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추가진단에 진료공백 본격화·병원-봉직의 불화까지 '총체적 난국'
|기획|정신건강복지법 시행 한 달, 연착륙일까 불시착일까"개선된 입·퇴원제도가 현장에 정착 중이다."
21년 만에 전부 개정돼 새로운 이름으로 올해 5월 30일부터 시행된 이른바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한 지 한 달이 넘은 시점에서 현장에서는 이로 인한 많은 부작용이 양산되고 있다고 우려를 쏟아 내고 있다. <메디칼타임즈>는 정신건강복지법 시행에 따른 부작용이 무엇인지 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상>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한 달, 우려 쏟아내는 의료계
보건복지부가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이른바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한 달을 맞아 발표한 내용이다.
복지부의 발표를 보면 개선된 입·퇴원제도 시행으로 퇴원환자가 소폭 증가했으나 의료계에서 우려한 정신병원 강제입원 환자의 대규모 일시 퇴원 등을 포함한 혼란은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료계는 환자의 대규모 일시 퇴원 문제뿐 아니라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후 많은 부작용이 양산되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진단 나가면 내 환자는 누가 돌보나"
일선 현장에서는 전문의 2인의 교차 진단 의무로 인해 기존 환자 진료의 질적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교차진단 의무로 인해 인근 의료기관 혹은 시설에 전문의가 파견 시 이를 대체하는 전문의 부재로 진료공백이 발생되고 있다는 것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7월까지 지정 진단의료기관으로 선정된 병·의원은 민간병원까지 포함해 총 256개 의료기관으로, 이들 기관의 전문의들이 입원환자의 교차 진단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강제입원, 비자의입원) 시 해당 정신병원의 전문의가 1차 진단한 후 이들이 2주 이내에 입원이 필요하다는 2차 '추가소견'을 내리는 것이다.
하지만 수도권의 A정신병원장은 "인근 진단 지정병원에서 근무하는 전문의가 와서 환자들의 입원진단을 함께 내리는데 하루가 걸린다"며 "우리병원의 전문의도 마찬가지다. 타 병원 환자의 입원 진단을 위해서 하루 동안 자리를 비우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타 병원 입원진단을 위해 자리를 비우게 됨에 따라 원래 돌보던 환자에 대한 진료공백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며 "국공립 병원이든 민간병원이든 다른 의료기관의 환자를 위해 자리를 비웠을 때 이를 책임지는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2차 진단을 위해 지정 진단 전문의로 활동하고 있는 봉직의들도 문제점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증언한다.
지방의 국립병원의 한 봉직의는 "(진단은) 환자 한 명당 평균 30분에서 1시간이 걸리는 업무"라며 "이 때문에 기존에 진료해야 하는 환자를 진료할 수가 없는 상황으로 기존 환자의 의료적 측면의 질 저하가 심각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 때문에 의료계가 민간병원까지 지정 진단의료기관으로 포함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는데 정부가 밀어붙인 것"이라며 "민간병원으로 선정할 때도 뚜렷한 심사기준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를 신청한 모든 병원들 100%가 선정됐다는 것은 사실상 선정기준이 없다는 것 아닌가. 과연 선정기준이 있었는지도 의문스럽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의료 공백에 병원 내 불화까지 조장
또한 2차 진단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전문의들은 과도한 법적인 부담을 자신들에게 지우고 있다는 불만을 쏟아 놓고 있다.
복지부가 문제되지 않는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향후 법적인 문제가 발생될 시 2차 진단을 내린 전문의에게 과도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차 진단의로 활동하고 있는 봉직의는 "6월 달 한 달 간 계속입원 심사가 몰리면서 심한 경우에는 1~2주 이내에 처리해야 할 심사가 200건에 달한 의사도 있었다"며 "이런 경우 정신요양시설 촉탁의로 나간 경우로 나가면 한 번에 150~200명을 한 번에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환자를 길거리로 내몰 수는 없으니 진단 업무를 안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 했다.
그는 "건수와 함께 업무결과에 대한 의미도 커져 심리적 부담도 커졌다"며 "계속 입원 청구를 하려면 과거에는 심판위원회에서 결정했지만 이제는 2차 진단의의 결정이 중요해졌다. 즉 해당 진단의에 과도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구조"라고 우려했다.
여기에 2차 진단의들은 자신이 속한 국공립 혹인 민간병원들과의 근무 계약에 혼선이 발생되고 있는 상황.
이 때문에 관련 학회와 봉직의협의회는 정신건강복지법으로 인한 병원과 봉직의 간의 근무 계약 혼선을 방직하기 위해 '표준계약서'까지 새롭게 법적인 검증을 거쳐 마련하기까지 했다.
기존 계약은 유지한 상태에서 추가진단 업무가 기존 업무에 추가 됐을때 고용주인 병원장과 체결하는 계약서인 것이다.
이 표준계약서에는 추가진단 업무를 수행했을 때의 법적 책임과 수행시간, 이에 따른 추가수당 및 이동수단 제공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겨져 있다.
지방의 B정신병원장은 "정신건강복지법 시행에 따라 봉직의들의 연봉이 높아지기는 했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제자리를 다시 잡을 것이라 본다"며 "하지만 추가진단에 따른 수당과 관련해 병원과 봉직의 간에 갈등이 유발되고 있다. 경상권 일부 병원의 경우는 추가 수당과 관련한 다툼을 벌이다 50대 50으로 나누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는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이 후 이러한 갈등이 표면화 되고 있다"며 "이 모든 것들이 법 시행 후 발생되고 있는 부작용 들이다. 추가진단에 따른 추가적인 의료공백 이 후 벌어지는 총체적 난국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