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연 성남시의료원장 "동네의원과 소통없는 지역거점병원 존재 못 해"
|메디칼타임즈| 새 정부 보건의료 정책의 방향은 공공성 강화 및 공공병원과 민간병원과의 상생이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최근 보건의료 시민단체와의 간담회에서 "문재인 정부 보건의료 정책의 기본 방향은 공공성 강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라며 "공공부문을 적정한 수준으로 강화해 공공과 민간이 상호발전할 수 있고, 국민이 의료 문제로 고통받지 않게끔 합의할 것이냐가 중요한 문제의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상황에 비쳐볼 때 의료의 공공성에 대해 물음표를 던질 수 밖에 없다. 이른 바 '공공의료'로 통칭되는 의료의 공공성의 책임 주체는 누구냐는 것이다. 전체 의료기관 수의 5% 수준에 불과한 공공의료기관이 주체가 될 수 있을까, 아니면 필수의료의 대부분을 제공하고 있는 민간의료기관에 그 책임을 지울 수 있을까. 그리고 문 정부가 문제의식으로 인식하고 있는 공공병원과 민간의료기관의 상호발전은 가능할까.
메디칼타임즈는 인천시의료원장과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성남시의료원을 통해 공공의료기관의 롤모델을 그리는 조승연 원장을 만나 우리나라의 공공의료 현주소와 민간의료기관과의 접점에 대해 들어봤다.
의료는 공공재인가
경제적 의미에서 본다면 의료는 공공재가 아니다. 공공재라는 것은 토지 등 분량이 일정해서 누군가 독점하면 국민이 살 수 없는 것들이 공공재이고 또 하나는 철도 등 누구나 차별을 받지 않고 쓰는 분야를 의미한다.
의료를 공공재라고 하기에는 문제가 있다. 오히려 가치재에 속한다. 공공재는 아니지만 공공적 성격이 상당히 요구되는 재화다. 의료도 분야가 여러가지다. 미용이나 성형 등 사업적 분야에 대해서는 굳이 공공성을 요구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전적으로 공공재로 보기는 어렵다. 다만 공공적인 성격을 상당히 가져야 하는 분야의 재화가 아닌가 싶다.
의료가 공공재냐 아니냐를 두고 논란이 많은데 의미없는 논쟁이다. 의료가 필수적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다. 국민 생존에 필수의료와 같은 분야는 공공적 성격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공공의료라는 표현은 한국적인 특수한 상황이다. 외국에서는 공공의료라는 말 자체가 없다. 외국에서 공공의료라고 하면 정부가 세운 병원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정부가 세운 병원과 민간이 제공하는 의료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외국에서는 공공의료라는 표현 자체가 필요없는 것이다.
국내에서 의료서비스는 대부분 민간의료기관이 제공하고 있다. 의료의 공공성에 대한 책임 주체는 누구인가.
이 부분에 대해서도 여러 논쟁이 있다. 의료를 가만히 두면 스스로 공공적이 될 수 있냐는 것이다. 의료인에게 모든 걸 맡기면 의료가 공공적일까,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결국 의사들은 의료행위를 통해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기본적 시장 논리이기 때문에 공익적인 재삼자가 관여해야 하고 그 주체는 정부일 것이다. 정부가 가치 기준을 만들어서 보험수가나 전달체계 등의 룰을 정하고 강제하지 않는 이상 의료가 저절로 공공적이 될 수는 없다. 의료행위는 의료인들이 하겠지만 국가가 콘트롤해야 한다.
의료 공공성의 책임 주체는 당연히 정부다. 의사에게만 맡길 수는 없다. 어느 분야든 마찬가지다. 학교도 그렇다. 학교로 하여금 학생 수대로 돈을 벌라고 하면 학원과 같이 변할 것이다. 의료 역시 정부가 제대로 해주지 않으면 공공적이 될 수 없다.
정부는 민간의료기관에 공공적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먹고 살아야 하는' 민간의료 입장에서 가능할까.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2년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면서 공공보건의료를 국공립병원에 의해 제공되던 서비스에서 공공과 민간 구분 없이 공익적 보건의료서비스로 재정의했다. 또 의료취약지 또는 수익성이 낮은 의료를 제공하는 등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는 민간의료기관까지 '공공보건의료 수행기관'으로 지정하고 지원할 수 있게 했다.
정부 입장에서 현재 전체 의료기관 수의 5% 수준에 불과한 공공의료기관으로는 도저히 안 되고, 공공병원을 확대하자니 민간의료기관의 반대 등을 생각해 해당 법률을 개정한 것 같다.
내 생각으로는 민간의료기관으로 하여금 공익적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구조다. 설립 주체가 민간이고 수익성을 기반으로 하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는 시장상황에서 어떻게 민간이 공공의료를 하겠나.
현재 공공병원이 너무 부족하다보니 어느 정도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그런 절충안을 낸 것 같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공공의료기관이 늘어나 공공적 의료를 주도적으로 제공하고 민간은 민간이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어쨌든 국민의 필수의료는 공공의료기관이 중심이 돼 담당하는 것은 맞다.
정부는 의료의 공공성에 대해 책임지고 있다고 보는가.
이제 정신을 차리기 시작하는 단계같다. 그동안 방치했다시피 했다. 최소 30~40년을 투자좇 하지 않았다. 공공의료에 대해 이야기하면 좌파 취급까지 당했다. 학계 내에서도 그런 분위기가 있었고 개혁적인 의사가 이상하게 취급받는 문화도 있었다. 아주 지극히 비정상적이었다. 의료가 공공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왜 나쁜 사람 취급을 받아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는 점을 알리고 끌고 나가려는 정부의 리더십이 부족했고 오히려 방해하는 쪽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그런 의미에서 진주의료원 사태가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됐다고 본다.
그동안 언더그라운드에 머물렀던 공공의료가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국가적인 담론이 됐다. 이후 정부 당국자나 일반 보건의료인들도 공공의료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갖게 됐다고 생각한다.
공공의료기관이 공공성과 성과를 같이 가져갈 수 있다고 보는가. 그렇지 않다면 공공의료기관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이뤄져야 하나.
진주의료원 당시 '공공의료 정상화를 위한 국정조사 결과보고서'가 나왔다. 보고서 앞 부분을 보면 그동안 공공성과 경영효율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으라고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선언하고 있다. 공공성에 주안점을 맞춰=야 하고 경영효율은 비효율적인 나쁜 적자를 해소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 최초라는 점에서 중요한 문서다.
경영평가 역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앞으로 지방의료원 평가에서 경영평가 부분이 제외된다고 한다. 그동안 경영평가가 20~30%를 차지했기 때문에 수익이 안 좋은 의료원은 평가를 잘 받을 방법이 없었다. 강원도 산골에 있는 의료원과 서울의료원을 어떻게 같은 선상에서 비교할 수 있겠나. 민간기업처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지원된 비용을 얼마큼 공공적으로 사용했는가에 대한 목표를 제시하고 평가해야 옳다.
복지부도 스스로 모순점들을 알게 된 것 같다. 그런 점에서 개선이 되는 것 같고 여러가지 금전적인 지원도 많이 되고 있다. 회계상으로도 감가상각비를 기업회계식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됐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은 보이지 않겠지만 실제로는 많이 지원이 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방향 중 하나는 공공과 민간의 상호발전이다. 성남시의료원은 24개 진료과목에 518병상 규모다. 외래환자를 상당수 흡수할 것이라는 지역 의료계의 우려가 크다. 성남시의료원과 지역 개원가의 상생이 가능할까.
지역적인 의사회와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국내 시스템에 비쳐볼 때 성남시의료원을 운영하려면 외래를 안 볼 수 없다. 아마 전체수익의 30% 이상은 외래수익일 것 같다. 외래를 안 본다면 병원 운영을 할 수 없다. 외래를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몇몇과만 할 수도 없다보니 지역 의료계에서 당연히 우려가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한 해법을 두가지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지역 주민의 의료 이용실태를 조사했더니 성남시 수정구와 중원구 50만 인구의 지역친화도(RI, Relevance Index)가 20%도 안 됐다. RI 20%는 말도 안 되는 수치다. 대부분 타 지역의 의료기관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가 뭐겠나. 믿고 갈만한 병원이 없다는 뜻이다.
만일 분당서울대병원이 이 지역에 있었다면 그 정도는 아닐 것이다. 그런데 성남시의료원이 그런 역할을 해서 RI가 현재 20%에서 40~50%로 늘어나면 기존 의원들도 환자가 줄어들 이유가 전혀 없다. 빠져나가는 환자만 잡아도 충분하다.
성남시의료원이 외부로 나갈 환자를 이 동네에서 돌게 만들기 때문에 개원가 수익에 지장이 없고 오히려 좋아질 것이다. 현재 이 동네 환자를 서울의 대형병원으로 보내면 그 환자는 앞으로 이 동네 병원을 다니지 않겠지만 성남시의료원에서 진료를 받으면 이 동네 의원을 다니게 될 것이다.
또 하나는 장기적 관점에서의 공공병원의 역할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공약처럼 내세운 것이 병원은 입원 중심, 외래는 의원 중심이다. 개인적으로도 바라는 바다. 새 복지부 장관이 임명되면 이에 대한 정책적 시범사업을 성남시의료원이 지원해보고 싶다.
지역 의원들과 커뮤니케이션이 없는 지역거점병원은 존재할 수 없다. 외래를 최소화하고 지역의료계와 긴밀하게 네트워크를 연결해서 입원 환자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진료하고, 외래는 지역 의원에서 받도록 시스템을 하는 것도 공공병원이 해야 할 중요한 역할인 것 같다. 다만 이를 위해선 정책적 뒷받침 있어야 한다. 없어질 30% 외래수익에 대한 보장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이를 새 복지부 장관에 제안하려 한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최근 보건의료 시민단체와의 간담회에서 "문재인 정부 보건의료 정책의 기본 방향은 공공성 강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라며 "공공부문을 적정한 수준으로 강화해 공공과 민간이 상호발전할 수 있고, 국민이 의료 문제로 고통받지 않게끔 합의할 것이냐가 중요한 문제의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상황에 비쳐볼 때 의료의 공공성에 대해 물음표를 던질 수 밖에 없다. 이른 바 '공공의료'로 통칭되는 의료의 공공성의 책임 주체는 누구냐는 것이다. 전체 의료기관 수의 5% 수준에 불과한 공공의료기관이 주체가 될 수 있을까, 아니면 필수의료의 대부분을 제공하고 있는 민간의료기관에 그 책임을 지울 수 있을까. 그리고 문 정부가 문제의식으로 인식하고 있는 공공병원과 민간의료기관의 상호발전은 가능할까.
메디칼타임즈는 인천시의료원장과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성남시의료원을 통해 공공의료기관의 롤모델을 그리는 조승연 원장을 만나 우리나라의 공공의료 현주소와 민간의료기관과의 접점에 대해 들어봤다.
의료는 공공재인가
경제적 의미에서 본다면 의료는 공공재가 아니다. 공공재라는 것은 토지 등 분량이 일정해서 누군가 독점하면 국민이 살 수 없는 것들이 공공재이고 또 하나는 철도 등 누구나 차별을 받지 않고 쓰는 분야를 의미한다.
의료를 공공재라고 하기에는 문제가 있다. 오히려 가치재에 속한다. 공공재는 아니지만 공공적 성격이 상당히 요구되는 재화다. 의료도 분야가 여러가지다. 미용이나 성형 등 사업적 분야에 대해서는 굳이 공공성을 요구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전적으로 공공재로 보기는 어렵다. 다만 공공적인 성격을 상당히 가져야 하는 분야의 재화가 아닌가 싶다.
의료가 공공재냐 아니냐를 두고 논란이 많은데 의미없는 논쟁이다. 의료가 필수적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다. 국민 생존에 필수의료와 같은 분야는 공공적 성격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공공의료라는 표현은 한국적인 특수한 상황이다. 외국에서는 공공의료라는 말 자체가 없다. 외국에서 공공의료라고 하면 정부가 세운 병원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정부가 세운 병원과 민간이 제공하는 의료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외국에서는 공공의료라는 표현 자체가 필요없는 것이다.
국내에서 의료서비스는 대부분 민간의료기관이 제공하고 있다. 의료의 공공성에 대한 책임 주체는 누구인가.
이 부분에 대해서도 여러 논쟁이 있다. 의료를 가만히 두면 스스로 공공적이 될 수 있냐는 것이다. 의료인에게 모든 걸 맡기면 의료가 공공적일까,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결국 의사들은 의료행위를 통해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기본적 시장 논리이기 때문에 공익적인 재삼자가 관여해야 하고 그 주체는 정부일 것이다. 정부가 가치 기준을 만들어서 보험수가나 전달체계 등의 룰을 정하고 강제하지 않는 이상 의료가 저절로 공공적이 될 수는 없다. 의료행위는 의료인들이 하겠지만 국가가 콘트롤해야 한다.
의료 공공성의 책임 주체는 당연히 정부다. 의사에게만 맡길 수는 없다. 어느 분야든 마찬가지다. 학교도 그렇다. 학교로 하여금 학생 수대로 돈을 벌라고 하면 학원과 같이 변할 것이다. 의료 역시 정부가 제대로 해주지 않으면 공공적이 될 수 없다.
정부는 민간의료기관에 공공적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먹고 살아야 하는' 민간의료 입장에서 가능할까.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2년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면서 공공보건의료를 국공립병원에 의해 제공되던 서비스에서 공공과 민간 구분 없이 공익적 보건의료서비스로 재정의했다. 또 의료취약지 또는 수익성이 낮은 의료를 제공하는 등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는 민간의료기관까지 '공공보건의료 수행기관'으로 지정하고 지원할 수 있게 했다.
정부 입장에서 현재 전체 의료기관 수의 5% 수준에 불과한 공공의료기관으로는 도저히 안 되고, 공공병원을 확대하자니 민간의료기관의 반대 등을 생각해 해당 법률을 개정한 것 같다.
내 생각으로는 민간의료기관으로 하여금 공익적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구조다. 설립 주체가 민간이고 수익성을 기반으로 하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는 시장상황에서 어떻게 민간이 공공의료를 하겠나.
현재 공공병원이 너무 부족하다보니 어느 정도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그런 절충안을 낸 것 같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공공의료기관이 늘어나 공공적 의료를 주도적으로 제공하고 민간은 민간이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어쨌든 국민의 필수의료는 공공의료기관이 중심이 돼 담당하는 것은 맞다.
정부는 의료의 공공성에 대해 책임지고 있다고 보는가.
이제 정신을 차리기 시작하는 단계같다. 그동안 방치했다시피 했다. 최소 30~40년을 투자좇 하지 않았다. 공공의료에 대해 이야기하면 좌파 취급까지 당했다. 학계 내에서도 그런 분위기가 있었고 개혁적인 의사가 이상하게 취급받는 문화도 있었다. 아주 지극히 비정상적이었다. 의료가 공공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왜 나쁜 사람 취급을 받아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는 점을 알리고 끌고 나가려는 정부의 리더십이 부족했고 오히려 방해하는 쪽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그런 의미에서 진주의료원 사태가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됐다고 본다.
그동안 언더그라운드에 머물렀던 공공의료가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국가적인 담론이 됐다. 이후 정부 당국자나 일반 보건의료인들도 공공의료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갖게 됐다고 생각한다.
공공의료기관이 공공성과 성과를 같이 가져갈 수 있다고 보는가. 그렇지 않다면 공공의료기관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이뤄져야 하나.
진주의료원 당시 '공공의료 정상화를 위한 국정조사 결과보고서'가 나왔다. 보고서 앞 부분을 보면 그동안 공공성과 경영효율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으라고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선언하고 있다. 공공성에 주안점을 맞춰=야 하고 경영효율은 비효율적인 나쁜 적자를 해소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 최초라는 점에서 중요한 문서다.
경영평가 역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앞으로 지방의료원 평가에서 경영평가 부분이 제외된다고 한다. 그동안 경영평가가 20~30%를 차지했기 때문에 수익이 안 좋은 의료원은 평가를 잘 받을 방법이 없었다. 강원도 산골에 있는 의료원과 서울의료원을 어떻게 같은 선상에서 비교할 수 있겠나. 민간기업처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지원된 비용을 얼마큼 공공적으로 사용했는가에 대한 목표를 제시하고 평가해야 옳다.
복지부도 스스로 모순점들을 알게 된 것 같다. 그런 점에서 개선이 되는 것 같고 여러가지 금전적인 지원도 많이 되고 있다. 회계상으로도 감가상각비를 기업회계식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됐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은 보이지 않겠지만 실제로는 많이 지원이 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방향 중 하나는 공공과 민간의 상호발전이다. 성남시의료원은 24개 진료과목에 518병상 규모다. 외래환자를 상당수 흡수할 것이라는 지역 의료계의 우려가 크다. 성남시의료원과 지역 개원가의 상생이 가능할까.
지역적인 의사회와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국내 시스템에 비쳐볼 때 성남시의료원을 운영하려면 외래를 안 볼 수 없다. 아마 전체수익의 30% 이상은 외래수익일 것 같다. 외래를 안 본다면 병원 운영을 할 수 없다. 외래를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몇몇과만 할 수도 없다보니 지역 의료계에서 당연히 우려가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한 해법을 두가지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지역 주민의 의료 이용실태를 조사했더니 성남시 수정구와 중원구 50만 인구의 지역친화도(RI, Relevance Index)가 20%도 안 됐다. RI 20%는 말도 안 되는 수치다. 대부분 타 지역의 의료기관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가 뭐겠나. 믿고 갈만한 병원이 없다는 뜻이다.
만일 분당서울대병원이 이 지역에 있었다면 그 정도는 아닐 것이다. 그런데 성남시의료원이 그런 역할을 해서 RI가 현재 20%에서 40~50%로 늘어나면 기존 의원들도 환자가 줄어들 이유가 전혀 없다. 빠져나가는 환자만 잡아도 충분하다.
성남시의료원이 외부로 나갈 환자를 이 동네에서 돌게 만들기 때문에 개원가 수익에 지장이 없고 오히려 좋아질 것이다. 현재 이 동네 환자를 서울의 대형병원으로 보내면 그 환자는 앞으로 이 동네 병원을 다니지 않겠지만 성남시의료원에서 진료를 받으면 이 동네 의원을 다니게 될 것이다.
또 하나는 장기적 관점에서의 공공병원의 역할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공약처럼 내세운 것이 병원은 입원 중심, 외래는 의원 중심이다. 개인적으로도 바라는 바다. 새 복지부 장관이 임명되면 이에 대한 정책적 시범사업을 성남시의료원이 지원해보고 싶다.
지역 의원들과 커뮤니케이션이 없는 지역거점병원은 존재할 수 없다. 외래를 최소화하고 지역의료계와 긴밀하게 네트워크를 연결해서 입원 환자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진료하고, 외래는 지역 의원에서 받도록 시스템을 하는 것도 공공병원이 해야 할 중요한 역할인 것 같다. 다만 이를 위해선 정책적 뒷받침 있어야 한다. 없어질 30% 외래수익에 대한 보장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이를 새 복지부 장관에 제안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