간 산정에는 일종의 갭이 존재한다"면서 "앞으로는 환자 접근성 향상을 위해 사후평가를 통해 일정기간 사용 후 비용효과성을 따져보고, 위험분담제 및 본인부담에 차등을 둔다든지 하는 방식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최근엔 경제성평가제도 개선방안에 대한 TF팀을 꾸려 논의를 진행했고, 급여권 신속 진입을 위한 간소화 방안도 계획선상에 올랐다.
이어 "재난적 의료 지원비용과 관련한 건강보험 가입자가 지불할 수 적정 보험료를 추계해보고, 환자지원책 중 약물 무상공급 프로그램에 대한 환자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할 수 있는 소통의 자릴 만들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제약사 무상공급 프로그램이 마케팅의 일환으로 약가설정이나 급여결정에 압박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지만, 현 체계에선 이러한 우려를 걸러낼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 있다고 선을 그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비급여 항암제의 사용과 관련한 형평성 문제를 꼬집었다.
안 대표는 "식약처 허가를 받아서 약을 비급여로 쓸 수 있게 돼도 정작 경제력이 뒷받침되는 극소수 환자의 얘기이지 그렇지 못한 환자에선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사보험 가입자의 70% 중 30%는 실손보험 보장범위인 180일 정도만 약을 사용하다가 이후 중단하게 된다. 차세대 폐암약 비급여 논쟁의 핵심엔 경제성평가가 놓이지만 결국 정부와 제약사간 약가협상 문제"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치료옵션이 없는 치명적인 질환의 경우엔 식약처와 심평원에 동시허가가 이뤄졌으면 한다"며 "사후평가와 관련 영국의 경우 급여, 비급여, 예비급여 3가지가 운용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예비급여는 효과가 기대되지만 아직 검증되지 않은 품목에 먼저 2~3년 급여를 해주다가 나중에 평가가 진행되는 방식으로 참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신속등재 방편을 비롯한 위험분담제의 다양화, 사후심사 등 더이상의 논쟁은 끝내고 구체적인 제도를 만드는 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는 얘기였다.
한편 2014년 중암암등록본부 조사자료에 따르면, 폐암은 갑상선암, 위암, 대장암에 이은 4위에 올랐다. 이들 유병률 상위권 암종 가운데 유일하게 발생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한 2.7%의 증가율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